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일대일 - [리뷰] 분노와 허탈의 세상에서 악역을 자처하다

효준선생 2014. 5. 13. 07:30






    한 줄 소감 : 잠시 잊고 있었던 5월이구나...
 




폭력이 은밀하게 반복되는 사회에선 폭력에 대해 더 이상 통증으로 느끼지도 못하게 된다. 그 지경이 되도 사람들은 그저 인내하면 좋은 날이 올거라 믿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권력과 정보를 움켜쥔 자들의 무차별적 폭력만 가중될 뿐이다. 혹시라도 당신이 세상의 1%안에 든다면 이 영화를 안 볼테지만 나머지 99%에 속한다고 생각한다면 영화 일대일은 꼭 좀 봤으면 한다. 그 이유는 이 영화가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 안에서 그 어디에도 속할 개연성이 있는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의 처참한 맨 얼굴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펀치에 얻어맞아 선혈이 낭자해야만 폭력을 당한 것이 아니다. 이미 비상식이 마치 상식처럼 만연되어 있고 그런 현상에 대해 언급조차 할 수 없는 자기검열의 시대, 애들 군것질 돈이나 쥐어주며 그걸 정부가 시혜하는 복지 혜택이라고 기만하는 현실이며, 왜 그 자리에 있는 지 이미 마목불인(痲木不仁)의 인사들. 그런 꼴을 보면서도 당장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으니 참고 사는 게 그나마 최선이라며 주춤거리는 것이 바로 폭력에 휘둘리는 것이다.





이 영화는 지독한 은유로 점철되어 있지만 조금만 세상 돌아가는 이치에 눈을 뜨고 산다면 연출을 맡은 김기덕 감독의 의중을 쉽게 눈치 챌 수 있을 정도로 직설적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당신은 지금의 세상에 만족하며 더 없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수준의 마취상태라고 말해두고 싶다. 선택은 능동적이지만 수용은 피동적이다. 그러면 이 영화 정확하게 어느 시점을 노리고 있을까





7명의 그림자들은 역시 7인의 용의자들을 한 사람씩 납치, 구금 그리고 고문을 한다. 그리고 지난 5월 9일 그들이 행했던 사안에 대해 진술서를 쓰게 한다. 물론 순순히 쓰는 사람은 드물다. 그들에겐 적당한 폭력이 행사되고 이어 어쩔 수 없는 진술서를 쓰게 된다. 폭력 앞에서 그들은 마치 굴복하거나 혹은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신념은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특히 신분이 높아질수록 더욱 강렬하게 반응하는 그 놈의 신념은 마치 자신들의 행위가 우국충정의 발로라도 되는 양 떠들어 댄다. 무엇이 그런 괴물을 만들어 낸 걸까 단순히 개인의 충심만도 아닐텐데.





그림자들은 한 사람을 고문할 때마다 같은 장소에 다른 배경과 옷차림을 하고 있다. 군인, 조폭, 경찰, 국정원 심지어 청소부의 모습이다. 왜 그런 복장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용의자라고 불리는 자들은 무슨 잘못을 했길래 그런 보복성 린치를 당하고 있는 것일까 5월 9일엔 무슨 일이 벌어졌고 그날 죽은 ‘오민주’라는 여학생의 정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연이은 납치와 고문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커다란 핵심 포인트다. 그날 사건이 일어나고 지시체계의 역순으로 잡혀 들어왔고 회를 거듭하며 그림자들 내부에서의 갈등도 만만치 않았다. 이 와중에 어느새 폭력을 가했던 인물들은 거꾸로 마치 피해자인 양 입장이 뒤바뀌고 그림자들 하나하나에겐 다시 사회가 던지는 폭력의 얼굴과 마주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펼쳐진다.





흥미로운 점은 예를 들어 군복을 입고 점령군처럼 행세할 때는 기세등등했던 그들이 사복을 입고 생업에 종사할 때는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그야말로 폭력 앞에 발가벗고 서있는 상황이 연출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다시 그 피해자는 앙심을 품고 다시 가해를 하게 된다는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누군가가 그 중간을 끊어 놓지 않는다면 이 폭력의 연속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될 수밖에 없다.





김기덕 감독이 집중하는 포인트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폭력의 전복성(顚覆性), 그리고 숫자와 이름, 그리고 엔딩 장면을 통해 그가 숭모하는 한 정치인에 대한 고백이다. 그 정도는 영화를 보면 여실히 알 수 있다. 일일이 지적해가며 수치를 나열하기엔 개개인의 감수성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지만 직유와 같은 은유 안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안타까움이 전해졌다. 이제 다시 5월이다. 대한민국은 여지껏 조용한 적이 없었다. 사례는 언급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대개는 알고 있지만 언급이나 피력하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지금의 상황 자체가 폭력인 셈이다. 다들 피해자라고 여기는 이 시절에 도대체 가해자는 누구인가. 아니 무엇인가.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일대일 (2014)

One on one 
9.1
감독
김기덕
출연
마동석, 김영민, 이이경, 조동인, 테오
정보
| 한국 | 122 분 | 2014-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