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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진저 앤 로사 - [리뷰] 나와는 또 다른 너

효준선생 2014. 5. 12. 07:30






   한 줄 소감 : 쌍둥이라도 공유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음에...
   




과연 두 소녀는 다시 예전처럼 없어서는 못사는 그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영화 진저 앤 로사는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두 소녀의 10대를 관통하며 각자가 느꼈던 극히 개인적인 감정의 차이가 나중엔 어떤 결말로 이어지는 지를 보여준 청춘 드라마다.





엘르 패닝은 이미 한국에서 광고를 찍을 만큼 유명하고 그녀의 언니인 다코타 패닝 못지않은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라이징 스타다. 이 영화의 화자이자 관찰자인 그녀는 우정이 변치 않을 거라 믿었던 죽마고우 친구의 믿을 수 없는 행동으로 고민하고 마음 아파하는 캐릭터로 분하는데 촬영당시 그녀의 실제 나이를 감안하면 참 쉽지 않았던 역할이다. 





1945년, 세상은 승전국과 패전국으로 양분된다. 그리고 그 해 진저와 로사가 태어났고 그녀들이 사춘기 소녀가 된 1962년 영국에선 재차 세계대전이라도 일어날까 전전긍긍하는 젊은이와 진보주의자들의 시위에 연일 끊이지 않았다. 영화에선 당시 상황을 전하는 라디오 속 멘트로 당시 상황을 전달한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가 목전이었던 시절, 거기에 쿠바의 미사일까지. 이젠 열강이라는 타이틀을 내준 채 한 발 뒤로 물러 서 있던 영국에서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 진 것은 우연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진저의 아버지 로랜드는 이런 시류에 발을 담그고 있었고 그의 딸 진저 역시 관심을 보인다. 유난히 반핵 운동에 관심이 많은 그녀에겐 미래에 대한 걱정이 최대 관심사지만 그녀의 친구인 로사에겐 지금이 개인적인 감정이 가장 큰 화두였다. 소녀들이 성장하며 보여주는 일련의 행동들, 화장을 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장면에서도 늘 로사가 리드를 했고 그런 모습을 약간은 불안한 시선으로 대하던 진저의 모습이 결말에 던져진 문제에 단서를 주고 있었다.





16세 소녀의 사랑이 얼마나 견고한지는 모르지만 로사의 입장에선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불완전한 가정 사에 실망했을 법 했던 두 소녀에게 한 명은 좀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사회에 대한 관심을 선택한 것이고, 다른 한 명은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 같은 존재가 필요했던 걸로 보인다. 이렇게 조금씩 달랐던 서로의 가치관이 충돌하는 지점에 서로가 도무지 이해하거나 용서할 수 없는 사건이 하나 자리하고, 그게 마치 핵폭탄이 떨어져 모두가 파괴되는 모습처럼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진저가 그동안 살짝 어린 티를 커버하기 위해 했던 화장을 100% 지우고 민낯으로 등장해 아버지를 비롯한 지인들 앞에서 차마 하지 못하고 응어리처럼 안고 있었던 사실을 끄집어내면서도 여전히 그녀는 핵을 언급하고 있다. 그녀에겐 진심으로 두려웠던 건 핵이었을까 부모의 결별, 그리고 아버지의 이해불가한 행동, 그리고 그나마 친구라도 하나 있던 로사의 행동에 대한 배신감 등이 한데 뭉쳐 폭발한 감정이 핵에 비유된 모양이다.





이 영화는 두 여자 아이의 관계의 파괴를 다루고 있지만 좀 더 넓게 보면 이상과 현실에서 이데올로기 싸움을 하던 당시에서 지금까지의 번잡한 사회와 꽤나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그녀들의 행동을 양분해 지정하자면 진보적 이상주의자와 현실적 낭만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텐데, 누가 더 옳고 그름인지를 떠나 누구라도 그렇게 될 수 있고, 또 누구라도 변할 수 있을 거라는 추정은 가능하게 했다.





진저는 로사에게 글을 남겼다. 화도 나고 두려운 마음일 것이다. 그녀를 간신히 막아 주던 울타리가 해체된 기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로사를 향해 처음과 비슷한 감정을 피력했다. 아주 어린 시절 함께 그네를 타며 놀던 때의 추억을 버리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 이야기인 만큼 고루하다 할지 모르지만, 현재진행형이라는 건 그녀들의 풋풋한 미모만은 아닐 듯 싶다. 세상은 인간이 채우고 있고 그 인간들은 평균적으로 비슷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진저 앤 로사 (2014)

Ginger & Rosa 
10
감독
샐리 포터
출연
엘르 패닝, 앨리스 엔글레르트, 아네트 베닝, 크리스티나 헨드릭스, 알레산드로 니볼라
정보
드라마 | 영국, 덴마크, 캐나다, 크로아티아 | 90 분 | 2014-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