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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끝까지 간다 - [리뷰] 살다보면 나는 놈 위에 뛰는 놈

효준선생 2014. 5. 10. 01:30






   한 줄 소감 : 이 영화 보고 나면 극장 입구에 걸린 영화 포스터를 진득하니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운수 나쁜 날이다. 모친 상중(喪中)에 잠깐 나왔다가 교통사고로 사람을 즉사하게 하고 난데없는 감찰로 자기와 동료들이 업주들에게 챙긴 비자금이 들통 나 버렸다. 어떤 일부터 처리해야 고민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는 게 가장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판단했다. 고건수 형사, 바짝 치켜 깎은 헤어스타일에서 깐깐하면서도 고집스러운 면모를 가진 그. 아내와 이혼하고 여동생 집에 얹혀사는 그에게 오늘 하루 한꺼번에 닥친 일이다. 화불단행(禍不單行)이라고 어쩜 이렇게 안 좋은 일이 한데 몰아서 그를 괴롭히는 걸까





또 하나의 운수 나쁜 녀석도 있다. 조직의 허점을 노려 두둑하게 한 몫 챙겨놓았더니만 그 열쇠를 가진 녀석이 사라지고 말았다. 녀석의 목숨보다 열쇠의 행방을 빨리 알아야겠지만 참으로 골치 아픈 일이다. 설마 자신의 범행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믿지만 서서히 자신을 옥죄는 불안감 때문에 태연하게 일을 볼 수가 없다.





영화 끝까지 간다는 액션 영화로는 손꼽을 정도로 몰아붙이는 힘이 강렬하다. 그저 운수 나쁜 하루 정도로 생각하고 미봉(彌縫)에 급급하지만 그게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일로 번지고 누군지 모르는 자에게서 자신을 협박하는 전화까지 걸려오며 벌어지는 두 사람간의 치열한 신경전을 거칠면서도 집요하게 그려내고 있다.





한솥밥을 먹으면 면식은 없어도 그래도 같은 식구를 챙겨줘야 한다는 건 대한민국 공무원 세계에선 불문가지지만 평생을 걸고 준비한 일이 한순간에 날아갈 일이 생긴다면 과연 누구라도 그냥 참고 넘어갈 일은 아닌 듯싶다. 그런데 이 두 사람 어딘지 무척 닮았다. 민중의 지팡이라는 애칭과는 달리 뒷돈 챙기는 데는 선수요, 자신들의 사건은 알아서 무마시키는 것도 고수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막상 한데 엉키면 마치 당랑거철(螳螂拒轍)같은 느낌이다.





사마귀가 수레를 멈추기 위해 두 발을 들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하듯, 도무지 한 사람은 다른 한 사람을 이길 수 없을 정도로 위협적이다. 우선 풍기는 외모에서부터 좀더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그렇다. 이렇게 도무지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의 마지막 전투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수 있을까 곁가지를 모두 도려내고 모든 걸 챙기려는 사람과 자신을 옭아매는 것들을 떨쳐내려는 사람 사이의 치열한 몸싸움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느새 시간은 훌쩍 다 가버리고 말았다.





생각이상으로 큰 스케일의 시퀀스로 두어 차례 자기도 모르게 비명 소리를 내게 할 정도로 놀래 킬 것이며 두 사람 중 한 명은 전화위복의 행운을 누리게 된다는 설정도 상당한 쾌감을 준다. 이른바 고진감래인 셈이다. 본인은, 그렇게 발발거리고 뛰어다녔으니 얻을 수 있는 선물이라고 믿을 지도 모른다. 세상일은 정해진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 모양이다. 맨날 죽어라죽어라 겨우겨우 사는 것 같은데도 생각지도 못한 일과 만나게 되고 그 해결과정에선 뜻하지 않은 행운도 찾아온다.





이 영화를 전형적인 버디 영화라고 부르기엔 상당히 독특하다. 둘 다 뭐 묻은 강아지 꼴이지만 똥 묻은 개가 오히려 재 묻은 개를 탓한다는 설정이 뒤바뀔 수 있는 게 인생사임을 굳게 믿는 편이라면 이 영화, 상당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타락한 공권력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이선균과 조진웅의 조합은 경찰을 소재로 한 한국 영화 중에선 역대급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이선균과 조진웅은 이 영화를 각자 자기의 대표작이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끝까지 간다 (2014)

A Hard Day 
8.9
감독
김성훈
출연
이선균, 조진웅, 신정근, 정만식, 김강현
정보
범죄, 액션 | 한국 | 111 분 | 2014-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