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디태치먼트 - [리뷰] 교육도 사람에 대한 관심이 우선이다.

효준선생 2014. 5. 9. 01:00





   한 줄 소감 : 교육현장의 현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리다
 




예로부터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며 사표(師表)를 존중했던 적이 있다. 이렇게 마치 과거완료형으로 쓴 것은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말이 아니라 예전과 달리 지금의 스승의 상이라는 게 많이 퇴색했다는 말이다. 어린이들에게 물어보면 한때는 자기도 선생님이 되겠다고 대답하는 비율이 꽤나 높기도 한데 학년이 올라가면서 무엇 때문인지 점점 자신의 미래로 선생님을 꼽는 아이 보기가 힘들어졌다.





교육과 관련해선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만큼 하나의 사회를 끌고 나가는 동력으로 교육만한 것이 없음은 우리도 여실히 증명해 왔던 지난 반세기의 모습이다. 전쟁이 끝나고 자원도, 물자도 없던 시절 사람이 자원이요 미래의 물자라는 생각에 부모들은 비록 배우지 못했어도 자식들 교육만큼은 결코 남에게 뒤질 수 없다며 애를 썼던 여러 가지 모습들. 대한민국의 오늘은 그 덕분이라고 하지 않던가. 하지만 압축경제 성장의 후유증이 서서히 드러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육 철학의 부재, 경쟁적 성적위주의 진학지도, 사교육을 따라 잡기도 급급해진 공교육의 실태. 인성교육의 부재로 인한 갖가지 문제점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도 함께 존재한다.





학교 안에서 무슨 일이 터지면 학생은 물론 교사까지도 함께 지탄을 받는 일이 잦아지고 있지만 그 이면엔 가정교육의 중요성이 잠시 숨을 죽인다는 말도 있다. 요즘 애들은 학교에서 도대체 뭘 배우길래가 아니라 집에서 가정교육을 못 배운걸 학교가 대신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종의 회피성 발언도 난무한다. 전과 달리 학부모들의 학교와 교사에 대한 일종의 월권, 혹은 비하적 발언도 강해졌다. 오로지 자기 자식만 존재한다는 소규모 가족제도하에서 불가피한 상황들, 하지만 마음 졸이고 하소연 할 곳도 없다는 게 교사들의 전언이다. 이렇게 학교가 존경하는 선생님과 면학에 힘쓰는 학생의 관계가 아닌 지식 전달자로서의 교사와 상급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잠시 거쳐가는 학생의 관계가 된 이 시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영화 한 편이 나왔다.





영화 디태치먼트, 제목의 의미는 격리지만 소원(疏遠)이라는 뜻이 가장 적절해 보였다. 어린 시절 복잡하고 아픈 가정사를 안고 사는 기간제 교사 헨리, 말썽꾸러기 학생들만 모아놓은 반을 임시로 맡지만 그에겐 큰 열정은 없어 보였다. 학생들이 선생을 대하는 태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지만 헨리는 그려러니 하고 넘어간다. 시간이 조금 흐르며 아이들과 거리감도 좁히고 몇몇 아이들은 그에게 관심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러던 중 거리에서 방황하던 에리카라는 여자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오며 그는 타인에 대한 관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학교를 다룬 여느 영화들을 보면 교사에 의해 학생들이 계도되고 순화되고 그렇게 해서 모두가 행복했다네 라는 식으로 끝을 내지만 이 영화는 날카로울 정도로 현실적이다. 비단 학생뿐만 아니다. 아이를 대신해 찾아온 학부모의 만행에 가까운 폭언을 받아내는 교사에, 교육을 마치 사업정도로 생각하는 교육청 장학사까지. 모두가 건드리면 크게 터질 것 같은 아슬아슬함 속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편 헨리와 에리카는 묘한 관계 속에서 장외의 교육을 실현하는 셈이지만 여의치 못하다. 스스로를 옥죄는 헨리의 일상과 사고 속에서 편치 않은 게 사실이다. 뚱뚱하다며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 여학생의 에피소드 역시 헨리를 힘들게 하고 그저 알고 있는 것만 전달하는 교사로의 임무만 하면 안되는 걸까를 고민하는 헨리에겐 학교는, 그리고 에리카는 그가 감당하기 결코 쉽지 않은 교육의 대상인 셈이다.





이 영화는 학교라는 배경을 하고 있지만 세대간의 갈등도 염두해 두고 그리고 있다. 교장과 평교사 사이, 학부모와 학생 사이, 그리고 교사와 학생 사이. 따돌림 문제도 없지는 않지만 학교하면 떠올리는 왕따 문제는 비교적 적은 대신 교사의 시각에서 보는 학교에서의 교육, 그리고 자신의 일생은 늘 불행하기만 하다면서 자책하는 어느 교사의 음울함이 그려내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이 영화를 어둡게 한다.





자신이 유일하게 잘 할 수 있는 사진찍기를 통해 스스로가 얼마나 힘든지를 확인받고 싶어했던 한 소녀의 마지막 선택이 주는 처참함을 보면 교육이란 일정 수준에선 거리감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보호시설로 보내지는 에리카의 뒷모습과 나중에 그녀를 찾아간 헨리에게 안기며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지만도 아닌 것 같다. 자신의 감정과 일신조차도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한 채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생활인으로서의 교사와 마치 모든 교사는 페스탈로치와 같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교사의 모습이 이 영화에서 투영된다. 스승의 날이 들어있는 5월에 개봉하는 이 영화에 적지 않은 반향이 있을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디태치먼트 (2014)

Detachment 
8.4
감독
토니 케이
출연
애드리언 브로디, 새미 게일, 크리스티나 헨드릭스, 베티 케이, 마샤 게이 하든
정보
드라마 | 미국 | 97 분 | 2014-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