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표적 - [리뷰] 생각보다 강력한 놈을 만났다

효준선생 2014. 5. 3. 07:30





   한 줄 소감 : 프랑스 액션 영화의 냄새가 났다
 





마치 막노동을 통해 단련된 근육질을 가진 한 사내가 병원에 실려 온다. 총상을 입은 듯 하고 이내 그를 둘러싼 폭력전이 벌어진다. 그는 누구이며 그를 찾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영화 표적은 온갖 액션 시퀀스를 다 집어넣고 믹서기로 돌려 내려놓은 걸쭉한 쥬스같은 영화다.





어느 조직이든 자기들만의 비밀은 있다. 간혹 그 비밀이 지나치게 커져버려 자신들도 주체하지 못할 정도가 되면서 문제가 터져버리곤 하지만 이미 발을 뺄 수 없을 지경이 되면 결국 곪아 터지고 만다. 이 영화에선 이처럼 마치 암덩어리처럼 굳어버린 조직에 대항하는 어느 개인의 힘겨운 싸움을 그리고 있다. 





정체를 쉽게 알 수 없는 인물들의 잇단 출현과 그들이 서로 맞부딪치면서 터져나오는 강렬한 파열음들이 액션의 형태로 드러나지만 그 예측 가능한 시점은 생각보다 늦게 나타났다. 도입부에서 왜 저들이 개싸움을 하고 있는 걸까를 궁금해 하는 순간 변방에 머물던 인물들의 난데없는 커밍아웃에 아연해 하지만 독기를 보이는 건 사내가 아니라 바로 ‘그들’이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얼마나 큰 액수의 뭉칫돈이길래 자신이 속한 조직의 가치에 반하는 일을 벌이는 것일까 그리고 조직의 보스가 얼마나 위협적인 인물이기에 목숨까지 내놓으며 충성을 하게 된 것일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애초 처음부터 하나의 조직원이 된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해 한 팀이 된 이후의 일이라고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보지만 적지 않은 인원이 그런 모험을 하게 될 거라고는 믿기 힘든 일이다. 아무튼 거액을 챙기기 위해 그런 무모한 짓을 했다기보다 어떤 광기의 표출일까 라는 생각이 미치자 그의 눈빛이 더 독해 보였다.





뚜렛 증후군을 앓고 있는 동생, 잔심부름이나 하며 생활비를 버는 그를 안쓰럽게도, 대견하게도 생각하는 형, 우연히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추격을 당하고 난처한 상황에 빠져들지만 그는 자신을 버릴 듯 뛰고 또 뛴다. 다른 이유는 많아 보이지 않는다. 위급한 상황에 빠진 동생을 위한 일념으로, 그리고 자신이 힘써주지 않으면 동생이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쓸 것이 분명하기에 타인에게 힘을 보탤 뿐이다.





혹자는 말할 것 같다. 제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목숨걸고 할 짓은 아닌 듯 보인다고, 하지만 그의 전직을 살펴보아도 그는 충분히 그래도 될 것 같았다. 원만해 보이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가족사, 그리고 세상에 자신이 의지할 만한 사람이 단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이 천지에 누군가를 위해 헌신했을 때의 쾌감은 그가 아니고서는 알지 못할 것 같다.





액션으로 시작해 액션으로 갈무리 되는 액션 종합선물 영화로만 보이진 않는다. 사람이 사람을 의지하고 거기에 걸 맞는 분투와 이해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가장 비근한 예로는 무수한 폭력이 난무하지만 사내는 단 한명도 제 손으로 죽이질 않았다. 상반된 입장에서 ‘그들’은 저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처단했다. 이 영화가 피가 철철나는 장면들이 많았던 것에 비해 15세 관람가를 받았던 이유도 평소 정의를 내세우는 ‘그들’이 전혀 정의롭지 않게 나오는 설정을 바로 잡으려는 또 다른 ‘그들’의 모습을 실감나게 연출해서라는 생각이 든다.





한 편의 광기의 세레나데를 보고 난 기분이 든다. 다양한 액션 시퀀스는 여러 영화에서 따온 것 같기도 하지만 늘 어려운 작업이라는 걸 알기에 무던하게 봤다. 더 늙기 전에 액션 연기를 소화해내고 싶었다는 마흔 줄의 류승룡과 왜 이 영화에 나왔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준 유준상과의 뜻밖의 혈투에 싸나이들의 영화란 이런 정도임을 맛볼 수 있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표적 (2014)

7.3
감독
창감독
출연
류승룡, 유준상, 이진욱, 김성령, 조여정
정보
액션, 드라마 | 한국 | 98 분 | 2014-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