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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부의 아이들 - [리뷰] 그 섬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효준선생 2014. 4. 30. 07:30






   한 줄 소감 :  어른들을 위한 공감 코미디,  행복은 누가 만들어 줄 순 없나보다
 





꽃보다 누나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잘 알려진 나라 크로아티아, 그 전까지만 해도 유고 연방의 일원으로 오랫동안 세르비아와의 내전을 통해 다소 위험한 나라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나라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프로그램 후반부에 소개된 것처럼 전쟁으로 인하 흉터가 도시 이곳저곳에 남아 있는 걸 보면 완전히 치유되려면 아직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모양이다.





전쟁은 많은 것들을 파괴하고 훼멸하지만 그 중에서도 남성들이 전쟁터에서 많이 죽음으로써 다음 세대를 책임져야할 아이들을 보기 힘들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이는 전쟁을 겪었던 어느 나라에서도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일정 시간이 지나고 겨우 한 숨 돌리고 나면 국가적으로 아이를 많이 갖자며 홍보도 하는등 베이비 붐이 일어나는 건 바로 그때문이다.





영화 신부의 아이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들도 이런 상황과 동떨어지지 않았다. 인위적인 피임으로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게 된 크로아티아의 어느 작은 섬마을, 그곳의 파비앙 신부는 장례식을 집도하면서 문득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아무도 남아나지 않겠다는 걱정을 한다. 그때 마을 선착장에서 피임기구를 파는 남자가 찾아와 엉뚱한 고해를 하자 두 사람은 마을 사람들이 피임이 아닌 출산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다.





코미디 장르 영화지만 주인공들은 절대로 박장대소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무척 웃긴 건 이들이 안고 있는 현실적인 심각성이 고스란이 반영된 상황때문이다. 어른들에게만 허용된 단순한 시퀀스들이 웃음을 자아내게 하고 그런 것들이 지나치게 과하지도 모나지도 않은 수준으로 반복된다. 몇 개월 후 피임이 되겠거니 하고 믿었던 결과가 임신이라는 사실에 적지 않은 여성들은 혼란에 빠지고 이때 신부가 나서서 낙태는 신의 뜻이 아니라며 극구 말리지만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그들의 상황은 이내 코미디가 아닌 다큐멘터리로 돌변하고 만다.





파비앙 신부의 생각대로 아이들이 많아지면 그저 좋을 것 같지만 양육 능력이 떨어지는 빈곤한 그들의 입장에선 만만한 일이 아닌것이다. 나라의 사정도 아이들을 돌볼 형편도 되지 않는 복지 수준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여전히 세르비아가 남겨놓은 지뢰를 걱정해야 하고 이웃나라이면서도 종교적으로 알력을 갖고 있고 알바니아로부터의 문화적 이질감도 아직 극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던 중 성당 앞에 버리진 갓난아이의 출현으로 파비앙 신부에겐 왜 사람들이 아이를 낳으려 하지 않는 지에 대해 현실적인 고민을 대신 안게 된다.





이 영화는 출생률 저하로 고민중인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몇 십년이 지나면 경제 노동력이 줄어 전체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어 가급적이면 아이들을 많이 나으라고 계도하는 형편이지만 실상 그 이해 당사자인 2,30대 가임부부들에겐 쉬운 선택이 아닌 것이다. 30년 전 쯤 동네 입구엔 둘만 낳아 잘 기르자 같은 산아제한 정책 표어가 나붙었던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매 한가지다. 당사자의 고민과 국가 정책과의 괴리. 파비앙 신부는 자신이 벌여놓은 일이 마냥 좋은 결과만 가져오지 않았다는 점을 알고는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성직자인 그로서도 마땅히 내놓은 방법은 없다. 영화 초반에 그가 누워 있는 침대 옆에 갓난아이들이 나란히 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 마치 전부 그가 낳은 아이였네 싶었는데, 그렇게 해서라도 가능하다 할지라도 아이들은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까?





아이를 낳는 것도 삼신할매의 점지가 있어야 한다는 어른의 말은 인간이 제 아무리 인위적으로 애를 쓴다고 해도 결국은 태어나는 것도 하늘의 뜻이고 그렇게 자라서 나중에 죽는 것도 하늘의 뜻이라는 말이다. 이 영화가 아이들의 출생에 힘을 준 것 같지만 인간의 죽음에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음이 그걸 말해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신부의 아이들 (2014)

The Priest's Children 
9
감독
빈코 브레잔
출연
크레시미르 미키츠, 닉사 부티에르, 말리자 스카리치치, 페타르 아타나소스키, 인그 아펠트
정보
코미디 | 크로아티아 | 96 분 | 201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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