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위크엔드 인 파리 - [리뷰] 사랑하면서 미워하면서 30년

효준선생 2014. 4. 29. 07:30






   한 줄 소감 : 우리는 사랑을 말할때 사랑을 의미하는가  - 베켓 曰
 




부부의 연으로 30년 쯤 살게 되면 떼낼 수 없는 자신의 반쪽으로 여길만 한데 여전히 티격태격하며 살고 있는 그들이 있다. 영국 부부 닉과 멕, 그들은 결혼기념일도 되었고 해서 신혼 여행지였던 파리를 다시 찾는다. 하지만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그들은 우선 찾아간 숙소에서부터 트러블을 일으키며 앞으로 그들의 여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영화 위크엔드 인 파리는 60대 노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지나온 시절, 각자가 서로에게 생각하고 있었던 결코 좋지 않았던 이야기부터 시작해 지금 현재 그들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까지를 곱씹어 본다. 부부면서도 결코 쉽게 털어 놓지 못했던 것들이 낯선, 비록 그들의 신혼여행지였지만 지금은 너무 많이 변해버린 파리만큼이나 생경하게 다가온다.





이들이 좁고 낡은 호텔을 떠나 최고급 호텔, 그것도 영국 수상이 머물렀던 곳으로 거처를 옮기고 나서 그들을 보는 시선은 저 정도 나이에 해외 여행을 올 정도면 그래도 중산층 이상의 경제력을 갖추었고 이젠 노년을 즐기는 구나 싶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레스토랑을 고르는 장면과 파리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그들은 지금이 곧 위기임을 조금씩 드러냈다.





좋은 마음으로 좋은 곳에 왔겠지만 시작부터 말다툼이 이어지면서 불안감이 들었다. 이들은 프랑스 유명 장소를 찾아다니며 가이드 역할을 할 것 같았지만 그런 건 아니었다. 파리의 배경은 이들이 머무른 장소에 불과했고 중요한 것은 쉬지 않고 서로에 대한 감정의 확인이었다. 이들은 지금껏 살면서 얼마나 대화가 없었던 걸까 싶을 정도였다. 물론 좋은 분위기의 레스토랑에선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기도 했지만 호텔방에 돌아오면 이내 투닥거리기 일쑤였다.





낭만적인 남편과 그런 남편에게 뭔가를 요구하지만 늘 어긋나는 감정만을 호소하는 아내,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왔던 건 한쪽 참고 살아와서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삐걱거리는 모습이지만 쉽사리 답을 찾지는 못한다. 화려한 파리의 밤거리를 활보하는 노부부의 패션도 보기 좋지만 어쩌면 정답을 듣지 못한 채 끝나나 싶었던 진솔한 말들은 파티석상에서 어렵사리 흘러나온다.





이 영화는 비포 미드나잇의 한참 뒤 이야기로 생각할 정도로 흡사하다. 쉬지 않고 대사가 흘러나오고 출연진도 많지 않다. 단지 장소만 옮겨 다니며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데 급급하다 종결부에 가서야 드디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게 된다는 독특한 설정의 영화. 닮은 곳이 많지만 다른 곳도 많다. 위트도 많이 들어가 있고 파리를 돌아다니며 벌이는 이들의 개구쟁이(?) 같은 행동도 유쾌하다. 과연 이들 부부는 파리 여행을 통해 남은 여생을 즐겁게 살아갈 동력을 찾게 될까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위크엔드 인 파리 (2014)

9
감독
로저 미첼
출연
짐 브로드벤트, 린제이 던컨, 올리 알렉산더, 브라이스 보지어, 제프 골드블룸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영국 | 93 분 | 201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