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룸메이트 - [리뷰] 내 안에 또 다른 내가 산다

효준선생 2014. 4. 28. 11:30






    한 줄 소감 : 평생 혼자 간직하고 살아야 할 심리적 고통이 안쓰럽다
 






어린 시절 가족이나 지인에 의해 반복적인 폭력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갖게 된 소녀, 성인이 되어 몸이 자랐지만 정신적으로는 일종의 장애를 갖게 되었다. 해리성 다중인격 장애라는 정신 병리학 병명이 다소 거칠어 보이는데 한 마디로 한 사람에게서 다양한 인격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걸 빙의라고 하는데 심각한 것은 본인은 스스로가 이런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수긍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만약 여러 개의 인격중에 폭력성을 수반하는 경우엔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일본 영화 룸 메이트가 바로 이런 케이스를 다룬 내용인데 영화 초반엔 두 주인공 여배우의 미모에 가려 제대로 영화의 본질을 파악하는데 애를 먹었다. 한 여자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그녀는 그곳에서 일하는 간호사와 한 집 살림을 하게 된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고 아직 재활 치료가 끝나지 않은 탓에 누군가의 도움도 필요한 상황이었으니 잘 된 셈이다.





게다가 차량 사고의 가해자인 잘 생긴 남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마치 로맨스 영화의 분위기도 엿보이지만 조금씩 드러나는 불길한 예감은 바로 한 집을 쓰고 있는 레이코 라는 여성에서 시작된다. 이 영화에선 하루미, 그녀와 동거하는 레이코외에 또 하나의 정체가 상존한다. 바로 마리다. 도대체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마리라는 정체성은 이들 두 여자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레이코라는 여자가 가지고 있는 갑작스런 폭력성앞에 영화는 돌연 호러적 성격을 드러내고, 중간 중간 삽입되는 과거의 어떤 폭력적 장면과 맞물려 궁금증을 더해 간다.





어린 시절 의부로부터 몹쓸 짓을 당한 이후, 그게 어느 새 심리적으로 치유할 수 없는 트라우마로 고착되고 이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한 여고생에리를 알게 되면서 자신의 정서는 둘 사이에 공유된다. 그러나 어느 순간 하루미와 레이코, 마리 그리고 에리 라는 4개의 인격 중 존재하지 않는 인격의 정체와 진실이 드러나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사안이 현실적 문제와 연계되며 극복되지 못한 한 여자의 아픔이 겉으로 드러나고 만다.





사람들에겐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어린 시절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일들이 마치 각인되어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이 있다.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것도 있지만 한 평생을 마음에 두고 살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인 하루미의 케이스인데 그녀가 보여준 행위의 대부분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인격이 구체화 한 것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어린 여성의 성을 유린하고도 모자라 오히려 교육 행정가로 행세하는 모습이 그 반대편에 숨어 두려움에 떨던 한 소녀의 모습과 오버랩 되며 당연히 분노가 인다. 그러나 심정적으로 편을 들어주려는 사회의 공감대를 얻는데 실패하고 말아버린다면 연약한 그녀‘들’이 할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그녀가 허구의 또 다른 인격들을 만들어 낸 이유는 이렇게 아무에게도 보호받거나 도움을 청할 수 없는 현실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함이다.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준 한 남자의 진솔한 눈빛이 애틋하지만 그마저도 도움이 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세상에 수많은 ‘하루미’에겐 이 영화가 상처를 헤집는 독이 될까 아니면 위로의 치유제가 될까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룸메이트 (2014)

Roommate 
6.8
감독
후루사와 타케시
출연
후카다 쿄코, 키타가와 케이코, 코라 켄고, 오노우에 히로유키, 오오츠카 치히로
정보
스릴러, 미스터리 | 일본 | 110 분 | 201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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