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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멜로 - [리뷰] 결핍을 채워줄 대상의 부재에 대한 두려움

효준선생 2014. 4. 27. 07:30






  한 줄 소감 : 전위성만 보면 어쩌면 그녀 혼자만의 망상쯤은 아니었을까도 싶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혹시라도 인연인가 싶어 사랑을 하고, 이내 시들해지는 관계, 떠나야 할지를 알고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은 아름답다고 했지만 이들에겐 어울리지 않았다.





영화 멜로의 두 남녀 주인공 윤서와 태인, 처음 각자의 삶이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카페 알바를 하는 그녀,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자신이 숨쉬고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라 믿으며 지속하지만 갈수록 지쳐만 갔다. 어느덧 스물일곱,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다는 생각만 압도한다. 그러던 중, 자신을 모델로 삼고 싶다며 접근한 태인, 잘 생긴 외모와 혼자 살면서도 경제적 능력도 있는 남자. 두 사람은 이내 가까워지고 함께 식당까지 하는 사이가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느 말랑한 멜로드라마의 수순을 따르지만 두 사람의 표정을 통해 결코 만만치 않은 결과를 끌어내겠구나 싶은 예측이 든다. 그리고 그걸 확인하는데는 많은 시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다. 난데없는 태인의 과거 여자로부터의 압력. 더 이상 불행은 없을 줄 알았던 윤서에겐 이른바 해결하기 어려운 연적의 등장인 셈이다. 이렇게 세 사람의 갈등과 파국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섬뜩한 스릴러 영화를 방불케 한다.





이 영화는 사랑과 집착, 그리고 스스로를 이겨내지 못하는 감정의 절제가 한데 모였을때 과연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 지에 대해 극단의 결론을 내리고 만다. 과연 그런 일이 있을까 의심도 되지만 형사의 말 한마디처럼, 세상엔 별일도 다 있으니 이들의 행위를 두고 혀를 끌끌 찰 것만도 아닌 모양이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고 쉽게 “우리 사랑합시다”라고 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느새 권태와 함께 “우리 이제 그만 만납시다” 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의 관계가 육체적인 관계 그 이상은 아니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일방이 가진 돈 욕심도 아니고, 불안하기만 한 자신의 정체성을 보완해 줄 누군가의 부재를 두려워했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곁에 둘 수만 있다면 불구를 만들어서라도 그렇게 하고 말겠다는 무서운 집착을 결코 사랑이라 할 수 없지만 영화 후반부 윤서가 보여주는 다소 오락가락하는 정서는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어쩌면 그 점이 이 영화가 보여주려고 하는 우리가 흔하게 말하는 사랑의 본질이거나 혹은 그녀의 눈에서만 존재하는 실존하지 않는 것들을 대하는 그녀의 태도쯤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들 커플 외에도 두 세 커플들의 사랑 이야기도 왜곡된 정형으로 묘사된다. 윤서의 이웃집 여자 에피소드도 폭력에 길들여진 채 고착화된 남녀 관계를 살짝 꼬집고 있고, 지금은 사랑 따위도 없으면서 아이를 낳겠다고 고집하는 또 한 명의 여자의 입장도 불편해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사랑이 만들어 놓은 파국은 피칠갑을 떠날 수 없게 잔인해보이지만 사랑하지 않게 되었을 때의 많은 이들의 심정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그 표현이 거칠거나 다소 섬뜩한 수준이라 할지라도. 치정 멜로라는 장르상 여러 차례 베드신이 등장하고 한 장면에서 상당히 공포스러운 장면도 연출된다. 죄짓고는 못 살 것 같은 이들이 선보이는 끝의 ‘사랑’은 어디까지일지 보는 것도 궁금증 때문이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베우 김혜나, 영화 속 윤서 캐릭터에 잘 어울렸다.





멜로 (2014)

Melo 
5
감독
이로이
출연
김혜나, 이선호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한국 | 120 분 | 201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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