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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천재강아지 미스터 피바디 - [리뷰] 아빠, 오늘은 또 어디가?

효준선생 2014. 4. 26. 07:30






    한 줄 소감 : 아빠의 역량에 따라 아이의 성장은 남다르구나
 




영화 천재강아지 미스터 피바디의 두 주인공인 만능 재주꾼 강아지와 똘똘해 보이는 셔먼 사이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둘 다 친 부모를 모른 채 자랐다는 점이다. 이렇게 외톨이가 될 수 있었던 둘이 만나 아버지와 아들로 비혈연 가족 관계를 이룰 수 있었던 건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될 사이였기 때문이다. 세상에 조금 더 먼저 태어난 피바디는 사람을 능가하는 천재적 소양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인간의 말을 할 수 있고, 거기에 발명, 연주, 요리가 수준급이고 노벨상까지 탄 박사라고 하니 말 다했다. 그런 피바디가 굳이 거리에 버려진 아이 셔먼을 입양한다는 설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 초반 역시 유기견들이 주인을 기다리는 장면에서 유일하게 피바디만 선택받지 못한다. 똥개 훈련이 싫다는 그는 그런 이유로 더 공부에 매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고 이른바 성공가도에 든 그는 처지가 비슷했던 셔먼을 받아들이는 데 애를 쓴 것이다. 자기가 낳은 아이도 버리는 인간 세태에 경종을 울린 셈이다.





하지만 세상의 눈은 그리 녹록해 보이지 않았다. 셔먼이 학교에 갈 나이가 되자 피바디는 혹시라도 셔먼이 외톨이가 되거나 왕따라도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개들만 들을 수 있는 피리까지 주지만 역시 피바디의 예견대로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다. 그리고 그 해결방법으로 당사자인 페니라는 여학생과 그의 부모를 집에 초대한다.





피바디라는 캐릭터를 강아지가 아니라 중년의 남성이라고 해도 별 무리가 없다. 하지만 동심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에서 반려견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강아지가 오히려 아동의 부모 역할을 잘 수행해낸다는 사실이 분명 아이들에겐 계도가 될지 모르겠다. 피바디가 아버지로서의 역할 수행은 요즘 아이들이 바라는 잘 놀아 주는 아버지의 상에 상당히 가깝다. 책상에 붙어 앉아 공부만 하라는 닦달도 없고 오히려 자신이 만든 웨이백이라 부르는 시간 여행 기구를 통해 역사책에서도 가르쳐 주지 못하는 신나는 모험의 시간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





시간 여행은 이 영화의 주요 아이템이고 아이들에게도 그야말로 최고 로망이다. 과거로의 타임슬립을 통해 어렴풋이 책에서 알고 있던 시절로 들어가 당시 인물들과 교유를 할 수 있다니, 정말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최고의 아빠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그런데 이 여행 과정을 유심히 들여다 보면 어느새 어린 셔먼이 혼자 기계를 조작하고, 심지어 위험 상황에서 스스로 헤쳐나올 정도로 성장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도 앙숙으로 지내던 여자아이 앞에서 제법 남자로서의 면모도 보이는 걸 보면 역시 아이들은 그냥 둬도 자란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한편 다양한 시공간을 오고가며 보여주는 역사 속의 인물들 역시 재미를 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과학기술과 그림, 반고흐의 자화상, 셰익스피어와 베토벤, 아이슈타인, 심지어는 비교적 최근 인물인 미국 메이저 리그 최초의 흑인 야구선수 재키 로빈슨도 보고 온다. 이런 과정은 모두 아이들에겐 그저 책이나 인터넷에서 글자나 그림으로 접하던 인물과의 조우인 셈인데 그 인물을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는 교육적 효과도 있다.





하지만 마냥 시간 여행만 하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계적 결함으로 과거의 인물들이 현재로 쏟아져 나오면서 벌어지는 다소 난감한 상황을 정리하고 이야기를 종결시키는 역할도 이젠 피바디가 아닌 셔먼의 몫이 될 정도로 이 영화의 지향은 분명하다. 꿈으로만 그쳤던 어린 시절의 동경이나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 부모로서의 역할, 그리고 아이들 스스로의 노력, 이런 것들이 함께 하면서 아이들은 한층 더 성장하고 철이 든 모습, 그런 걸 기대하게 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천재강아지 미스터 피바디 (2014)

Mr. Peabody & Sherman 
9.5
감독
롭 민코프
출연
안지환, 티 버렐, 맥스 찰스, 아리엘 윈터
정보
애니메이션, 가족, 어드벤처 | 미국 | 92 분 | 2014-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