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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거꾸로 된 파테마 - [리뷰] 서로 다른 존재에 대한 이해

효준선생 2014. 4. 24. 07:30






   한 줄 소감 :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지독한 편견이 이런 것 아닐까
 





과학 시간에 중력에 대해 배운 뒤 상당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가 두발로 땅위에 딛고 서있는 것 자체가 우리 스스로의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구가 당기는 힘의 결과라는 사실때문이었죠. 하늘을 향해 제 아무리 점프를 해도 도로 땅으로 떨어지는 게 다 이 중력때문이라니, 인간이 너무나도 나약해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우주인들의 무중력 상태인 우주선 안에서 둥실 떠다니는 상황을 보니 그것도 웃겨 보입니다. 이렇게 중력에 우린 잡혀 사는 것이고 중력이 없다고 해도 우리 마음대로 제대로 움직이지 조차 못하는 무기력한 존재라는 사실에 다시금 어깨가 처질 일입니다.





영화 거꾸로 된 파테마를 보았습니다. 서로 반대 방향으로 몸통을 잡고 있는 자세가 이 영화의 주제를 말해 주고 있습니다. 우선 재작년에 본 영화 업 사이드 다운이 떠오릅니다. 두 개의 행성이 태양을 따라 공전하고 각각의 공간에서 살던 두 남녀가 운명적인 만남을 이어간다는 설정, 대단한 상상력의 발로라는 생각으로 봤던 기억이 납니다. 그 영화에 비해 이 영화는 스케일은 축소된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두 개의 중력이 반대로 작용하는 곳이 결국은 지상과 지하로 나뉜다는 설정도 그렇습니다.





아주 오래전 어떤 엄청난 실험의 잘못된 결과로 인해 지하세계에 빠져든 족속. 그들은 지상에서 사는 사람들과는 반대의 중력을 적용받는다는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영화의 주인공인 파테마와 에이지의 만남이 있기 전까지는 서로의 존재를 정말 몰랐단 말일까요? 어둠 공간 저 끝에 무엇이 있을까에 대해 파테마는 호기심으로 접근했지만 그 전까지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 같은 걸 가진 모양입니다.





어찌되었든 선남 선녀의 청춘이 만난 것이기 어찌 불꽃 튀기지 않을까요. 이들의 행보는 오작교에서 만난 견우와 직녀처럼 애틋하기만 합니다. 당연하겠죠. 잠시라도 놓치면 저멀리 사라지고 말테니 말입니다. 그걸 막기 위해 머리를 쓰는 장면들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단순히 서로 반대로 작용하는 중력을 통해 남녀의 사랑을 노래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좀 넓게 의미를 확장시켜 보면 나와는 서로 다른 존재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지상에서 살고 있는, 아이가 라는 나라는 좀 이상합니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마치 병정들처럼 정해진 시간에 수업을 들으러 가는 모습이 나오는데 아이들의 부모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전체주의 국가 같은 모습입니다. 결정적인 건 하늘을 올려다 보면 안된다는 벌칙 규정도 있습니다. 왜 그런 규정이 있는 걸까요? 무엇이 무서워서일까요?





아이가의 최고 통치자는 지하세계에서 올라온 파테마를 못 잡아서 안달입니다. 그녀가 큰 비밀이라도 알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며 자신이 공고하게 짜놓은 사회 질서를 망가뜨릴까 걱정이 되어서 그러는 걸까 영화는 후자를 더 강하게 압박합니다. 하지만 그런 걸로 이 영화가 어떤 강력한 이데올로기를 설파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세상에 상대적이지 않은 건 별로 없습니다. 자신과 반대로 둥둥 떠다니는 사람을 박쥐 인간이라고 부르지만 상대방이 보면 그가 박쥐인간인 셈입니다. 그런 일은 많습니다. 자신이 하면 로맨스고 상대가 하면 불륜이라는, 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를 나무란다는 말처럼 이 영화는 바로 이런 내가 아닌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중력이라는 과학적 장치를 들고 나온 셈입니다.





전반적인 그림체는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질감이 납니다. 파테마와 에이지라는 남녀 캐릭터도 호감이 갑니다. 특히나 중력을 감안해 공중에서 이리 저리 활강하는 장면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복잡한 구성이 아닌지라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어떤 상황에서 이들의 위치가 뒤바뀌는 건가 따져보는 건 마치 아이큐 문제에서 도형 문제를 푸는 것처럼 좀 어지럽기도 합니다.





과연 이 두 사람, 아니 지상과 지하로 구분된 이질적인 사람들의 교류나 융합은 원만하게 이뤄질까요? 그리고 파테마와 에이지는 거꾸로 매달리지 않고 서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을까요? 혹시라도 두 사람이 나중에 아이를 낳는다면 그 아이는 어떻게 떠다니게 될지 궁금해졌습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거꾸로 된 파테마 (2014)

Patema Inverted 
6.2
감독
요시우라 야스히로
출연
후지이 유키요, 오카모토 노부히코, 오오하타 신타로
정보
애니메이션, SF, 판타지 | 일본 | 99 분 | 201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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