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넥스트 제네레이션 패트레이버 - [리뷰]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어가도록...

효준선생 2014. 4. 22. 07:30







   한 줄 소감 : 로봇 위에 사람있고 사람 위에 밥줄 있다 
 





한때는 유망산업이었던 것들이 있다. 기계화의 흐름 속에서 탄생했다가 그 쓸모를 다하고는 이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것들. 일본 영화 넥스트 제네레이션 패트레이버 에서는 바로 이런 류로 마치 로봇의 형상을 한 중장비를 꼽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골리앗과 불도저, 혹은 포클레인을 섞어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더 이상 산업현장에선 퇴출된 지 오래다. 다시 사용할 수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녹이 나 있다.





특(特)2과(課)라는 로고를 등에 단 일본 특유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 마치 연구소 직원 같아 보이지만 그들은 이제 눈칫밥이나 먹어야 하는 한직으로 인식된 지 오래인 공무원들이다. 그곳에서 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그들이 부르는 자조적이면서도 옛날 군국주의 시절에나 어울리는 노래를 들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커다란 로봇 형상의 물체가 한 켠에 있고 늘 쓸고 닦는 일을 하면서도 그다지 생산성이 있어 보이지 않는 그들. 책상에 앉아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잡담을 하거나 근처 중국식당에서 밥을 시켜먹는데 매진한다. 도대체 그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동명의 만화가 상당한 인기를 끌었고 감독 오시이 마모루는 원작 만화를 거쳐 실사영화를 선보인 셈인데, 로봇 영화의 멋진 모습을 재현한 영화였나 싶었건만, 이 영화는 오히려 로봇이 아닌 인간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철밥통이라는 공무원이면서도 앞날을 보장할 수 없는 불안한 근로 조건에 놓인 사람들, 혹시라도 무슨 일이 터지면 바로 출동해야 하는 5분 대기조와 비슷하지만 그들을 찾는 일은 더 이상 없어 보인다. 다름 아닌 실업의 위기인 셈이다.





이 영화는 로봇이 나오는 공상과학 영화같지만 실제로는 일본 사회에 만연된 불안정한 고용과 평생직장의 꿈을 잃어가는 현대 일본인들의 일상을 꼬집는 사회 고발 성격의 영화다. 그들의 근무 스케줄을 도식화한 애니메이션 장면에서 잘 설명해주고 있다. 사기업에서라면 있을 수 없는 살인적인 근무시간과 용인되지 않는 사적인 시간들. 그 안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로봇이 있는 공간이지만 인간이 바로 로봇 취급을 받는 신세인 셈이다.





그래도 로봇이 있으니 언젠가는 한 번쯤 출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려나 기대를 했다. 물론 어렵사리 출격은 하지만 그들이 둔중해 보이는 로봇을 출격시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어처구니 없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최선을 다한다. 짤리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는 샐러리맨의 현실인 셈이다.





때로는 슬랩스틱 코미디 같은 장면들로 점철되지만 진한 페이소스가 흘러나오는 건 한국의 오늘이라고 달라 보이는 게 없기 때문이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칼퇴근 하고 싶어도 윗사람 눈치도 봐야 하고 막상 근무시간엔 사적인 일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누가 능률 따위를 생각하며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정리해고라는 칼날을 잠시 피하고 나면 기다리고 있는 더 무서운 처분들 앞에서 쩔쩔 매는 모습이 별로 달라 보이지도 않는다.





정말 오랜만에 로봇에 올라타고 출격을 앞둔 여자 조종사의 비장함이 안쓰럽게 보인다. 제대로 조종이나 할 수 있을 지 의심이 되지만 그래도 못한다는 말은 할 수 없다. 먹고는 살아야 않겠나 그게 현실인 셈이다. 이 영화는 미래가 아닌 지금 닥친 현실을 그리고 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이거 움직이는 거 맞을까? 







넥스트 제네레이션 패트레이버 (2014)

The Next Generation Patlabor 
7.4
감독
오시이 마모루
출연
마노 에리나, 카케이 토시오, 후쿠시 세이지, 오오타 리나, 치바 시게루
정보
액션, SF | 일본 | 63 분 | 2014-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