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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이버전트 - [리뷰] 추락하는 것엔 날개가 없다

효준선생 2014. 4. 20. 07:30






   한 줄 소감 : 지도자들은 왜 다이버전트를 싫어할까? 
 





미래사회를 다룬 몇 편의 영화들은 마치 하나의 배경을 돌려 썼는지 비슷해 보인다. 잿빛 시멘트 건물들이 온전하지 못 한 상태로 버티고 있는 모습이라든지, 그 사이에서 활보하는 인물들은 대개 스키니한 은빛 유니폼을 갖춰 입고 마치 로봇같은 걸음걸이를 유지한다든지. 그리고 노을은 늘 기운을 잃고 비틀거리는 노인의 뒷 모습 같다든지. 영화 다이버전트 역시 배경은 유사했다. 세계전쟁으로 지구의 대부분은 초토화 되고 시카고 일대에서만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었다는 설정. 그렇게 따지면 얼마 남지도 않았을 인류임에도 그 안에선 무려 5개의 분파로 나뉘어 각자의 삶을 영위한다.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신분이 정해지고 그 신분 격차는 죽기 전까지는 옮겨갈 수 없다고 한다면 그 답답함도 익숙함 이상의 무엇이 된다. 비록 5개 분파 안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는 살고 있지만 나이가 들면 소정의 검사를 받고 새로운 분파를 선정하기도 한다. 문제는 누군가는 새로운, 누군가는 이전과 같은 분파 안에서 살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좀 이상한 면이 보이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초반에 설명되는 5개 분파는 현재의 입장에서 보면 사회 사업가 혹은 종교인, 노동자, 지식계층, 법률가 그리고 질서 유지를 위한 군인이나 경찰 정도로 이해된다. 그 중에서도 이 영화 대부분을 할애해 그 모양새를 소개하는데 주력한 분파는 이른바 돈트리스로 구성원 대개는 젊은이들이고 용기를 내세운다. 검은 옷을 입고 경찰의 역할을 대신한다.





주인공은 베아트리스가 누구나 다 거쳐야 하는 검사를 받고는 혼란에 빠진 이유는 그녀가 그 어느 분파에도 속하지 않는, 아니 어느 분파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 즉 다이버전트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이 혼란한 시기에 능력자들은 권력을 쥔 자에겐 눈엣가시인 셈이다. 분파 위에 군림하는 지도자들은 이들을 찾아내 없애는데 혈안이 되고 그녀 역시 자신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돈트리스를 선택한 것이다.





돈트리스라는 분파는 이른바 신병 훈련소와 같은 곳이다. 철저하게 상병하복의 계급사회지만 그곳을 그만둔다는 건 무분파, 즉 버려진다는 걸 의미하고 힘든 훈련을 통과한다고 모두에게 수료증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시작때는 그냥 여린 소녀였던 베아트리스가 남자들과의 격투와 사격 그리고 담력 시험등을 거쳐 조금씩 어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고 그들에게 밀리지 않는 요령을 배우는 장면들이 연속되었다.





아무래도 공상과학 영화다 보니 특히나 환상에 빠진 뒤의 모습들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이른바 그녀의 정서라든지, 혹은 적응능력을 테스트한다는 명목인데, 이런 장면에서 다이버전트로서의 능력이 살짝 비춰지긴 했다. 하지만 그녀가 마치 히어로라든지, 아니면 남들보다 월등한 능력을 발휘하며 위기를 탈출하거나 남을 구해내는 장면이 나오며 그녀의 정체를 털어놓지는 않는다. 그런 이유로 도대체 다이버전트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의혹이 해소되지는 않았다.





분파라는 단어는 특히나 피보다 분파라는 말로 자주 사용된다. 즉, 가족을 통해 혈연지간의 정 따위가 아닌 함께 활동하는 동료와의 유대를 더 강조하는 말인데 그것 때문에 마치 이들은 부모도 언제든지 배신하거나 혹은 총을 겨눌 수 있는 인간형으로 묘사된다. 정의를 위해서 그럴 수도 있다곤 하지만 그건 분파의 상이함이 아닌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마련해놓은 룰의 왜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들에게 누군가의 헤게모니가 강요되거나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은 채 공동체 의식이 만연되어 있다면 이 영화는 잘 만들어진 사회파 영화로도 각인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누군가를 이겨내야 하고 심지어 죽여야 내가 살 수 있음을 재차 확인해주는 과정은 번잡스러웠다. 그건 모두가 망가진 미래가 아닌 지금의 모습과도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아서였다.





무수한 훈련을 통해 인위적이고 강압적으로 성장을 거듭해가는 한 소녀의 모습, 그리고 같은 훈련을 받으면서도 훈남 조교에게 살짝 연모의 감정들을 드러내며 로맨스 분위기를 통해 젊은 층의 환호도 겨냥한 점, 커다란 사회 속의 한 개인의 심정적 딜레마를 다룬 것으로 파악했던 이 영화의 장점이자 또 하나의 단점으로 보이기도 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다이버전트 (2014)

Divergent 
8.1
감독
닐 버거
출연
쉐일린 우들리, 테오 제임스, 케이트 윈슬렛, 애슐리 쥬드, 재이 코트니
정보
SF, 판타지, 액션, 로맨스/멜로 | 미국 | 140 분 | 2014-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