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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온리 갓 포기브스 - [리뷰]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

효준선생 2014. 4. 17. 07:37



영화 온리 갓 포기브스의 推薦之色 






   한 줄 소감 :  그들은 마치 향연을 즐기는 듯 싶었다. 
 





한 번 시작된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끊임없이 이어지다 보면 맨 처음 왜 시작되었는지 조차 가물거리게 된다. 복수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많고 대개는 두세 번 정도 맞물리게 되는데 영화 온리 갓 포기브스에서의 복수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복수극의 특이형질인데 그보다 이 영화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영화 드라이브를 통해 자신만의 영상미학을 견지해온 덴마크 출신의 감독 니콜라스 윈딩 레픈과 매니아층이 탄탄한 배우 라이언 고슬링이 다시 손을 잡고 만든 영화라는 사실이다.





이 영화는 무서울 정도로 잔인하다. 피가 튀고 신체 훼손 장면도 여과없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스타일리쉬하다는 형용사가 잔인하다 라는 형용사를 누를 수 있는 건 전후 상황에서 보여지는 칼로 도려낸 듯하게 배치된 미장센 때문이다. 이는 감독 특유의 미학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 영화는 그 극단이라 하겠다. 빛을 활용해가며 태국 특유의 붉은 색 계열이 총동원되고 그 안에서 등장인물들의 동선은 절제되어 있다. 복수를 꿈꾸는 인물들이 보일 수 밖에 없는 경거망동이나 괜한 흥분 따위는 없다. 그저 닌자나 스나이퍼의 발걸음처럼 소리없이 다가가 한 번에 해치우는 따위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의 뒤엔 방사형으로 펼쳐진 네모의 프레임이 있다.





복수의 시작은 아무래도 한 남자의 이유없는 살인에서 비롯된다. 유흥업소 여종업원을 픽(pick) 하는 장면과 그녀를 살해한 뒤에 널부러진 장면, 그리고 그를 기다리는 또 다른 남자. 그렇게 피의 보복은 그 후로도 줄기차게 이어졌다. 영화 제목처럼 신만이 용서한다는 순서는 과연 어디에 이르러 멈추게 될까 악역이 따로 없고 그칠 줄 모르는 살상의 행렬이 관객들이 고개를 저을 때쯤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한 남자의 노래가락. 자신의 행동에 대한 당위성을 위무하고 싶은 모양이다.





경찰 서장은 이 영화에서 자신만의 정의를 지키려는 인물이다. 연이은 살상의 현장엔 그가 휘두르는 동남아 특유의 장검이 같이 한다. 끝이 네모진 칼을 마치 총처럼 사용하는 그의 모습에서 더욱 살벌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그는 거의 대사를 하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하는 자들, 물론 서양인들에게 사주당한 태국인들이다. 그들을 향해 어김없이 날리는 카운터 펀치는 제대로 저항조차 못하고 그 역시 연민 따위는 없다.





미국인이지만 태국에 와서 킥복싱 장을 운영하고 마약 밀수를 일삼는 남자. 그의 형이 죽었다고 엄마가 미국에서 날아와 그에게 복수를 해달라고 하지만 전혀 그럴 기색이 없다. 어쩌면 자신의 운명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무척 얇다. 복수를 꿈꾸는 자와 당할 수만은 없어 갈등하는 자. 그리고 복수를 조장하는 자들 사이에서 칼부림과 총탄 세례가 난무하지만 남는 건 무참하게 뜯겨져 나간 시신들 뿐이다. 과연 이 영화는 무슨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진 것일까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줄리안은 경계인으로서의 삶을 산다. 미국인이지만 미국을 떠나 머나먼 태국으로 옮겨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태국인이 될 수는 없다. 엄마의 입으로부터 믿을 수 없는 그의 과거사가 흘러나오지만 그것이 그의 실체인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는 형의 죽음엔 형의 잘못도 있다고 인정한다. 혈연으로서의 복수같은 건 애당초 없었을 수도 있다. 대신 그가 만나는 태국 여자에겐 상당한 집착을 한다. 결정적으로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은 어쩌면 이 모든 파국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하겠다는 결심인지도 모른다.





감독이 굳이 태국에서 올 로케이션을 감행해가며 복수의 변주를 보여주려고 한 이면에선 처연함 마저 준다. 줄리안의 형이 매춘부를 고르는 장면에서 여자여야 하고 어릴수록 좋다고 하는 장면은 어쩌면 태국을 포함한 동양국가에 대한 그의 이미지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자신의 딸의 죽음을 대신해 살인을 저지른 아버지로서의 정당방위(?) 마저도 희석되고만 상처의 땅에서 권력과 무력을 갖지 못한 자에겐 복수할 기회도 없다는 사실이 참 가슴 아프다.





겉으로 보기엔 깔끔하게 뽑혀 나온 복수극처럼 보여도 그 이면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은 잔혹함이나 무자비함만은 아닐 것이다. 주연배우에 대한 호감 그 이상으로 이 영화의 살벌함은 보고 나면 더욱 진하게 가라앉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온리 갓 포기브스 (2014)

Only God Forgives 
9.1
감독
니콜라스 윈딩 레픈
출연
라이언 고슬링,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비데야 판스링감, 야야잉 라타 폰감, 탐 버크
정보
범죄, 스릴러 | 프랑스, 덴마크 | 89 분 | 2014-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