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그랜드 피아노 - [리뷰] 절실하게 두드려라, 그럼 열릴 것이다.

효준선생 2014. 4. 10. 07:30






   한 줄 소감 :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하나의 팁
 





클래식 연주회가 주는 장엄함과 비례해서 무대 위에서 좋은 연주를 들려주기 위해 애를 써야하는 연주가들의 부담은 얼마나 될까 평소 연습때는 제 아무리 어려운 곡도 훌륭하게 연주해내는 천재 음악가들도 무대위에 올라 청중을 향해 건반을 두드리고 현을 켤때의 부담감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 것이다. 이른바 공황장애의 일종인데, 비단 음악에서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강연을 해야하거나 만원 관중 앞에서 릴리프 투구를 해야 하는 야구 피처, 자유투를 던지는 농구선수, 페널티 킥을 해야 하는 축구 선수들에게도 공통적으로 감지할 수 있는 감정상의 최고조다. 만의 하나 실수라도 하는 날엔 자기 때문에 모든 걸 망쳤다는 자괴감으로 영원한 트라우마로 남는 경우도 있다.





영화 그랜드 피아노의 주인공 톰 셀즈닉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패트릭 구드로의 라 신케트라는 가장 치기 어렵다는 피아노 연주곡을 소화할 유이한 피아니스트였지만 5년 전 치명적 실수로 그는 한동안 두문불출한 상태였다. 그를 다시 청중 앞에 불러 올린 건 스승이 남긴 그랜드 피아노의 마지막 연주자라는 상징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의 순수한 예술적 의도와 달리 이 피아노, 아니 톰의 연주를 겨냥한 또 한 명의 누군가가 있었으니 바로 이 영화를 극적인 긴장 속으로 몰아가는 정체였다.





배우 일라이저 우드는 어딘가 신경질적인 인상과 뭔가에 놀란 모습의 푸른 눈으로 이런 스릴러 영화에 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단구라는 헐리웃 배우로서는 좋은 조건은 아니지만 유난히 단독 타이톨 롤 영화에서 제 몫을 다 해내는 독특한 아우라를 가지고 있다. 이번 영화에서도 무대위에서 어려운 곡을 연주하는 한 편, 자신과 아내를 노리는 정체 불명의 자객을 찾아내야 하고 더불어 자신의 연주를 들으러 찾아온 청중들도 만족 시켜야 하는 어려운 캐릭터를 잘 소화해 냈다. 특히 아마추어 솜씨겠지만 피아노를 그럴 듯 하게 쳐내야 하는 부분에서 크게 어색하지 않게 연기해 냈다.





라 신케트의 의미는 제5악장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범인은 왜 톰으로 하여금 이 음악을 제대로 연주하라고 강요를 한 것일까 그 비밀은 패트릭의 생전 모습과 지금 무대위에 올려진 그랜드 피아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방탕한 생활로 전 재산을 탕진했다고 알려진 그였지만 알고보니 거액의 유산이 스위스 은행에 들어가 있고 그 금고를 열 수 있는 열쇠가 바로 이 피아노 어딘가에 놓여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남겨놓은 라 신케트를 음계 하나도 틀리지 않고 연주해내야 비로소 열쇠가 튀어 나온다는 설정인데, 범인이 노린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열쇠를 찾아내려는 범인의 계략과 과거의 트라우마에 시달린 채 연주때 틀리지 않을까 심려하는 톰의 스트레스가 바로 교차하는 곳에 바로 열쇠가 놓여진 셈이다. 그런데 이 영화, 한 가지 시사를 한다. 공연장에 수많은 청중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옷을 골라 입고 앉아 공연을 듣고 있다. 개중엔 비싼 값을 치르고 들어온 사람도 있고 초대를 받아서 들어온 사람도 있다. 심지어는 클래식 문외한이지만 끌려온 경우도 있을 것이다. 톰이 원격 지시에 따라 예정과는 다른 레파토리를 연주하겠다고 하자 청중들은 그게 뭔지도 모른채 좋은 곡을 듣게 되었다며 환호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갈 무렵, 톰은 예상외의 선택을 하게 된다. 





영화 그랜드 피아노는 클래식과 스릴러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를 잘 결합해낸 독특한 소재의 장르영화다. 막판에 액션이 가미된 점이 예상외지만 진부할 수 있는 내용 전개에 중간 중간 포인트를 준 것들, 그리고 과연 열쇠는 누구의 손에 들어가게 될지 궁금증을 유발한 점등,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쫄깃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그랜드 피아노 (2014)

Grand Piano 
10
감독
유헤니오 미라
출연
일라이저 우드, 존 쿠색, 케리 비쉐, 탬신 에거튼, 알렌 리치
정보
스릴러 | 스페인 | 90 분 | 2014-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