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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 - [리뷰] 댁네 두루 평안하신지요?

효준선생 2014. 4. 12. 07:30






    한 줄 소감 : 개인주의적일 것 같은 백인의 가정도 우리네와 흡사하군
 





아이가 태어나면 많은 어른들이 한 아이만을 쳐다보게 된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어른들이 나이를 먹게 되고 자연의 순리대로 차례로 저 세상으로 간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하고 다시 아이들을 낳으며 수적인 균형을 이루며 만들어 내는 단위를 우리는 가족이라 부른다. 하지만 세상이 마음대로 정해지는 것도 아니다. 어릴 적엔 주변에 여러명의 어른들이 우리 집에 들락날락 거렸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가면 갈수록 왕래도 뜸하고 출가도 하고 타계도 하면서 어느새 몇 남지 않았다. 그래도 가족은 가족인 셈이다.





최근 가족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이른바 봇물 터지듯 만들어지고 있다. 가장 보편적인 소재이면서도 여전히 많은 스토리텔링을 만들 수 있는 부분. 우리 집 이야기다. 미국 오클라호마 오세이지 카운티 베벌리 가문의 이야기가 영화로 나왔다. 영화 어거스트 : 가족의 초상에선 이 댁 식구들의 막장을 타는 듯한 스토리가 마치 남의 일 같지 않게 흘러나왔다.





구강암을 앓고 있고 하루도 약이 없으면 버틸 수 없다는 엄마 대신 먼저 죽음을 택한 아버지, 익사체로 발견되었지만 영화에선 그게 자살인지 타살인지 사고사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아마도 스스로의 결정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죽음이 현재의 일이라면 이 영화에서 주요한 스토리를 과거를 지향하고 있다.





장례식을 이유로 전국 각지에서 흩어져 살고 있던 가족들이 모여든다.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차녀, 그리고 이모와 이모부, 장녀 부부와 셋째 딸과 약혼남. 장례식이 끝난 뒤에 도착하고선 괜히 자책하는 이모의 아들. 여기에 올해 열 네 살임을 무척이나 강조하는 장녀의 딸. 이렇게 한 데 하나 혹은 둘 셋씩 모인 이곳은 미국에서도 상당한 오지에 속하는 시골이다. 주변에 변변한 상점도 없는 전원 마을에 부부와 도우미 한 명이 살고 있는 집에 이렇게 많은 가족(?)이 한 데 모인 적이 없었다.





살갑게 굴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도 잠시, 이들은 서로가 가지 상처를 덧내는데 혈안이 된 듯 군다. 도대체 이들 사이에 무슨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초반 영화를 보면서 서로간의 관계가 제대로 정립이 안 되어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이들이 모두 모인 밥상머리에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물론 그 자리는 과거의 이야기 보다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물론 쉽게 좋게 끝날 리가 없었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이야기들은 뒤에 몰려있다.





이미 공개된 바와 같이 이들은 서로 작은 단위의 가족을 이루고 있거나 그럴 계획에 있다. 하지만 별거 상태거나 위험한 약혼 상태거나 혹은 이뤄질 수 없는 사이다. 그런데도 자신들의 소단위 가족은 문제가 없다거나 혹은 언급을 회피한 채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상처를 긁는데 매몰된다. 아마도 보상심리로 보인다. 그래야 자신의 상처가 주는 쓰라림을 잠시 잊을 수 있을테니 말이다. 누군가는 못 견뎌 그곳을 떠나고 누군가는 어쩔 수 없는 남지만 이내 한산해진 그곳. 떠들썩했던 오세이지 저택에 고요함이 돌고 가족이 아닌 남에게서 위안을 받아야 하는 한 초로의 여자가 흐느낀다. 그게 인생인 듯 싶다.





이 영화는 본격적인 가족 드라마다. 이 영화 속 구성요소중에서 한 두가지는 실제 우리 가족에게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그걸 한 가족에다 몰아 넣고 보니 정신이 없을 정도로 빵빵 터지고 만다. 위태롭지만 이질적이지 않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비밀을 공유할 수 없음은 다들 알고 있고, 아무리 가족이지만 프라이버시도 지켜줘야 한다는 것쯤은 불문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마음 한 구석을 걷어차는 건 분명 저들 중 한 사람이 나의 미래일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사람 사는 건 미국이나 한국이나 비슷하지 않은가.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사진은 훈훈해 보이지만 기막히게도 다들 딴 생각을 하고 있다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2014)

August: Osage County 
8.2
감독
존 웰스
출연
메릴 스트립, 줄리아 로버츠, 베네딕트 컴버배치, 이완 맥그리거, 크리스 쿠퍼
정보
드라마 | 미국 | 121 분 | 2014-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