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런치박스 - [리뷰] 오늘도 맛있는 점심식사하셨나요?

효준선생 2014. 4. 7. 09:22






   한 줄 소감 : 혼자 밥먹는 사람들을 위한 소통의 메시지
 





평일이면 늘 같은 시간에 알람에 맞춰 일어나 아침을 먹고 거의 비슷한 시간에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회사로 출근을 한다. 오전 근무와 한 시간 남짓한 점심과 휴식시간 그리고 상황에 따른 오후 근무시간, 회식등 약속이 없으면 아침과 반대로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 잠시 텔레비전을 보거나 가족들과 하루의 일상을 이야기 하곤 잠자리에 든다. 일부러 장황하게 보편적인 일상을 써보고 나니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삶을 사는 것 같다.





간혹 이런 무료하고 반복적인 삶이 무어냐며 사표 던지고 해외여행을 다니며 세상을 보는 눈도 넓히고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찾는 사람도 있긴 하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우리네 인생이라는 게 태어나 길러지고 학습하고 성인이 되어 일가를 이루고 아이를 낳고 돈 좀 벌다 다시 저세상으로 가는 것이라면 그저 큰 원안에 작은 원, 그리고 좀 모양이 틀어진 타원 정도에서 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영화 런치 박스는 이렇게 루틴하기 그지 없는 일상이 어느날 틀어졌을때 일어날 수 있는 불가예측한 상황을 작은 점심 도시락 하나로 이야기를 불려놓은 인도 영화다. 이 영화가 기존의 인도 영화와는 다른 점은 과도한 대사처리나 오버 액션, 그리고 신명나는 한바탕 뮤지컬 트랙 같은 장치들이 안보인다는 것이다. 대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데 무척 진솔하고 현재 인도인들이 안고 있는 개인적인 고민을 우리가 봐도 공감이 될 정도로 핍진하게 그리고 있다.





인도엔 점심 도시락 배달만을 전업으로 하는 직업군이 있다. 샐러리맨은 워낙 복잡한 교통수단에 시달리는 통에 도시락을 이고 지고 출근할 수 없고 더운 기후탓에 아침 도시락을 점심까지 상하지 않게 유지할 수가 없다. 그래서 집에 있는 와이프가 점심 시간에 맞춰 도시락을 준비해놓으면 점심 배달맨들이 이 도시락을 각각의 회사, 정확하게는 본인 테이블까지 가져다 주는 독특한 시스템이다. 이게 가능한 건 기계이상으로 정확한 그들의 기억력 때문인데 이 영화에선 불가능하다고 여겨진 배달 사고로부터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정성스럽게 만든 도시락이 남편이 아닌 엉뚱한 사람에게 전달되고 그걸 받은 남자는 늘 받아 먹던 도시락 전문점 것이 아니라 무척 흡족해 한다. 쪽지를 도시락 빈통에 담아 보낸 이후 일면식도 없는 외간 남자와 전업 주부간의 은밀한 소통이 시작된다. 상당히 보수적일 것 같은 인도에선 이런 행위조차 용납될 것 같아 보이지 않지만 오고가는 도시락통 메모를 통해 세상살이에 대한 아쉬움과 상대방에 대한 애틋함이 점점 커진다. 게다가 남편이 외도를 하는 것 같다는 전언을 듣고는 잠시 다른 생각까지 하게된 남자. 이 사람에게도 사연이 많다.





한 직장에서 회계일로만 20년을 근속 했다면 성격이 어느 정도 잡힌다. 후임으로 들어온다는 젊은 친구와의 실랑이를 통해 세대간의 소통도 만들어지고 퇴근 후 이웃집의 화목한 식사 장면을 멀거니 바라보는 초로의 남자에게 행복하게 산다는 게 과연 무엇인지 되새김 하게 했다. 그가 불쑥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다는 부탄을 이야기 하는 것도 그 맥락이다. 인도와 부탄을 국경을 마주할 정도로 가까운 곳인데도 단지 물가가 싸다는 것 말고 그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다며 부러워 하는 건 인도 사람들의 정서적 갈증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두 사람 외에 가난하고 고아에 키도 작아 여자 쪽 장인이 반대하는 바람에 결혼을 미루는 청년의 이야기와 천장에 달린 실링팬에만 반응하는 남편을 15년으나 병구완 하는 윗층 아줌마의 에피소들들 역시 늘 그런 삶에 익숙한 사람들이 어떻게 그걸 깨고 나가는 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짙은 옥색의 도시락 가방, 그리고 스텐리스 찬합통, 늘 같은 모습이지만 매일 다른 반찬으로 장식할 수 있는 고마운 한 끼 식사, 참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사람의 정을 담뿍 담을 수 있는 도구다. 그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늘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을 바꿀 수 있는 매개가 된다는 건 신선함이다. 도시락은커녕 짧은 시간을 내서 찾아간 식당에서 눈칫밥이나 먹어야 하는 오늘이고 보니 더욱 그래보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런치박스 (2014)

The Lunchbox 
9.5
감독
리테쉬 바트라
출연
이르판 칸, 님랏 카우르, 나와주딘 시디퀴, 덴질 스미스, 바라티 아치레카르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인도, 프랑스, 독일, 미국 | 104 분 | 2014-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