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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라클레스 : 레전드 비긴즈 - [리뷰] 신의 아들, 독재를 종식하다

효준선생 2014. 4. 8. 07:30






   한 줄 소감 : 잔가지를 쳐낸 복잡하지 않은 줄거리가 좋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창업군주나 통일군주들에겐 일정 수준의 남과 다른 거친 야망이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흩어진 민심을 한데 아우르거나 지금보다 넓은 땅덩어리를 취하는데 무리가 따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1,400여 년 전 그리스의 부족 국가의 수장이었던 암피트리온은 무력을 앞세워 인접국가를 하나 둘 씩 복속시키는데 그 와중엔 겉으로만 항복하고 내심 불만을 품은 사람들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무력이 휩쓸고 지나간 뒤엔 유화책도 있게 마련이지만 이 사람에겐 그런 통치술은 부족했던 모양이다. 아무튼 그 불만은 자신의 아내 알크메네로부터 본격적으로 발아되었다. 그녀가 찾아간 곳은 여신 헤라의 거처, 그녀에게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레스를 잉태하도록 요청하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해낸다.





영화 헤라클레스 : 레전드 비긴즈는 힘의 상징으로만 알고 있었던 반신반인의 정체성을 가졌던 헤라클레스의 출생의 비밀,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애틋한 만남과 이별, 폭군 군주이자 자신의 의부에 해당하는 암피트리온과의 알력을 상당히 재미있는 서사로 풀어낸 작품이다.





제우스의 아들로 인간세상에서 태어난 헤라클레스는 어릴 적 이름은 알키데스였다. 즉, 모친과 몇몇 측근을 제외하면 아버지조차 그의 실체를 몰랐다는 점이다. 특히 이복 형제이자 다음 왕위 승계자인 이피클레스의 견제는 대단했다. 일례로 엄청난 괴력의 사자사냥에서 그 둘의 성격이 극명하게 드러났고, 형이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혼인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두 사람은 원수지간이 되고 만다. 부친과 형의 농간으로 전쟁터로 간 그는 극본대로 적국의 노예가 되고 이후 극적으로 다시 귀환하지만 헤라클레스 앞에 놓인 현실은 전과는 달라져있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의 삶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재미있는 게 있다. 비록 모친을 제외하면 그의 편이라고는 거의 없지만 그래도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모친을 지극정성으로 수발한 한 늙은 신하와 마지못해 출정은 했지만 부하들을 모두 잃고 헤라클레스와 함께 잡혀 노예 신세가 된 장군, 그리고 암피트리온의 폭정에 못이겨 근근이 살아가는 피지배 지역의 가난한 백성들에게 헤라클레스는 말그대로 구세주였던 셈이다. 헤라클레스가 이들과 함께 결의를 다지고 암피트리온을 찾는 장면은 혁명과도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영웅의 등장을 알리는 시작점에서 이 영화가 시사하는 건 단순히 괴력의 소유자의 인생 역정만은 아닌 듯 싶었다. 헤게모니를 움켜쥔 자의 통치에 대한 현명한 이해가 없다면 그저 넓은 영토를 얻는 것만으로는 세상의 긍정과 지지를 얻을 수 없는 것과 헤라클레스의 몸을 통해 하늘에게서마저도 그런 방식의 통치는 인정받을 수 없음을 은근하게 암시하고 있다. 지금 지구상엔 수많은 통치세력들이 군림하듯 자리하고 있다. 명목상 민주적이고 공정한 절차로 그 자리에 올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하는 걸 봐서는 암피트리온과 별로 달라보이지도 않는 경우도 있다. 헤라클레스는 단지 하나의 개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작은 눈 뭉치가 구르고 굴러 커다란 눈사람이 되듯, 민심을 이반하는 그들을 단죄하는 건 세상의 노여움이다. 헤라클레스는 그 대표가 아닐까 싶다.    





그리스 신화의 일부분을 채택해 영화한 작품들은 이미 알려진 이야기의 각색 때문에 지루하거나 혹은 신화 전설이라는 특징상 실사로 구현해내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특히 상당한 물량을 투입해 전투씬을 찍는 다든지, 혹은 CG를 남발해가며 이야기의 흐름을 잡아 먹기도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우를 어느 정도는 막아 낸 셈이다. 그 가운데는 켈란 루츠라는 신예 배우의 활약이 돋보인다.





세상에서 가장 힘센 캐릭터로 등장한 터라 기본적으로 탄탄한 몸매가 있어야 했고 크레타의 히비 공주와의 로맨스를 담기 위해서는 적당하게 섹시한 외모도 갖춰야 했는데 켈란 루츠는 두 가지를 모두 겸비한 수준이다. 아직은 야성미가 디테일한 연기력을 압도하는 수준이지만 이번 영화가 시리즈물의 서두에 해당하기에 다음 영화도 기대하게 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헤라클레스 : 레전드 비긴즈 (2014)

The Legend of Hercules 
7.1
감독
레니 할린
출연
켈란 루츠, 가이아 와이즈, 스콧 앳킨스, 로산느 맥키, 리암 개리건
정보
액션, 판타지 | 미국 | 99 분 | 2014-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