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슈퍼미니 - [리뷰] 작은 고추가 맵다

효준선생 2014. 4. 11. 08:00






  한 줄 소감 : 작은 것들이 지켜내고자 하는 은근과 끈기를 배우다
 





영화 슈퍼미니는 참으로 독특한 영화다. 어린 무당벌레를 내세워 앞으로 살아가야 할 자연을 경험하고 자신을 도와줄 개체와 그렇지 않은 개체를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한 뼘 더 커가는 모습을 예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는 우선 눈이 편하다. 푸르른 자연의 실사를 총동원해 배경으로 삼고 그 안에 너무나도 작아 평소엔 눈에 띄지도 않을 존재들을 집어넣고 꼬물거리게 했다. 그럼에도 도망치고 하늘을 날고 공성전(攻城戰)에 이르면 여느 블록버스트급 액션 무비에 못지 않는 비주얼도 선사한다. 처음엔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작은 것들이 인간의 전투와 별로 다르지 않은 火攻과 수비 속에서 위력을 뽐내는 걸 보니 어느새 영화 안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받는다.





풀잎사귀에 의지해 알에서 깨어난 빨간 무당벌레, 이내 가족과 떨어져 혼자가 되지만 파리 떼의 짓궂은 공격을 받고는 날개 한 짝을 다쳐 날지 못하게 된다. 날아다니던 것이 날지 못해 받아야 하는 고통은 일개미 떼를 만나며 현실화 되지만 같은 곤충계열이면서도 개미와 파리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때부터 무당벌레에겐 세상엔 자신을 공격하는 놈과 도와주는 은인으로 갈린다는 걸 배우게 된다.





아마 거의 대부분의 곤충들에겐 설탕은 외면하기 어려운 먹거리일 것 같다. 일개미들이 각설탕을 발견한 뒤 보여주는 엄청난 괴력은 웃기면서도 자못 진지하다. 그 먼 여정을 오로지 각설탕 운반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안쓰러울 정도지만 소위 개미탑에 이르러 보여지는 그들만의 성실함과 근면성은 역시 일개미라는 느낌을 받게 한다.





이렇게 무당벌레와 일개미만의 여정이라면 이 영화는 무척 심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적수는 바로 붉은 색을 띤 불개미 떼들이다. 각설탕 한 개로는 만족을 못하고 끈질긴 추격전을 벌이는 그들은 모습에서부터 그렇게 호감가게 생기지도 않았고 나중에 엄청난 공격력을 과시하는 장면에서 보듯 무척이나 호전적인 이미지였다. 각설탕을 개미탑까지 옮기면서 중간에 끼어드는 다양한 장애물들도 한몫 한다. 강에서 사는 송어와 거대한 폭포, 그리고 나중에 성냥을 가지러 갈 때 등장하는 거미까지, 자연은 이렇게 고난과 희망을 함께 주는 모양이다.





작은 생명체가 꼼지락거리는 게 뭐가 재미있냐고도 하겠지만 우주 안에서 우리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수 백층의 빌딩을 짓는다는 걸 보면서도 그게 바벨탑의 운명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무섭기도 하고 인간이 뿌려대는 소화전 액체에 의해 전부 녹아내린 개미탑의 모습이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작은 개미와 무당벌레와 마찬가지로 자연 속에서라면 인간도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다친 날개로 자신과 함께 했던 일개미를 도와주려는 심성, 자기 보다 더 작은 무당벌레가 파리들에게 자신이 당했던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는 재치있게 피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모습등, 마냥 어리기만 했던 무당벌레가 어느새 이만큼 자란 모습이 이 영화 역시 성장담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연에서 인간이 배워야 할 것들은 무척 많다. 올림픽 며칠 하려고 수백 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늙은 나무를 아무렇지도 않게 베어낼 수 있다는 마인드를 가진 한 자연은 결코 인간을 보호해주지 않을 것이다. 비단 나무들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그 나무 주변에서 서식하고 기생하는 눈에 보이지도 않은 수많은 생명체들의 하소연에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이 영화를 보고난다면 분명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슈퍼미니 (2014)

Minuscule: Valley of the Lost Ants 
7.9
감독
엘렌느 기로, 토마스 사보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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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액션, 어드벤처 | 프랑스 | 88 분 | 2014-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