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마이 보이 - [리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런 사랑

효준선생 2014. 4. 7. 07:30






  한 줄 소감 : 남겨지면 알게 될까 그때가 사랑이었음을...
 






신산해보였다. 간신히 버티고 있는 것 같았다. 누가 툭 하고 치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울 것 같았다. 영화 마이 보이의 여주인공의 모습이다. 그녀를 둘러싼 환경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교통사고로 남편은 죽고 작은 아이는 보조도구를 착용하고 산다. 큰 아이는 충동장애를 겪고 있고 심리 치료를 받는 중이다. 마트에서 생활비와 아이들 병원비를 벌고 있지만 그녀의 얼굴을 통해 그녀의 요즘을 발견하기란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우선 이 영화는 연출자의 이름을 밝혀야 한다. 그 유명한 타운 시리즈 3부작과 작년에 차례로 개봉한 불륜의 시대와 무게의 전규환 감독이다. 단 한 편이라도 이 영화를 봤다고 감독이 지향하는 연출관으로 인해 어쩌면 자극 그 이상의 충격을 받을 지도 모른다. 쫄깃한 대사, 인위적으로 설정된 상황, 어디선가 봤을 법한 극적인 효과들. 이런 건 거의 찾기 어렵다. 기존 상업영화 문법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불친절을 바로 느낄 법하다.





그런데 묘한 것이 한 번 보고 다시 한 번 또 보면 그런 불친절이 오히려 영화의 본 맛을 느끼는데 도움이 되고 있음을 시나브로 깨닫게 된다. 다소 거친 영상, 회색빛 주조의 컬러. 과소(寡少)한 대사.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신세대 스타 배우들이 아닌 연기파 배우들이 그의 영화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가 하고 싶은 말들이 당의정이 아닌 한약 원재료처럼 눈에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그런 요소들이 많이 희석되고 이야기 자체도 풍성해졌다. 비록 모두가 신나서 웃고 떠드는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우리의 삶 자체가 희극보다 비극이 더 많은 것처럼 힘든 일상을 시간 안에 상감(象嵌)시켜 버렸다. 그 중 가장 압권은 아픈 동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하여 죄책감에 시달리는 아직은 어린 형이 미친 듯이 드럼 스틱을 휘두르는 장면이다. 드럼 커버를 뚫어 버릴 듯한 기세로 그가 쳐대는 드럼 소리가 동생을 먼저 보내는 형이 연주하는 진혼곡처럼 들렸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정도 차이가 있지만 다들 일정수준의 자책감을 안고 산다. 교통사고 남편을 먼저 보내고 자기만 살았다는 엄마, 그리고 어린 동생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다시 사고를 당하게 해서 병상에 눕혔다고 생각하는 형, 그리고 아끼는 후배의 가족을 아내의 까칠한 질투로 인해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생각하는 어느 도예가. 그들이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내 삶은 왜 이렇게 힘들고 누군가로부터 위로 받지못할까로 고민하는 장면들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하지만 위로는 이미 서로에게 흘러 넘쳤다. 주저 앉아 포기 하지 못하도록 손을 내밀고 있다. 그 손을 차마 잡지 못하거나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아픈 동생이 멀쩡한 모습으로 오버랩 되며 주위를 환기시킬 때 그들은 무심해 보였다. 어쩌면 남겨진 자들이 흔히 갖게 되는 자괴감 같은 걸로 보였다.





아프고 그들을 돌봐야 하기에 생활자체가 비뚤어진 가족을 많이 봐왔다. 남들이 즐거워 깔깔 거릴때도 가슴 한 켠에 돌덩어리라도 매단 듯 무거운 마음을 차마 내려놓지 못하고 산다. 그들에게 해줄 말도 별로 없다. 언젠가는 먼저 떠나보내야 할 사람들이 가족 안에 있듯이 그게 순서대로인지 아니면 먼저 찾아오는 지의 차이다. 부모이기에, 한 살이라도 더 먹은 형이기에 가질 수 밖에 없는 부담이라면 시간이 흘러 저만치 간 뒤에 조금씩 퇴색되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실제 드러머인 이석철은 이번 영화로 데뷔한 셈이지만 극 중 캐릭터에 맞는 연기를 잘 해냈다. 

엔딩을 장식하는 폭발적인 드럼 연주는 말그대로 클라이막스를 장식한다. 





마이보이 (2014)

My Boy 
9.1
감독
전규환
출연
차인표, 이태란, 이석철, 조왕별, 조예쁜별
정보
드라마 | 한국 | 99 분 | 2014-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