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스케치 - [리뷰]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몇가지 방법

효준선생 2014. 4. 6. 16:00






   한 줄 소감 : 지금보다 치열하게 살고 싶다면 사람 속으로 뛰어 들어야...
 






여자가 그림이 그려진 포트 폴리오를 찢어 강 위로 날리는 장면과 함께 영화 스케치가 시작된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외치는 듯 그녀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무엇이 그녀를 힘들게 하고 있는가 그녀 개인만의 문제로만 여겨지지 않는 건, 그만큼 그 또래 청춘들의 삶이 녹록치 않은 현실 때문이다.





영화 스케치는 좀 다른 방향에서 이목을 끌려고 애를 썼다. 주연으로 나온 여배우 고은아의 노출을 앞세웠지만 그녀의 두 어 차례의 속 옷 차림의 모습과 얕은 정도의 베드신만으로 이 영화를 무슨 에로 장르의 영화라고 하기엔 민망했다. 그보다는 잘 안풀리는 현실로 자괴감에 빠진 어느 젊은 여성 화가의 고뇌 정도로 이해하면 되는 드라마였다.





또 하나의 캐릭터로 등장하는 이웃 팬케익 가게의 남자는 미스테리한 인물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뒤 자신도 모르는 일종의 독심술, 상대방의 현재 상태를 인식할 수 있는 초능력을 갖고 있다는 그에게 이웃에 사는 청초한 매력의 여성 화가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리 없었다. 제법 모성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외모에 번듯한 디저트 전문점을 운영하는 젊은 남자는 호사가의 입방아에 오를만해 보였다.





이렇게 남자와 여자의 만남과 관계, 그리고 오해와 갈등이 오락가락 하는 가운데 좀더 심도 깊은 설정은 미술을 하는 사람에게 작품이 아닌 몸을 요구하는 기성세대들의 육욕에 대한 것들이다. 여자가 자신이 아끼는 포트 폴리오마저 북북 찢게 할 정도로 화가 난 계기도 화랑에 전시도 하고 그럴려면 자신에게 잘 보여야 한다며 치근덕거리는 관장에 대한 분노의 표시였으며 밀린 방세를 낼 여력이 없어 찾아간 선배의 미술학원에서의 굴욕도 따지고 보면 세상은 그녀의 그림 솜씨라든지, 혹은 캔버스 위의 작품이 아닌 그녀가 가진 성적인 매력에 더 관심을 갖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들이다.





화가가 작품이 아닌 자신의 몸을 요구하는 미술계의 기득권 세력들에게 항거하는 방법은 별게 없었다. 방에 틀어박혀 연신 담배를 피워대며 그림을 그리거나 단식에 가까운 절식을 하는 수준이었다. 그녀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이 바로 음식물 섭취가 안된다는 것과 담배였다. 둘다 건강에 좋을 리 없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방어기제와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속적으로 선택한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남자의 눈에 그녀는 확실히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인식되었을 것이다. 밀린 방세를 대신 내준 것도, 사랑하는 마음이 들어 하룻밤 관계를 맺은 사이면서도 더 가까워질 수 없었던 것도 남자보다는 여자의 심리에 더 초점을 맞추고 진행을 한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만약 실제 저런 상황이라면 여자에겐 어떤 돌파구가 필요할지 생각을 해보았다. 자신의 그림에 자신이 있고, 전시가 필요하다면 굳이 기성 미술관만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엔딩 장면에서 그 힌트를 던져 준다.





세상은 넓고 사람들의 스타일은 모두 제 각각이다. 정신적 방황을 통과하며 그려낸 그녀의 그림은 대개 추상화다. 언뜻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아 보였다. 그녀에겐 팔릴 그림이 필요한 걸까 아니면 자신의 마음을 그린 이 그림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했던 걸까? 마치 이 영화의 흐름과 같아 보였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스케치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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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혁종
출연
고은아, 박재정, 주민하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94 분 | 201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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