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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쓰리데이즈 투 킬 - [리뷰] 갈때 가더라도 하고 싶은 한가지 일

효준선생 2014. 4. 6. 07:02






  한 줄 소감 : 아버지로서 참 인정받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외모상으로도 이젠 은퇴할 나이가 되어 보이는 초로의 남자가 작전 수행도중 숨을 헐떡거리며 용의자 앞에서 바닥에 쓰러진다. 급기야는 열심히 도망치던 용의자가 무슨 일인가 쳐다보는 상황에 이르는데 잠시 숨을 돌린 화면에서 그는 뇌종양 판정을 받는다. 그리고 길어야 몇 개월 정도 더 살 수 있다 하니 총알이 빗발치던 현장에서도 살아남았던 비밀 요원 에단 레너는 자신의 운명에 대해 비참한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영화 쓰리데이즈 투 킬은 포스터나 홍보문구만으로 보면 비밀 요원들의 은밀하거나 아니면 박진감 넘치는 작전 수행과정을 그린 첩보 물로 생각하기 십상일텐데, 오히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어느 아버지와 오랫동안 떨어져 살았던 아내와 이제 어느덧 남자친구를 데리고 다니는 하이틴이 된 딸의 밀고 당기는 이야기로 가득 차있다.





수많은 첩보 물들에선 가상의 적, 혹은 적국을 대상으로 뛰어난 요원들의 활약을 군더더기 없이 보여주었거나, 혹은 에스피오나지 영화들처럼 조직을 위해 헌신했다가 버림받고 여기에 저항하는 비극적 요원의 이야기를 다룬바 있다. 그런데 이 영화의 본질은 마지막 가는 아버지로서의 부성애가 주요 골자고, 심하게 말해서 주인공의 직업이 비밀 요원이 아니라 거리의 과일가게 행상이라고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어 보였다. 그만큼 극 흐름은 주인공의 인생 마무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그의 오늘을 보면 일단 가족과는 떨어져 지낸지 오래다. 극 중에서 딸이 5년 동안 코빼기도 안 비춘 다고 하고 딸이 태어날 때 그 자리에도 없었다고 하니 그런 딸에게 이제 와서 아버지로 인정받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그럼에도 한 번 기회를 줘보자는 연출자의 입김이 강하게 반영되어 딸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아버지의 접근을 서서히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이런 일 밖에 모르는 아버지와 반대로 한동안 비워 두었던 파리의 아파트에 객식구로 들어와 살고 있는 아프리카 불법 이민자 가족의 모습은 상대적이다. 딸이 출산을 앞두고 있다 하여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만 자신의 아파트에서 어색한 동거를 허락한 그에게 이들 가족의 모습은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늘 혼자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던 자신의 모습과는 달리 여러 가족이 마치 덩어리를 이루며 사는 모습, 그리고 딸을 출산하는 과정에 자신의 그림자를 반추할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이렇게 아버지로서의 자세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다소 지루한 느낌을 감출 수 없었다. 죽어가는 요원에게 접근해 필요한 임무를 수행하면 현재 임상실험중인 특효약을 주겠다고 하는 또 다른 요원과 그 말을 듣고 자신의 건강상태도 감당 못하면서 열심히 혼자 거리에서 카체이싱을 하는 모습을 보면 이질적인 두 편의 영화가 섞여있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요원 영화에 자신이 있는 맥지 감독과 카체이싱 장면과 프랑스 특유의 인간애를 집어넣고 싶어한 뤽 베송 감독이 이 영화를 나눠 찍은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 게 바로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 낸 셈이다.





액션과 홈 드라마가 섞인 양상이면서도 코미디로 적지 않다. 잡아 들여야 할 목표에 접근하며 그의 운전사를 고문하면서도 쌍둥이 아버지라는 그의 처지에 공감하고 심지어 자문까지 얻으러 가는 모습이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다. 또한 딸의 남자 친구와 상견례를 하면서 정말 세상은 좁다며 등장해 주신 바로 그 목표물의 정체가 드러날 때 아예 웃기려고 작정을 한 모양이구나 싶기도 했다.





올해 예순인 케빈 코스트너는 과거 최고의 영예였던 영화 보디가드에서 휘트니를 받쳐 들고 안전지대로 옮겨가는 모습을 이번 영화를 통해 재현하는데 충실했고 비슷한 연배와 이미지를 풍기는, 요즘 다작을 하는 리암 니슨과 자꾸 비교하게 되는 것도 어쩌면 이 영화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인 듯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쓰리데이즈 투 킬 (2014)

3 Days to Kill 
8.7
감독
맥지
출연
케빈 코스트너, 엠버 허드, 헤일리 스타인펠드, 코니 닐슨, 리처드 새뮤얼
정보
액션, 스릴러 | 미국 | 116 분 | 2014-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