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백프로 - [리뷰] 섬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눈 희망 바이러스

효준선생 2014. 4. 4. 07:31






   한 줄 소감 : 심심할 정도의 착한 영화에도 푹 빠지는 오늘 같은 날이 있다. 
 




아이들이 자라는 걸 보면 시간이 참 빨리도 흐른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영화 화이에서 덩치 큰 삼촌들에게 밀리지 않을 만큼 성장한 배우 여진구가 초등학생으로 나오는 영화 백프로를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럼 이 영화는 언제 찍은 거지?





아주 잘나가던 골프 유망주가 술과 여자라는 운동 선수에겐 금단의 과실과도 같은 것들과 어울리며 한 순간에 슬럼프로 빠져들었고 이를 말리던 매니저까지도 불귀의 객으로 만든 사건, 세상 사람들은 곧 잊고 말았지만 당사자에겐 씻을 수 없는 마음 속 상처로 남았다. 그리고 선택한 경남 통영의 어느 작은 섬마을.





요즘엔 교통이 좋아져 들고나는 배 걱정은 안한다지만 이곳은 하루에 딱 두 번 배가 들고 나는 통에 그 배를 놓치면 그 섬에 갇힐 수 밖에 없다. 학교 정원이라고 전 학년 합쳐 달랑 6명, 그런데 가르칠 선생이 없는 탓에 폐교 위기에 몰리자 교장 선생은 체육 특기생으로 대학 공부를 하고 교사 자격증을 따놓은 백세진을 섬으로 부른 것이다. 그가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인 백프로다.





운동 선수 중엔 프로로 뛰는 경우도 많지만 유독 골프 선수에게만 성에다 프로라는 호칭을 붙이는 것도 특이한데, 성씨가 백이니 마치 100%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미 한 번의 실패와 나락을 경험한 그에겐 말을 못한다는 그날 사고의 후유증과 대인기피라는 아픔을 겪는 중이다. 그런 그가 과연 아이들과 어울려 수업을 진행하고 골프를 가르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아이들을 위한 착한 영화다. 앞부분에 백프로가 룸살롱을 드나드는 장면만 흐릿하게 감춘다면 이 영화는 전체 관람가가 되도 좋을 만큼 온 가족이 관람해도 좋을 정도다.  이 말은 다시 바꾸면 요즘 한국 영화를 꿰뚫는 자극적이고 강렬한 시퀀스는 없다는 말과 같고 조금 심하게 과장하면 10년 정도 앞당긴 정서가 폴폴 나는 것 같다.





백프로가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설정이 처음엔 좀 답답했다. 그래도 주인공인데 오로지 눈빛 연기만 하도록 했으니, 그대신 씬스틸러로 불리기에 충분한 명품 조연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당시로서는 초보 영화 배우인 윤시윤과 여진구 커플을 서포트하고 나섰다. 모두에 언급한 것처럼 아직 어린 티가 물씬 나는 여진구에게 최근 찍은 듯한 영화포스터에서처럼 강력한 성인 연기를 요구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호소력 짙은 절규 장면이 그의 미래를 예단케 했고 하기 쉽지 않은 골프 장면에도 많은 애를 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영화는 스포츠 장르의 영화 범주에 넣을 수 있을까 애매한 구석도 없지 않다. 시합장면이 한 번 등장하지만 엄청난 승부욕을 발휘해야 하는 계기도 아니고 갈등을 유지하던 아버지와의 훈훈한 화해의 장으로 만족하고 만다. 대신 과거의 트라우마에 갇혔던 왕년의 스포츠 스타가 섬마을 사람들과의 어색한 동거를 통해 삶의 의지와 희망을 찾아간다는 설정은 악에만 받혀 사는 요즘 사람들에겐 따뜻한 한 그릇의 죽처럼 안온함을 준다.





백프로가 졸지에 교단에 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장면 중에서 “00라면 00겠다”에 각자가 하고픈 말을 하도록 한다. 7명의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덩치 좀 있는 아이가 불쑥 “컵라면 맛있겠다” 고 답을 한다. 다들 가정법을 연상하며 대답을 준비하고 관객들도 그런 말들을 들을 준비를 하다 꽤나 창의적인 답을 듣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백프로 (2014)

8.4
감독
김명균
출연
윤시윤, 여진구, 천호진, 박상면, 이경영
정보
코미디 | 한국 | 109 분 | 2014-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