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엄청 맛있어! B급 음식 서바이벌! - [리뷰] 서민도 먹고살자

효준선생 2014. 4. 5. 07:30






  한 줄 소감 : 최근에 본 짱구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맛있게 재미있는 영화
 





무릇 배고플 때 먹는 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거라지만 유난히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을 거들떠도 안보는 무리들도 있다. 어렸을 때 읽은 소설 중에서 이런 상황이 나온다. 부잣집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길거리 음식은 먹어선 안된다고 배웠고 늘 수입과자나 집에서 일류 요리사들이 만들어 준 것만 먹다보니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되서도 음식엔 두 종류가 있고 자기는 고급만 먹는다고 해서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요즘엔 각 방송사에서 먹방에 흠뻑 취한 모양이다. 맛집 소개에도 모자라 연예인들이 특정 음식을 맛있게 먹는 걸로 시청자들의 미각을 자극하는데 재미를 붙인 듯, 오지에서 먹는 라면 한 가락에서도 쾌감을 느낄 지경이니 먹는 거야 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향락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먹기 위해 사는 것이 배부른 돼지와 가난한 철학자의 구분으로 나누는 것을 비웃는 것처럼 무의미 하지만 음식 자체로 부자와 서민을 가르는 건 더더욱 비참한 일이다.





일본 만화 영화 짱구는 못말려 : 엄청 맛있어! B급 음식 서바이벌!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왜곡된 음식관으로 커서도 자칭 고급 음식만을 먹겠다는 어느 졸부의 폭력적 행사가 소위 B급 음식도 소중한 것임으로 몸으로 보여준 짱구와 친구들의 모험담과 함께 긴장감 있게 펼쳐진다. 우선 B급 음식이 무엇인지 알아보니 일본에선 B급 구루메라고 해서 비싼 음식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주로 서민들이 즐겨 먹는 간편음식을 말한다고 한다. 이 영화에선 볶음 국수(야키소바)가 그 주요 대상이다. 반면에 졸부가 들고 나온 A급 음식은 초밥과 스테이크, 그리고 캐비어 같은 것들인데 개인적으로 A급 음식보다는 B급 음식이 더 땡기는 걸 보니 역시 저렴한 입맛인 모양이다.





이렇게 세상의 음식을 A급과 B급으로 나누어 B급은 없애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음식 페스티벌 자체를 뒤 엎으려는 것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부자와 서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이분 체제를 먹는 것으로 풍자하고 있는 셈이다. 짱구와 친구들은 볶음 국수에 필수적인 소스를 달인에게 전달해달라는 부탁에 처음에는 자신들의 고행에 가까운 모험에 대해 달갑지 않게 생각을 했지만 졸부에게 붙잡힌 뒤 그에게 설명을 듣고는 오히려 여기에 반감을 갖게 된다는 사실이 역설적이었다.





더 많은 사람이 배고프지 않고 맛있게 먹으려면 좀 더 대중적인 음식들이 있어야 하는 것임에도 구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소위 ‘남의 살’ 음식을 먹어야 정상이라는 게 오히려 비정상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짱구와 친구들 역시 이런 점을 알게 되면서 더불어 살기 위해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재료로 만든 A급이 아닌 누구나 먹을 수 있는 B급 음식의 소중함을 배운 셈이다.





비록 유치한 장면들이 난무하고 늘 틀에 박힌 설정들 때문에 짱구 시리즈를 외면하던 어른들도 이 영화만큼은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볶음 국수 외에도 입맛을 자극할 여러 가지 먹을 거리 하며 무엇보다 콩 한쪽이라도 나눠 먹을 수 있는 관계가 된 아이들의 모습이 자못 교훈적이다. 이번 영화에선 어른들의 큰 도움 없이 악당 편에 선 몇 가지 기괴한 캐릭터들을 물리치는 것부터 시작해 별 것 아닌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볶음 국수가 어찌나 먹고 싶던지, 영화를 보고 나면 분명히 뭔가를 먹게 되는 식욕 자극영화임에 틀림없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엄청 맛있어! B급 음식 서바이벌! (2014)

8.3
감독
하시모토 마사카즈
출연
박영남, 오세홍, 강희선, 여민정, 장경희
정보
애니메이션, 코미디, 어드벤처 | 일본 | 96 분 | 2014-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