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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론 서바이버 - [리뷰] 순간의 선택이 큰 화를 부르다

효준선생 2014. 4. 2. 07:32






   한 줄 소감 : 이 전투, 무고한 인명들만 희생되고 무엇을 얻었는가
 






 병역의 의무, 전쟁에 대한 공포



한국의 남성들에게 군대는 나이 쉰이 다 되도 간헐적으로 꿈에 나타날 정도로 지긋지긋한 곳이기도 하지만 건장한 장정이라면 다 가는 곳이고 사랑하는 부모 형제를 지켜준다는 말에 아니 갈수도 없는 곳이다. 물론 돈 많고 빽있는 친구들은 아예 면제를 받으며 신의 아들로 등극하지만 그마저도 없는 친구들은 험지로 가기도 한다. 그렇게 피할 수 없으면 차라리 즐겨라 라며 군대행을 묵묵히 받아들인 이 나라의 청춘들. 제대로 된 전면전을 겪어 보지 못한 채 전역을 앞둔 그들에게 영화 론 서바이버는 어떤 느낌을 줄까





미국의 네이버 씰, 특수부대답게 거의 죽음의 문턱 앞까지 다녀온 다는 그곳의 훈련과정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보여주면 영화 론 서바이버는 시작된다. 개중엔 도저히 참지 못한 채 낙오된 자들도 보이고 훈련병 시절을 무사히 마친 그들에겐 작대기 하나가 부여되며 비로소 진정한 군인으로 인정한다. 군인에게 전쟁이 아닌 나머지 시간은 훈련 혹은 휴식이다. 훈련 장면은 앞서 훈련소에서 거의 다 보여주었으므로 이어지는 장면에선 대개가 신나게 쉬는 장면들로 채워졌다. 하지만 그 장면 자체가 앞으로 이들에게 닥칠 일종의 운명처럼 오버랩된다.





이 영화는 2005년 아프카니스탄 사태로 파병된 미국의 네이비 씰 군인들의 실화를 옮긴 전쟁 영화다. 제목에 나타난 것처럼 단 한 명만 귀환하는데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살벌하고 핍진한 전투씬 때문에 이 영화에 환호하는 것 같다. 물론 그런 평가들의 대부분은 사실이다. 1시간이 넘는 산악 구릉지대에서의 탈레반과 4명의 미군간의 총격전이 실감나지만 그것만으로 이 영화를 그저 재미있다고 함부로 재단해서는 안된다.





전쟁은 당연히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지만 이들이 그곳에 간 이유는 간단했다. 지난 주 미군 20명을 죽인 ‘웬수’ 탈레반 부두목을 잡는다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 위치라면 그가 혼자 돌아다니지 않을 것이라는 걸 간과한 셈이다. 게다가 홈 어드벤티지를 십분 활용한 탈레반들의 집요한 추격전을 예상하지 못한 건 흠결이다. 제 아무리 일당백 전투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마치 바위산을 축지법 쓰듯 이동하는 그들을 당해낼 재간은 없었을 것이다.





본부와의 통신장비 마저 불통인 사태에 조금만 서둘러 헬기라도 투입했다면 한 명 정도는 더 살릴 수도 있었을 텐데, 마지막에 가서야 허둥거리는 윗선들의 모습도 답답할 뿐이다. 결론적으로 지형지물에도 익숙하지 못하고 지원도 부실했던 작전, 레드윙이라는 작전명이 무색할 정도로 힘을 쓰지 못한 미국의 부끄러웠던 패전기록이기도 하다.






 전장(戰場)에서의 인정(人情), 가능한가



이처럼 군사 작전 자체로만 보면 이 영화는 살벌한 전투 장면을 집요할 정도로 근접해서 잘 찍은 웰메이드 전쟁영화이긴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점이 있다. 바로 인간이 인간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정의인가에 대한 심사숙고였다. 복수를 위해 떠난 침투작전에서 선택의 순간이 이런 참사를 불러왔다. 매복한 곳에 양치기 소년을 비롯한 그 지역 민간인이 나타났을때 그들은 사살하거나 인질로 포박하지 않고 풀어주고 만다. 물론 이중엔 죽이자고 한 사람도 있지만 그들은 앞으로 벌어질 일을 깊이 생각하지 못한 채 인정에 이끌리고 만 셈이다. 또 하나는 최후의 생존자가 산 밑에서 정체불명의 현지인에게 발견되었을 때 그들은 마치 자신을 찾아온 먼 친척을 대하듯 옷과 먹을 것을 주고 탈레반이 마을에 왔을 때도 그들을 내친다. 자신들의 목숨이 위태로울 것을 알면서도 그들은 그렇게 했다.





다소 의아한 것은 파스툰 왈리라는 자기들만의 율법을 지키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었다. 탈레반의 기반이 된 파스툰 족이면서도 미국인, 그것도 군복을 입은 자를 위해 그렇게 까지 행동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었다. 아무리 약자에겐 관대하고 자신의 마을을 찾아온 이방인에게 호의를 베푸는 걸 지킨다지만 전시나 다름없고 언제 자신들을 향해 총질을 할지 모를 탈레반이 근처에 있음에도 그럴 수 있을까 미군들이 대거 몰려와 단 한 명의 자국군인을 구해 그곳을 떠나는 장면에서도, 만약 나중에 마을에 와 적을 위해 부역을 했다며 애 어른을 다 몰살하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물론 눈망울이 큰 작은 아이의 모습 때문이기도 했다.






 이 영화는 진정한 반전영화인가


전쟁은 모든 것을 말살한다. 그저 다시 지으면 될 건물만이 아니다. 인간이 인간을 도륙할 수 있는 광란의 현장일 뿐이다. 전쟁에서 이겨 가장 높은 곳에 앉은 자는 영토를 넓혔다며 즐거워하고 전쟁에서 이긴 병사들에게 상찬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희생당한 평범한 군인들의 목숨은 누가 뭘로 대신하겠는가





엔딩 타이틀이 시작되기전 그 당시 부대원들의 실제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 한국계인 제임서 서를 비롯해 20대, 30대 청춘들의 모습이 이어지면서 희생은 저들뿐이 아닐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생겼다. 비록 영화에선 악귀같은 모습으로 나오지만 탈레반의 군인들도 사실은 같은 목숨이 아닌가. 전쟁의 비극은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론 서바이버 (2014)

Lone Survivor 
8.8
감독
피터 버그
출연
마크 월버그, 테일러 키취, 벤 포스터, 에릭 바나, 토미 오라일리
정보
액션, 드라마 | 미국 | 121 분 | 2014-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