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소감 : 디즈니는 영화 메리 포핀스를 만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던 걸로 보인다 |
자신의 글이 영상으로 옮길 수 있다는 제안을 받으면 원작자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정성이 들어간 자식 같은 작품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질 수 있다는 뿌듯함과 혹시라도 자신의 이름값에 누가 되지나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이 교차할 것이다. 하지만 촉이 온 제작자들에게 마음에 드는 원작소설은 훌륭한 먹잇감인 셈이다. 특히 이미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른 유명작가의 것이라면 돈과 함께 상당한 정성을 들여다 한다는 게 정설이다.
유난히 콧대 높은 여류 작가, 이미 오래전 발표된 소설 한 편이 전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이름을 높여가는 한 제작자의 눈에 들었다. 하지만 그걸 영화화하기엔 그녀를 설득하는 과정이 지난했다. 왜 그토록 그녀는 자신의 소설 메리 포핀스의 영화화를 반대한 것일까 영화 세이빙 MR. 뱅크스는 호주의 파멜라 린던 트래버스라는 여류작가의 동명 작품을 영화로 만들기 위해 월터 디즈니와 그의 직원들이 그녀로부터 판권을 사들이는 과정을 그린 역경의 드라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에게 이 작품은 자신의 어린 시절, 애증의 대상이었던 아버지와의 추억이 고스란히 들어있기에 혹시나 상업적으로 이용되거나 추억을 훼손당하는 일을 겪지나 않을까 걱정했던 참이었다. 이 영화는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그녀에게 잠시 바람이나 쐴 겸해서 미국 헐리웃 디즈니 본사에 다녀오라는 권유를 받아들여 2주간 헐리웃에 간 그녀의 이야기와 나중에 다시 거처인 런던으로 돌아온 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부분의 장소는 60년대 초반의 헐리웃에 자리한 디즈니 본사 리허설 룸과 사장실인데 제작여부가 확정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음악감독, 미술감독등 스탭과 함께 작품을 영화화할 때 벌어지는 티격태격하는 장면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그 장면과 함께 자신의 어린 시절, 늘 곁에서 격려와 사랑을 전해주었던 아버지의 일화와 함께 했다. 어쩌면 그녀가 지금 아이들의 우상이 된 소설을 쓴 작가가 된 것도 다 그 당시 아버지로부터 받은 감수성 때문이라는 힌트를 남겨준다.
이 영화는 60년대의 헐리웃의 모습과 호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트래버스 여사의 모습이 수시로 교차된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소설 메리 포핀스 속의 모습이 자신의 어린 시절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인 뱅크스는 역시 은행원이었던 아버지의 모습이고, 유모의 등장은 행복해보이지만 뭔가 불안함을 동시에 짊어진 어린 자신을 구원해줄 매개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는 유독 자상하지만 가정적으로는 유복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모습, 알콜 중독과 병으로 일찍 타계한 아버지에 대한 쓸쓸한 기억들이 영화 속 삽입곡과 요상할 정도로 매치되는 부분이 그렇다. 그러면서도 까칠할 정도로 타협할 줄 모르는 지금의 그녀로 인해 월트 디즈니는 속상해한다. 그녀를 모시고(?) 자신의 업적이라 할 수 있는 디즈니랜드로 데려가 환심을 사기도 하고 나중엔 런던까지 찾아가며 삼고초려를 한다.
이 영화가 디즈니에서 만들어졌고 회사 창업주의 일화를 담은 것이라 다소 과장되거나 긍정적인 면만 부각될 수도 있지만 일단 디즈니 역시 어린 시절 원만치 못한 가정사를 안고 살고 있었고 그 부분을 진솔하게 털어놓는 장면, 그 점이 그 전까지는 철벽같았던 트래버스 여사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던 걸로 보인다. 디즈니 역시 능구렁이 같은 경영자인 것도 사실이다. 타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도, 그리고 자신의 치부를 타인에게 내놓는 것도 어쩌면 계획일 수도 있었다. 항간에 떠도는 그의 정치적 이념이 얼핏 엿보이는 부분과 맞물려 그런 생각을 더하게 되었다.
아무튼 서로에게 공유할 수 있는 어린 시절 추억의 교집합을 찾는 순간, 어렵게만 보였던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영화 메리 포핀스는 1964년 실제 개봉했다. 영화를 만드는 중간에 언급했던 몇 가지 부분들이 그대로 영화에 담겼고 그 이유를 과거 회상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왜 배를 내다 버렸는지, 왜 붉은 색을 쓰지 말라고 했는지에 대해...
한 사람의 추억이 소설이 되고 그 소설이 세상 많은 사람들에게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지고 나중엔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영화로까지 나온다는 건 실보다 득이 많을 것 같다. 지금 좋은 영화 컨텐츠를 찾는 제작자들에게 영화 세이빙 미스터 뱅크스는 구원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까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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