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레커스 - [리뷰] 사랑하기에 꺼낼 수 없는 비밀

효준선생 2014. 4. 1. 07:08






   한 줄 소감 : 어쩌면 이토록 감추고 살 수 있을까 
 





어느 집이든 각자 지니고 있는 마음속의 비밀들로 인해 한 번쯤은 크게 말썽을 일으킬 때가 있다. 그게 서로에게 상처로 남아 있었던 것이라면 딱지처럼 흉터로 남으면 그만이었을 것을 다시 후벼 파서 가라앉아 있던 상처에서 피가 나는 걸 감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에게는 좋은 기억보다 싫은 기억이 더 오래 남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행복과 불행으로 나누다 보면 인생의 더 많은 부분은 행복하지 않았던 순간이 더 많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건 혼자서만 아무 말하지 않으면 자신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행복할 거라 믿는 성향때문이다. 그런데 각자가 모두 그런 생각을 하고 산다면? 그리고 어느날 한꺼번에 그런 속내를 한자리에서 털어 놓는다면?





영화 레커스는 이런 자신이 가슴 깊숙이 품고 살았던, 한동안 잊고 지냈던 비밀들이 누군가에 의해 자꾸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겪어야 하는 불안을 잘 반영한 영국 영화다. 이 영화의 제목은 파괴자를 의미하지만 실상은 등장인물들이 돌아가면서 호소하는 불안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슴 속에 넣어둔 비밀들이 원치 않는 인물들에 의해, 혹은 장소에서 마치 발각되듯 튀어나올 때의 놀라움,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흠칫 놀랄 수 밖에 없는 상대방과 그를 대해야 할 때의 민망함이나 미안함들. 일종의 심리게임이라 하겠다.





아이를 무척이나 갖고 싶어하는 도언, 남편 데이빗과 함께 남편의 고향 근처 시골마을에 정착하며 나름대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려 한다. 그런데 불쑥 나타난 시동생 닉과 이웃에 살고 있는 예전 남자 친구로 인해 불편한 상황이 만들어 진다. 이 상황을 힘겨워 하는 사람은 데이빗도 마찬가지다. 군에 입대했다 돌아온 동생을 격하게 맞이하지만 동생이 보여주는 다소 이상한 행동과 언행으로 그는 점차 혼란스러워 하고, 아내의 아이 욕심을 들어줄 수 없는 자신의 남편으로서의 역할에 지쳐간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은 서로 연관이 되어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약간의 비밀을 안고 있다. 그건 제 3자에게는 밝힐 수 없는 프라이버시에 해당하지만 만약 지금의 반려자가 알게 된다면 정말 큰일이 될 수도 있는 사연들이다. 동생 닉의 출현이 가져올 엄청난 파장의 맨 마지막은 과연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최근에 각광받는 영국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얼굴을 포스터 전면에 내세울 만큼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내용만으로 보면 이야기의 중심엔 아내인 도언(클레어 포어 분)이 있다. 그녀가 겪었던, 그리고 미래에도 영원히 타인에게 알려져서는 안될 사건이 하나 숨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가, 까발리지 않아야 모두가 행복한 것이라면 무덤까지 그 비밀을 안고 가는 편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사랑하는 그에게 만큼은 그 어떤 비밀도 없어야 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이 영화는 미봉(彌縫)으로 남겨두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아이의 모습 뒤로 이들 가족의 실루엣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양진석의 씨네필소울)     







레커스 (2014)

Wreckers 
9.2
감독
D.R. 후드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클레어 포이, 숀 에반스, 피터 맥도널드, 시네이드 매튜스
정보
로맨스/멜로 | 영국 | 85 분 | 2014-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