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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 - [리뷰] 부모는 아이 마음 속에서 변해간다

효준선생 2014. 3. 24. 07:30






   한 줄 소감 : 아이들 마음에 상처주는 짓은 하지 마라
 






  가짜 부모 진짜 부모




아이들은 감각적으로 잘 알고 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을 보호해줄 것인지를, 그런 이유로 자기를 낳아준 부모에게 일단 살갑게 굴지만 그들이 자기를 버릴 지도 모른다는 공포심도 언젠가 한 번쯤은 하게 된다. 이른바 독립된 자아의식의 발현이다.





영화 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의 여주인공이자 이 영화의 화자(話者)이자 관찰자인 메이지를 우선 칭찬하고 싶다. 이제 겨우 여섯 살 난 여자아이지만 자기가 어떻게 처신해야 어른들에게 버림받지 않을 것이란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건 바로 낳아준 친생 부모의 이상한 행동이다. 매일 업무와 밴드활동에 바쁘다는 핑계를 들며 자식의 양육은 뒷전이거나 서로에게 떠민다. 보모를 들이지만 부모가 메이지에게 해주는 건 얼굴 볼 때마다 가벼운 뽀뽀와 말뿐인 “세상에서 너를 가장 사랑한다는 걸 너도 알고 있지?” 하는 부모로서의 역할 확인일 뿐이다.





이 영화는 독특한 상황 설정에 인상적이다. 친생 부모들은 각각 다른 반려자와 짝을 맺고 우연하게도 각각의 반려자, 메이지의 보모, 그리고 바텐더로 일하는 키 큰 남자에게 메이지는 맡겨진다. 이 상황이 상당히 당황스러울 텐데도 메이지는 두려워하거나 싫어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음을 잘 알고 행동한다. 어른보다 더 의젓하기 까지 하다. 열흘에 한 번 번갈아 가며 지낼 곳을 옮겨 다니지만 잘 적응하고 있고 학교에서도 자신의 난감한 상황에 대하여 결코 주눅 들지 않는다.





그런 어린 소녀를 힘들게 하는 건 따로 있었다. 말로만 서로를 사랑하다는 부모가 새로 찾은 짝과도 잘 어울리지 못한 채 파경 상황에 이르자 메이지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진 것이다. 최후의 보루가 무너진 뒤, 어느 식당 뒷켠에 마련된 침대에서 잠을 자던 메이지의 최초의 눈물을 보게 된다.



 가족 해체와 가족의 재구성



가족 해체 시대, 사랑해서 만나 결혼을 하고 그 결실이 만들어지지만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된 뒤엔 그 결실을 짐으로 여길 때도 있는 모양이다. 양육권을 두고 싸우는 사람도 부지기수지만 결국 심정적으로 가장 큰 피해당사자는 바로 아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과실 여부를 상대에게 물어가며 중간에 낀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싸움은 가슴 속에 낙인처럼 남겨진다.





메이지는 누가 봐도 귀엽다. 투명에 가까운 피부에 동그란 눈망울에 마치 인형같다. 설사 친 부모가 아니더라도 데려다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서구에서라도 자기 핏줄이 아닌 이상, 감정의 전이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영화 종반에 또 다른 커플의 탄생을 예견하지만 만약 그 두 사람이 아이를 낳게 되면 메이지는 어떻게 될까. 그럴 리는 없겠지만 메이지로서는 어서 어른이 되길 간절히 비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을 것 같다.





거북이 한 마리를 사서 들여다보는 메이지의 모습이 마치 자신을 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느릿느릿 이동하는데 아이들의 앙증맞은 행동이지만 언젠가 넓은 바다로 가는 꿈지는 않을까 버려진 것 같은 메이지에게 오늘 하루, 아니 좀 오랜 시간동안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머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아마 이 영화를 보고나면 누구나 그런 마음이 생길 것이다. 그런데 메이지는 무엇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메이지로 나온 꼬마 배우 오나타 에이프릴은 모습도 행동도 정말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