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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리쉬나 - [리뷰] 여성에게 덧씌워진 굴레를 벗어나

효준선생 2014. 3. 21. 11:55





   한 줄 소감 : 처음부터 만나지 말아야 했을 악연도 있다
 





이 인간 곁에 있다면 그 유력한 후보지는 인도일 것 같으며 여성 인권이 가장 유린당하는 곳이 있다면 그것도 인도일 것 같다는 선입견이 생긴다. 뉴스등을 통해 접하는 특정 국가의 이미지라는 게 그렇다면 영화 트리쉬나를 찍은 영국의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 역시 비슷한 생각으로 이 영화를 찍었을 것이다.





인도 서북부의 라자스탄의 어느 호텔, 인근 가난한 집 처자 트리쉬나의 수줍은 듯한 춤사위에 반한 호텔 사장의 아들은 그녀를 찾아 가 호텔리어가 될 생각은 없냐고 권한다. 교통사고로 자리보전을 하고 누은 아버지와 경제력 없는 엄마, 거기에 줄줄이 사탕같은 동생의 눈망울을 보고는 제 입 하나 더는 거라 생각한 그녀는 호텔로 들어간다.





하지만 재벌 2세들이 비슷한 행보를 보였듯이 제이 역시 트리쉬나에게 처음엔 비교적 사무적인 태도로 친절을 보였지만 끝내는 그녀를 범하고 만다. 원치 않은 임신과 충격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온 그녀, 여성의 혼전 임신에 대해 예민한 인도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낙태뿐이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른 채 다시 트리쉬나를 찾아온 제이의 달콤한 제안에 트리쉬나는 다시 한번 그를 따라 애정의 도피를 선택한다.





이 영화는 인도 버전의 테스라고 하는데 봉건 시대 세상 물정에 어두운 순진한 여성이 겪어야 했던 육체적, 정신적 고초가 인도에서는 21세기 임에도 불구하고 그럴 듯 하게 보인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도로 변을 걷는 사람들과 우마차와 외제 차량이 한데 뒤섞인 그곳에서 신분 상승을 꿈꾸는 젊은이들을 유혹하는 건 그리 많아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제법 잘 생긴 젊은 남성이 가난과 배우지 못한 탓에 자신의 인생을 쉽사리 결정내리지 못한채 주저하는 트리쉬나에겐 달콤한 당의정과도 같았을 게 뻔했다.





두 사람만의 공간과 시간이 주어진 후반부 이들의 삶은 결코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과거의 일에 대해 알게 된 제이의 미지근한 반응과 그녀를 오로지 육욕 해소의 대상으로 만 생각하는 듯한 태도는 스크린을 뜨겁게 하는 반면, 그녀의 일그러진 얼굴을 통해 불편함도 감수해내야 했다.





많은 인물 군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사랑의 도피 행각에 필요한 건 마치 한량처럼 구는 남자와 그의 앞에서 언제든지 옷을 벗을 준비가 된 선택권 없는 여성만이 남겨져 있을 뿐이었다. 사람이 코너에 몰리면 어찌될지 모른다는 말이 이 영화의 엔딩을 장식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 사람은 진정 사랑했던 것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인연이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녀의 최종 선택은 살벌하지만 이해 할 수 밖에 없어 보였다.





그것조차 신의 가호라는 듯, 그녀의 동생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기도를 올리는 모습과 교차되어 마치 숙명처럼 읽혀졌다. 세상의 또 많은 트리쉬나들의 안식을 기원한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트리쉬나 (2014)

Trish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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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마이클 윈터버텀
출연
프리다 핀토, 리즈 아메드, 로산 세스
정보
로맨스/멜로 | 영국 | 117 분 | 2014-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