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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아 - [리뷰] 인간은 구원받을 수 있는 존재인가

효준선생 2014. 3. 22. 07:30






   한 줄 소감 : 종교인이 아니기에 좀더 인간적인 면모를 살피게 되었다.
 





 창세기와는 얼마나 흡사할까?



지구의 종말을 앞두고 모든 사람들에겐 자신이 살 수 있을까가 궁극적인 궁금함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선택된 자만 그럴 수 있으며 절대 다수가 죽음을 면키 어렵다고 가정한다면 이 세상은 지옥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창세기에 따르면 아담과 하와가 카인과 아벨, 그리고 세스를 낳은 뒤 인류의 자손 번식은 순조롭게 이어질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하지만 카인이 아벨을 죽인 뒤 이들 형제와 그 후손들은 사촌이 아닌 서로를 죽여야 자신이 사는 원수지간이 된 셈이다. 영화 노아의 첫 장면은 세스의 후손인 노아와 그들을 쫒으며 살육을 일삼는 인간, 즉 카인의 후예들이 대립하는 씬이다.


영화 노아는 창세기 4장에서 (3장 이전 부분은 노아의 꿈에 등장한다) 9장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디테일한 부분은 다르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유사하다. 설사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이 영화를 보고 이해하는 데는 큰 무리는 없을 만큼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책이나 만화에서 노아의 방주를 통해 익히 알고 있던 스토리들이다.





노아는 하늘의 계시를 받았다고 생각하고 하늘에서 내려와 돌 괴물의 모습으로 사는 감시자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방주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내 방주 안을 가득 메운 지구의 온갖 생명체들, 노아는 타락한 인간 군상은 외면한 채 자웅 한 쌍의 동물들에게 유독 편의를 베푸는 셈인데 그걸 일컬어 무고한 생명에 대한 보살핌이라 했다.



 노아는 어떤 인물로 그려졌나


노아는 외로운 승부사다. 생명을 지켜야 하는 막중함 책임감에 불타오르지만 결국 가족을 제외한 모든 인간의 생명은 외면해야 했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은 자신의 아들에서 멸종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었던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맨 마지막 세상에 태어나 숨을 몰아쉬는 갓난아이들 앞에서 굵은 눈물을 흘리며 혼자 포도주를 마시며 자책하는 모습이 또한 인간이 갖고 있는 인간성아닐까 싶다.





그는 아들에게 말한다. 하늘이 자신에게 이런 임무를 준 건 무엇보다 이 일을 가장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일 거라며 선민의식이 아닌 종결자로서의 마음가짐을 피력한다. 제 손으로 자기종족의 말살을 기도해야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방주는 동물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사람 몇 명을 더 태운다 해도 모자라 보이지도 않았건만 그가 결사적으로 반대한 이유도 그래서였다. 창세기에는 자신의 아내와 세 아들, 그리고 며느리 셋까지 태우지만 영화에선 장남, 그것도 불임인 며느리만 태운 채 나머지 두 아들의 반려자는 물색하지 않았다. 물론 기회가 없었던 아니었다.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가서 찾기도 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만 것이다. 그의 눈에 인간의 존재란 과연 무엇이라고 판단했던 것일까





하늘이 대홍수라는 천형을 내린 이유는 과연 인간은 모두 멸종시키고 동물만 살려두라는 의미는 아니었을 것이다. 악다구니처럼 살아가는 인간 세상에도 피치 못하게 악착같이 살아가는 선의의 인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겐 방주에 올라탈 기회를 주지 않았다. 카인의 후예라서 그런 건 아닐 것이다. 노아는 하늘의 뜻을 오독했는지 몰라도 그게 자신의 임무라 생각했을 뿐이다. 영화에선 1년 남짓 한 시간을 배 안에서 보낸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비가 그치고 손녀 아이도 태어나고 물이 조금씩 빠지며 육지도 나타났지만 달라진 것 많아 보이지 않았다.


동물들은 다시 살 곳을 찾아 흩어지고 노아의 가족들도 이제 새 삶을 살면 된다. 하지만 여기서 궁금한 것은 노아를 과연 인간의 중시조로 봐도 무방한 것인 지였다. 모든 것을 멸절하고 난 뒤 자기가 마치 창조주인 것처럼 행세하고픈 생각은 없었는지, 단순히 메시아로서 활약한 것인지, 그의 고뇌엔 오로지 선의만 있었던 것인지 궁금해졌다.




선과 악에 대한 규정과 그 딜레마들은 끊임없이 노아를 괴롭힌 질문이었다. 가족과 상의를 한다기보다 그저 하늘의 뜻이라면서 상당히 독단적인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다. 대를 이으려면 어디선가 수태가 가능한 여성이 있어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씨를 나눠줄 사내도 있어야 했을텐데 노아의 태도로만 보면 이미 인류의 미래는 결정된 것으로 본 모양이다.  



 그리고 남은 이 영화


실세로 방주를 만들고 정말 그 시절 같아 보이는 아이슬란드의 절경들이 창세기에 나올 법하게 그려졌다. 영화 블랙스완의 연출자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이 영화 결론부분을 놓고 제작자와 힘겨루기를 했다는 전언이다. 결과적으로는 감독의 의사대로 영화가 완성되었는데 종교관에 의한 성서의 영상화가 아닌 생명을 가진 한 인물의 끊임없는 고뇌의 표출과 가족애를 다룬 영화로서 영화 노아는 존재하는 게 맞다고 봤다. 그런 이유로 비종교인에게도 이 영화의 메시지는 크게 불편하지 않다.





불행하게도 이 영화가 던지는 화두는 현재 진행형이다. 인간이 인간을 살육하는 장면도 맞고, 기후변화로 하루가 다루게 수면이 상승하는 것도 맞다. 하루에도 지구상의 동물 수십 종이 멸종 위기에 놓여있으며 인간의 욕심으로 지구는 점점 황폐해져간다. 우주로의 항해는 결국 지구를 포기할 경우 살만한 곳을 찾아보려는 노아의 후예들로서는 최후의 발악은 아닌지 궁금해졌다. 오늘을 살면서 이렇게 노아의 생각과 고단함의 경험치가 딱 들어맞는 걸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노아 (2014)

Noah 
5.7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러셀 크로우, 제니퍼 코넬리, 엠마 왓슨, 안소니 홉킨스, 로건 레먼
정보
드라마 | 미국 | 139 분 | 2014-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