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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파크랜드 - [리뷰] 대통령과 암살범, 인연이었나

효준선생 2014. 3. 20. 07:30






   한 줄 소감 : 그날을 목격한 사람들의 걸러진 이야기들. 어디까지가 맞는 걸까
 





1963년 11월 22일 미국 대통령 케네디는 영부인과 부통령 존슨을 대동하고 텍사스주 댈러스로 향했다. 그날 그곳에서 대통령이 죽게 되리라고는 세상에서 딱 한 사람을 빼고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리 하버 오스왈드, 그의 정체에 대해서는 지금도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지만 영화에선 그의 범행동기라든지, 혹은 그의 주장 같은 건 많이 들어 있지는 않다. 대신 요인 암살과 맞물려 대통령 주변 인물들의 심적 갈등을 피력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 더 파크랜드. 이틀 간격으로 화제의 중심에 선 두 총상환자를 치료해야만 했던 현지 병원인데 자신들 눈앞에서 죽어가는 환자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에 미쳤을 것이다. 과연 살려야 할 사람과 살리지 않아도 될 사람은 따로 있는 것일까 병원의 손을 떠나 버린 환자의 운명은 결국 죽음을 의미하는 것인데 분명히 자괴감 같은 게 남아 있을 법했다.





이 영화엔 대통령과 암살범 말고도 다양한 인물 군을 소개하고 있다. 댈러스 지역 경호 책임자, 오스왈드가 범행 전 모종의 연락을 했다는 FBI의 요원, 그리고 그날 현장에서 카메라로 동영상을 촬영한 한 사람,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스왈드의 가족들이다. 그들이 3일 동안 이 사건과 연계되어 기관들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듣는 지, 그리고 과연 어떤 심적 부담을 갖게 되는 지 비교적 세밀하게 묘사되었다. 그리고 엔딩 크리딧을 할애해 그 들의 그 이후의 행적과 사망일시까지 적시되었다.





열렬하게 지지하는 지도자를 잃는 다는 건 슬픈 일이다. 게다가 많은 미국인들에게 신망을 얻고 있던 젊은 대통령이었다. 뭔가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구나 싶은 마음에 수많은 미국인들에 그에게 환호와 지지를 보내던 중이었다. 당적이나 당파와 상관없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지도자가 존재한다는 건 그 나라 국민에겐 희망이자 즐거움인데, 그걸 일거에 잃고 말았다는 허전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영화에선 암살범에 대한 극도의 증오심 같은 건 거의 찾기 어려웠다. 대신 죽어가는 대통령의 만신창이가 된 시신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이 가득했다.





그리고 다음날 암살 용의자로 체포된 오스왈드 역시 잭 루비라는 사람에 의해 총격을 받고 치료도중 사망한다. 이렇게 총격자와 피격자는 거의 비슷한 시각에 세상을 하직하고 만다. 두 사람에게 악연이 있었다면 풀지 못한 셈이고, 결국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평생을 씻지 못할 정신적 트라우마만 남긴 건 아니었나 싶다.





이 영화엔 특히 오스왈드의 엄마 역으로 나오는 캐릭터가 있다. 그는 자신의 둘째 아들의 범행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미국의 시크릿 에이전트였으며 대통령과 함께 국립묘지에 묻혀야 한다고 주장을 했다. 만약 이 모든 장면이 그 당시에 세상에 공개되었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고슴도치의 제 자식 사랑쯤으로만 받아들이진 않았을 것이다.





영화 후반에 케네디의 장례식이 아닌 오스왈드의 장례식이 비춰졌다. 가족과 몇몇 기관원들이 참석한 간소한 장례식이었다. 아무도 땅을 내어주려고 하지 않아 급하게 마련된 공동묘지 한켠, 운구조차 하려는 사람도 없고 그런 그들을 보는 카메라 시선마저 차갑게 느껴졌다.





당시엔 시대의 아픔이라고 했을 것이다. 세월이 이만큼 흘렀고 다시 생각해보면 역사는 결코 만약에 라는 가정은 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 일이 없었다면 미국의 역사까지는 몰라도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응어리 같은 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더 파크랜드 (2014)

Parkland 
7.4
감독
피터 랜데스만
출연
폴 지아마티, 잭 애프런, 제임스 뱃지 데일, 빌리 밥 손튼, 마샤 게이 하든
정보
미스터리, 스릴러 | 미국 | 93 분 | 2014-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