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청춘학당 : 풍기문란 보쌈 야사 - [리뷰] 발칙한 상상력, 한복을 입혔네

효준선생 2014. 3. 21. 06:58





   한 줄 소감 : 웃자고 만든 영화, 웃으면 된다
 








오늘을 살면서 과거를 생각해보면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든다. 오늘 알았던 걸 과거에 접목시킨다면 혹시 떼 부자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지금 히트곡을 과거로 돌아가 발표한다면? 최신 베스트셀러 소설을 과거로 가서 내놓는다면? 이렇게 지금과 과거를 섞어 놓았을 때의 해프닝은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영화 청춘학당 : 풍기문란 보쌈 야사가 바로 이런 상상력을 스크린에 재현시킨 우스꽝스러운 코미디다. 지금이야 남녀공학에 남녀 합반이 크게 이상할 것도 없지만 조선시대 남학생과 여학생이 같은 공간에 앉아 사서삼경을 외운다는 생각을 해보면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경구는 차치하고라도 남존여비 사상이 강렬한 그때 여식을 외부로 보내 공부시키는 집은 거의 없었던 것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 장면이 크게 어색하지가 않다. 아마 공부보다는 애초부터 다른 데 신경을 팔고 있었던 학동들의 까부는 모습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가 무슨 이데올로기의 함양이나 교훈을 담뿍 담고 감동을 주는 건 아니다. 그런데 모양새가 요즘 재수생 학원가의 모습이란 느낌이 들었다. 유교 서적을 달달 외워 시제(詩題)에 걸 맞는 시나 문장을 잘 쓰면 장원급제 하던 시절에 이 아이들은 수리와 외국어를 배우고 여학생은 아예 천문학에 관심이 많다. 지금이야 학문 사이의 차별이 덜하지만 당시로서는 이런 학문은 중인(中人)이나 배우는 것으로 치부했던 시절이다. 게다가 5수생으로 나오는 학생은 아예 외설적 그림을 그려 팔기까지 한다.





이렇게 다루기 힘들어 보이는 아이들이 모인 배움터에서 기가 막힌 사건이 하나 터지는 데 그 역시도 오늘날의 시류를 담고 있다. 아직은 어린 아이들을 보쌈으로 납치를 해다가 강제로 성행위를 하고는 그로 인해 사회적 분위기가 음란해 지면 그때 자신들이 준비한 묘약을 팔겠다는 당시 왜국(倭國)인간들이 등장한다. 소위 성진국이라는 비아냥을 들어가면서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핑크 산업을 자랑하는 일본의 영향을 받는 우리로서는 상당히 자극적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이 원한 바처럼 영화 속 집안마다 혼인여부를 가리지 않고 짝짓기에 몰두하는 장면들이 수차례 등장한다. 그들에게 이런 묘약이 필요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을 농락한 진범을 찾는 아직 애들의 모습이 공권력에 호소할 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임이 더 코믹한 상황을 만들어 놓았다. 아이들의 탐정놀이도 각자 전공을 잘 살리고 있고 그들이 애초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용의자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 등장했으니 만약 그녀가 누구인지 알고 본다면 그것도 웃음코드다.





주연 여배우인 배슬기를 비롯해 노출장면이 많은 것처럼 홍보는 되었지만 주요 배역들의 노출은 거의 없다. 마지못해 드러나는 상반신 위주의 노출은 두 세 컷 정도를 빼면 대개는 대역 배우들의 몫이고 이 영화가 에로가 아닌 코미디를 지향한다는 점에선 재미있게 웃을 수 있는 수준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청춘학당: 풍기문란 보쌈 야사 (2014)

7.1
감독
도창훈
출연
이민호, 배슬기, 안용준, 백봉기, 최종훈
정보
코미디, 시대극, 로맨스/멜로 | 한국 | 90 분 | 2014-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