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우아한 거짓말 - [리뷰] 아이들은 이미 말했다. 너무 힘들다고...

효준선생 2014. 3. 16. 07:30






    한 줄 소감 : 너무 일찍 시든 꽃에 대한 구슬픈 진혼곡 같다.
 





예전 교복을 입고 학교를 다니던 때를 떠올려 보았다. 반에서 유난히 많이 떠들고 약해보이는 애들을 괴롭히는 아이가 없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봐야 도시락 반찬 정도를 빼앗아 먹거나 준비물을 얻어 쓰는 정도였지 노골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건 없었다. 특히 패를 지어 다니며 특정 한 아이를 괴롭히는 건 정말 치사한 짓이라고들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일본에서 시작된 걸로 보이는 이지메라는 단어가 왕따로 둔갑하면서 학교는 공부를 잘하는 것 말고 살아남아야 하는 정글이 되고 말았다.





반에서 왕따로 의심되는 애가 있으면 담임 선생은 반장을 불러 아무개가 왕따인 것 같으니 친하게 지내라고 한다. 마지못해 반장은 그 아이와 마음에도 없는 친구행세를 하지만 이내 갈등에 빠진다. 다른 아이들이 모양 빠지게 왜 저런 아이와 노냐며 반장마저도 따돌릴 기색인지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다. 아이들은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다 또래 친구들 사이에 들어가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고 학업도 엄마의 요구에 맞춰야 해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하지만 그 뿐이 아니다.





세상은 혼자 살 수 없음에 아이들과 어울리는 걸 사회생활의 첫걸음이라고 여기지만 유독 마음이 여린 아이들이나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부정적인 요소들로 인해 따돌림을 당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무서운 건 한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는 모습을 다른 아이가 보면 그 아이 역시 따돌림의 주체가 된다는 것이다. 한 반 아이들 모두가 한 아이만을 집중적으로 따돌릴 때의 두려움은 공포인 셈이다. 그럼 왜 다른 아이들까지 그 대열에 낄 수 밖에 없냐면, 그런 행동이 자신이 따돌림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즉, 다른 아이를 따돌려야 자신이 따돌림 당하지 않는다는 정글의 법칙. 그게 요즘 아이들의 고민이자 학부모로서의 염려다.





소설 완득이의 저자 김려령의 원작이 다시 한 번 영화화 되었다. 영화 우아한 거짓말은 학교 안에서의 왕따 현상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사회구성원 간의 소통부재와 남을 짓밟고 눌러야 자기가 산다는 영악함이 지나쳐 벌어진 끔찍한 일의 그림자를 그리고 있다. 그 안엔 싱글맘은 엄마, 각각 여고생과 여중생은 두 딸이 황망히 놓여있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위태로운 분위기는 가실줄 모른다.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둘째 딸과 동생이 자살을 한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해 하지만 아주 우연하게 어린 그녀의 죽음에 누군가로부터의 압박이 있었음을 알게 되고 그 실타래를 찾아가다 보니 그들은 결코 먼 곳에 있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이야기의 구조는 다소 복잡하다. 남겨진 엄마와 첫째 딸의 동선과 과거 둘째 딸의 행적이 뒤섞이며 수시로 힌트를 준다. 오로지 왜 죽었는지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예비적 살인자 반열에 든 사람은 단수가 아닌 복수였다. 그들 역시 자신들이 어린 소녀의 죽으멩 개입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확실하게 인지하는 것도 아니다. 남겨놓은 붉은 실타래 속의 작은 메모지들이 한데 모이며 그들을 압박하고 스스로가 옭아맨다. 어쩌면 자책감이나 용서의 심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용서는 받는 사람이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너무 일방적이다. 자식을 떠나 보면 엄마의 초췌한 모습이 일상성과 맞물리면서 희석되나 싶지만 이내 그건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는 죽은 딸의 언질과 얽히며 자꾸 새로운 갈등을 만들어 낸다. 물론 잠재된 가해자들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다들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떼를 쓴다. 문제는 이미 죽은 자에 대한 그리움이 그들의 성화를 이길 수 없다는 데 있다.





중국 집 딸은 이 영화에서 또 하나의 이야기 축이다. 죽은 소녀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친구였지만 괴롭힘의 대상이었을 뿐이고, 그래야만 했던 이유가 그래야 자기도 따돌림을 당하지 않을 것이란 어린 소녀의 마음이었다. 영화 초반 고등학교 언니들이 짧은 치마에 대해 한마디씩 한다. 치마가 너무 짧다고 하자 그런 걸 입고 다녀야 일진 애들이 건들지 않는다고 했다.





칼로 찔러야 살인은 아니라는 건, 이 영화를 통해 충분히 알고도 남음이 있다. 한 번도 뭔가를 사달라는 말 없던 아이가 뭔가를 사달라고 하고, 또 과도한 용돈도 달라고 하는 건 지금 위험한 상태임을 호소하는 움직임이다. 그런데 어른들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아닌 행동을 이해하는 데 무척이나 둔감하다. 자신들의 그때와 자꾸 비교를 하거나 혹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오래된 일이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으로 마음의 상처를 입는 나이 10대, 한창 꿈을 먹고 자라야 하는 그녀들에게 “넌 내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말이 얼마나 서러운 지 알기 쉽지 않다. 이 영화는 자꾸 호소한다. 얼굴을 마주 보면 차마 하지 못한 말, “나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완득이에 이어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2연타석 홈런을 기대해보는 김려령 원작의 영화 우아한 거짓말,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보고 나면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막연할 것이다. 그래도 이런 말은 하지 말자. “넌 학교에서 저런 일 없지? 우리 애는 워낙 착해서 저런 일 안할 거야” 그 속을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지금 보이지 않게 울고 있는지를...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우아한 거짓말 (2014)

Elegant Lies 
8.3
감독
이한
출연
김희애, 고아성, 김유정, 김향기, 유아인
정보
드라마 | 한국 | 117 분 | 2014-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