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더 뮬 : 죽음의 질주 - [리뷰] 이웃나라에 좀 가보고 싶다는데...

효준선생 2014. 3. 13. 11:30




 
  한 줄 소감 : 멕시칸의 슬픈 아메리카 드림, 테러걱정 미국이 뭐가 좋다고...






미국을 동경하는 건 아시아 국가들이나 하는 걸로 알았는데 바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로부터의 불법이민을 채 생각하지 못했다. 길 하나만 건너면 아메리카 드림을 현실화시켜줄 것 같은 땅, 하지만 그곳은 아무에게나 허락된 곳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몰래 숨어들어가고 그렇게 불법체류를 하게 된 멕시칸들에게 미국은 애증의 대상이 되었다.





영화 더 뮬: 죽음의 질주는 바로 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벌어지는 생각보다 비인권적 현장들을 액션을 가미해 만들어 놓은 고발극이다. 특히 오랜만에 만나는 전설적 여배우 샤론 스톤이 생고생을 해가며 찍었는데 다른 배우들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 어떤 아우라를 뽐내지만 이 영화 후반부에선 도도한 여배우로서의 이미지는 거의 포기한 채로 나온다.





무엇보다 이런 사회고발적 영화에서 열혈 누나로 나오는 것 자체가 신기하지만 내용을 놓고 보면 그녀의 눈을 통해서 바라본 미국의 이민정책의 비 융통성, 그리고 벼룩의 간을 내먹는 브로커들의 잔인함도 함께 들여다 볼 수 있다.





영화는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는 불법 이민자를 돕는 한 남자의 서늘한 상황으로 시작한다. 그 남자가 실종된 걸 걱정한 누나는 기자일도 잠시 접어두고 혈혈단신 멕시코로 넘어가 수소문을 해보지만 쉽게 찾을 수가 없다. 그러던 중 남동생의 동료를 만나 이런 저런 상황에 대해 알게 되고 동생을 찾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갖는다.





사실 이 영화에선 멕시칸 들이 동족을 발겨벗겨 먹는 비열함의 극치를 다수 보여주고 있다. 불법적으로 월경을 하려는 사람들의 목적은 단순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고, 특히 임산부의 경우 속지주의를 채택한 미국의 현행법상 그 아이는 부모의 국적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적을 소유할 수 있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인공과 함께 개조한 차량 밑바닥에 짐승처럼 웅크리고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의 면면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개중엔 미국 가면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도 있고, 보다 현실적인 포부를 가진 경우도 있다. 문제는 미국입장에선 전혀 달갑지 않은 불청객인 셈이다. 게다가 이들의 월경을 도와주고 거기서 알선비를 챙기는 조직들이 생각외의 인물들이라 깜짝 놀라게 된다.





후반부 다소 밋밋하게 끝나나 싶었던 장면에서 반전을 만끽하게 해주는데 과연 저런 방식으로 이득을 챙기려는 사람들에겐 뭐라 말해줘야 할까 싶다. 이 영화의 배경은 미국에 가고 싶어하는 가난한 멕시코 사람들의 밀입국 이야기라면 비근하게는 우리도 못지않다. 한국 교육의 단점을 늘어놓고는 자식들을 미국에 보내고 기러기 부모가 되거나 태어나지 않은 아이에게 이중국적자라는 굴레를 씌우는 한이 있어도 검은 머리 미국인을 만들려는 그들의 마음도 거기에 다르지 않다고 본다.





아무도 환영해주는 사람도 없는 곳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이 마치 어두운 밤 켜놓은 등잔불을 향해 달려드는 부나방 같다는 생각이다. 뱃속 하나 가득 마약을 채우고 이른바 운반책이 되어도 좋으니 미국 한 번 가보려는 그들. 미국이 뭐가 그리 좋을까 싶기도 한데, 책상머리에 앉아 끄적거리며 기사를 써오던 어느 여기자에겐 충격이 될 법도 하다. 노화를 분칠로 커버한 모습이 다소 안쓰럽지만 샤론 스톤의 귀환이 참으로 반갑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