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고스톱 살인 - [리뷰] 화투패로 생사를 가늠하다

효준선생 2014. 3. 14. 07:08






   한 줄 소감 : 죽음이 아닌 횡재의 수라면 더 유쾌하지 않을까
 





국민이 즐기는 한국형 오락이라는 고스톱을 소재로 죽음과 생존을 다룬 영화 한 편이 선을 보였다. 영화 고스톱 살인은 초자연적 현상과 그걸 수학적으로 풀어가려는 한 교수, 그리고 개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인의 죽음을 기도하려는 한 남자의 기막힌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한국형 스릴러물이다.





이 영화가 한국적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건 고스톱 자체가 다른 나라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놀이에 화투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라는 것이 노름과 도박, 그리고 친목도모라는 한국인 정서에서만 부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런 갬블 도구는 많다. 가장 대중적인 카드를 활용한 도박 영화라든지 드물게는 마작이나 체스를 등장시킨 경우는 외화에서 간혹 보지만 고스톱이 영화제목과 포스터 전면에 등장한 케이스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속칭 하우스, 말 목장 한 켠에 마련된 도박장소지만 실상은 목장 주인과 이웃마을에서 화훼를 하는 여사장, 그리고 모 대학 수학과 교수가 정기적으로 만나 한 판 치는 수준이다. 판돈이 어마어마한 것도 아니고, 좀 잃는다고 열불내거나 속임수 화투 같은 것들이 횡행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평범한 수준의 놀음판에서 관건이 되는 건 바로 불가사의한 누군가의 죽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고스톱으로 딴 화투 패에 따라 번호를 매기고 그 번호에 해당하는 사람은 죽는다고 가정을 해보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갓 태어난 영아부터 오늘내일하는 노인까지 다 가지고 있는 주민등록 번호가 바로 타겟이다. 이 13자리 숫자에 딱 맞는 조합이 뜨면 죽어야 할 운명이 되는 셈이다. 섬뜩한 느낌도 들지만 우선 이런 아이디어를 내서 그걸 영화에 집어넣은 시나리오 작가의 공을 일단 칭찬하고 싶다.





사람의 목숨은 하늘에 달렸다고 믿는 탓에 누군가가 쳐놓은 화투 패에 따라 목숨이 왔다 갔다 한다는 사실이 억지 같아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사람의 목숨만큼 허망한 것도 없다. 죽을 날을 알 수 없기에 누구는 더 열심히 살고 누구는 그럭저럭 대충 살기도 한다. 하지만 공통점은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최여사의 패가 바로 살생부인 셈이다. 수학과 교수는 그걸 알아내고 그걸로 논문을 써보려 한다. 빚에 시달리는 남자는 그에게 빚 독촉을 하는 사채업자에게 죽음의 올가미를 씌우려 한다. 이렇게 원하든 원치 않든 한판이 끝나고 우연하게도 누군가의 주민등록 번호와 일치한다면, 그 누군가는 죽는다는 설정.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긴박해지지만 일단 벌려놓은 판세를 정리하는데는 다소 어수선해 보였다. 특히 어린 아이의 죽음을 놓고서는 다소 비논리적인(이 영화 자체가 상식적으로 모두가 비논리적으로 볼 수 밖에는 없지만) 전개를 감행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였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개과천선하고 열심히 살 수 있을 텐데 하는 바람은 모든 이의 희망사항이다. 하지만 인간이 할 수 없는 영역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걸 역행하고 되돌린다는 것은 그 만큼의 대가가 필요한 터, 만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저 세상에서 소환할 수 있다면 다시 나를 괴롭힐 누군가도 따라 되돌아온다는 게 아닌가.





인간의 생명이 귀중한 건 오로지 한 번만 살 수 있기에 가능하다. 그게 아니라면 무수한 살상이 난무할지 모르고 다시 산다는 게 무의미한 일일 수도 있다. 하우스에 파묻혀 화투장이나 돌리는 젊은 인생이 안쓰러워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생사여탈권을 줄 수는 없는 것도 같은 이치다.





수첩에 적힌 수많은 주민등록 번호들이 마치 요즘 온라인을 통해 수집된 개인 정보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만 먹으면 그걸로 본인 모르게 무슨 짓도 다할 수 있는 세상인데, 이 참에서 주민등록제도 폐지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을 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만에 하나 그 중의 하나가 본인의 것이라면? 생각보다 무서운 영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고스톱 살인 (2014)

Go, Stop, Murder 
6.3
감독
김준권
출연
이승준, 김홍파, 권남희, 송영재
정보
판타지, 스릴러 | 한국 | 100 분 | 2014-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