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존은 끝에 가서 죽는다 - [리뷰]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세요?

효준선생 2014. 3. 12. 07:30






   한 줄 소감 : 병맛 영화의 진수라지만 하고픈 말을 찾는 건 각자의 몫이다
 





하루에도 몇 번 씩 자기 얼굴을 거울에 비춰보는 사람이 있다. 이곳저곳을 살펴보고는 이내 만족스러운 듯 거울을 꺼냈던 곳에 다시 집어넣는다. 그는 대체 무엇을 본 것일까 반대로 생각해보면 누군가 그의 행동을 눈여겨 봤다면, 그리고 그가 그렇게 자세히 들여다 본 그의 얼굴을 봤다면 그 두사람이 본 건 일치하는 것일까 표면적으로는 같은 형상을 봤겠지만 심상에 자리한 인지는 확실히 다르게 작용할 것이다. 같은 걸 봤는데도 왜 다르게 생각하는 걸까





세상에서 자신에게 던져지는 수만 가지 뉴스와 질문들, 오감으로 인지되는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한 사람들은 모두 다른 판단을 내린다. 그리고는 어떤 것은 오래 기억에 남겨두려고 애를 쓰고 어떤 것은 바람에 실려온 먼지를 떨어내듯 금세 잊어버린다. 영화 존은 끝에 가서 죽는다는 기상천외한 화법으로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질리게 한다. 다 보고도 무엇을 본 것인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은 눈에 보이는 걸 주제로 삼은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 영역을 시각화 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고 느끼는 것에 대한 좋은 것과 불편한 것들을 나누고 그 중에서도 대개는 좋지 않았던 것들을 집대성해서 그걸로 억지스러운 이야기 틀을 엮어 낸다. 당연히 불편하고 이해가 안될 것이다. 이 영화는 데이빗이라는 젊은이가 한 스토리텔링 전문 기자에게 자신이 겪었던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시작한다. 존은 데이빗의 친구고 그들 말고 몇몇의 듀드가 등장한다. 하지만 대개의 이야기는 데이빗이 겪었던 이야기에 조금 살을 덧붙인 것들이다. 그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물질은 소이소스, 즉 간장이다. 익명의 누군가에게 얻은 그 물질이 몸에 들어가는 순간, 평범한 인간으로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초능력들이 발휘된다. 하지만 여기서 기존의 히어로들이 가지고 있는 파워의 실현과는 동떨어진다. 남들의 마음을 빠르게 읽어낸다든지, 다른 세계로 파고 들어갈 수 있다든지, 혹은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과 소통을 할 수 있다든지, 그래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제자리에서 느낄 수 있는 난잡한 능력들이다.





그런 과정은 결코 깔끔하다고 할 수 없는 비주얼로 이들을 얽어 놓는다. 다시 떠올리기 싫은 신체절단과 곤충, 파충류를 닮은 생명체를 통해 이들이 마치 뭔가에 감염이라도 된 듯 반응하고 이야기 도중 사라지는 사람들의 모습도 흉측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다시 불쑥 재등장하는 케이스도 있다. 과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





예를 들어 여기와는 다른 세상이 하나 이상 더 있다고 해보자. 이곳에서는 일찍 죽은 사람이 저곳에서는 멀쩡하게 살아남아 획기적인 과학물질을 만들어냈고 그것들이 이곳 사람들이 컴퓨터라거나 애니메이션이라고 부르는 것들이라면 황당할까 그리고 선택받은 사람들은 이곳과 저곳을 오가며 그 모든 것을 향유하거나 체험할 수 있다면 그런 사람들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말이 좀 어렵지만 우린 늘 정면만 바라보며 살라고 강요당해왔다. 그건 트랙에 나서는 경주마들에게 씌우는 안대와 같다. 그런 이유로 절대 옆을 보지 못하며 살았다. 남과는 다른 생각을 하는 것도 불경한 일이며 당치도 않는 상상력은 이미 정해놓은 사회의 룰에 어긋난다며 상상조차 불허하기에 이르렀다. 수많은 이즘들은 그것이 정치적이라면 보수적이거나 진보적인 것이고 그것이 경제적이라면 맑스적인가 혹은 케인즈적인가로 나뉠 뿐이다. 정확하게 이중잣대 속에서 양시론과 양비론의 각축만 있을 뿐이다.





물론 이 영화를 철학적으로 논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시각적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보니 결국 도달하는 건 그런 방향들이다.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과연 달랑 한가지일까 아니면 놓치는 무엇인가가 있는 것일까 가장 단순하게 말해 감각적 인지의 편견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논한다고 하겠다.  





영화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제목은 허구다. 존은 끝에 가서 죽은 게 아니라 중간에 이미 죽었다. 그리고 다시 데이빗의 곁에 머문다. 그리하여 존이 죽은 것인지 아니면 데이빗이 환영을 보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마약처럼 작용하는 검은 색 물질은 간장이 아닌 우리가 접해보지 못한 그 무엇이다. 이 영화 결코 순탄하지 않지만 그래도 끝까지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근데 끝에 가서 ‘죽는’ 건 흔한 이름의 대표성을 가진 ‘존’이라는 우리 관객들일지도 모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존은 끝에 가서 죽는다 (2014)

John Dies at the End 
10
감독
돈 코스카렐리
출연
체이스 윌리암슨, 롭 메이즈, 폴 지아마티, 클랜시 브라운, 글린 터맨
정보
코미디, 판타지 | 미국 | 99 분 | 2014-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