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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신 - [리뷰] 신과 인간의 중간계를 살다

효준선생 2014. 3. 9. 07:08






   한 줄 소감 : 굿을 하면 이 번뇌의 소용돌이 속에서 빠져 나갈 수 있을까
 





황해도 연백땅에 지금으로부터 80여년전 아들을 보고 싶은 집에서 딸로 태어나 그 이름마저 넘세라고 지어진 한 여자 아이가 있었다. 어릴 적부터 용한 신기를 보인 아이를 두고 그녀의 외할머니는 자신의 뒤를 이어 무당이 될 팔자라며 끌어 안곤했다. 지금은 중요 무형문화재이자 나라무당이라 칭하는 만신 김금화의 이야기다.





영화 만신은 작년에 이미 본 적이 있던 영화 비단꽃길과 닮았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 결혼과 한국 전쟁으로 고생했던 이야기, 신내림을 받고 무당으로 활동하고 새마을 운동 등으로 혁파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지금은 외국인 신녀들까지 그녀를 따른다는 이야기까지. 그런데 이번 영화는 정통 다큐멘터리에서 조금 벗어나 그 당시의 일화를 유명 배우들이 재연을 하고 그 장면을 곳곳에 배치해 놓은 다큐 드라마의 형태를 하고 있다.


영화 비단꽃길의 리뷰 -> http://blog.daum.net/beijingslowwalk/16154790




그녀의 한자 이름[錦花]을 한글로 풀어 놓으면 비단 꽃이 된다. 그녀가 넘세라는 경망스러운 이름을 버리고 금화라는 당시로서는 무척이나 세련된 이름을 얻게 되었을 때의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그 이름은 지금껏 그녀가 만신으로서 살 수 있었던 지탱의 힘인 지도 모른다. 올해 연세 여든 둘, 화면으로 보이는 모습에선 결코 나이 이상의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여전히 곧은 체구, 형형한 눈빛과 탄력있는 피부, 오로지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자신의 소명을 놓치지 않은 인물로 살아온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속내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외부로 들어나지 않은 사적 영역에서의 슬픔, 순탄하지 많은 않았던 가정생활, 그리고 직업인으로서 무당은 오랜 시간동안 사회적으로 업신여겨졌던 것도 사실이었던 지라 그 무게감도 상당해 보였다. 지금은 이런 저런 감투도 쓰고 그녀의 굿이라도 열리면 다수의 카메라가 쫒아 다니는 유명세를 얻고 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외부로부터의 시선과 타협도 많이 했던 걸로 보인다.





영화에서 그녀는 유독 배연신 굿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작년에 개봉했던 비단꽃길에서는 인천 앞바다에서의 굿을 행정적 이유로 허가를 받지 못했다며 바다로 나가지 못한 채 접안을 해둔 채 펼친 탓에 많은 아쉬움을 토로한 반면 이번엔 그 소원을 이루는 장면이 등장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때의 몰입감은 대단했고 그걸 보며 함께 하는 사람들의 흥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직도 무당이라 하면 미신나부랭이쯤 되는 걸로 치부하거나 심지어 무서운 것이라며 외면하기도 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조선 땅의 토속신앙을 두려워했던 일제시대와 새마을 운동을 밀어붙인 박정희 정권시절, 우리 고유의 민속 문화로서의 무속신앙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 채 외면당해야 하는 대상으로 치부되온 것도 사실이다. 특히 타 종교문화에 대해 배척행위가 극심한 우리나라 일부 종교인들의 극성도 여기에 한몫한 셈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중국에서 60년대 시작된 문화대혁명 시절, 낡은 것은 모두 나쁘고 척결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수천 년 된 고유의 문화들이 곳곳에서 박살난 적이 있다. 지금은 그걸 복원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과 정성을 쏟고 있지만 우리에게도 분명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무당을 종교로 봐야할지 혹은 고유의 문화로 봐야 할지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걸 종교로 보고 싶으면 그렇게 봐도 좋을 여건이 되면 그만이고 문화로 대하고 공부하며 접근하면 그걸로도 하나의 학문이 될 수 있다.





이 영화는 김금화라는 걸출한 무당, (아니 이제는 만신으로 불러도 좋을) 의 일인극은 아니다. 외래의 것들에게 밀려 하나 둘 사라지는 고유의 문화에 대한 고찰의 시금석이라 보고 싶다. 연출을 맡은 박찬경 감독은 그녀에 대해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뽑아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전작들을 유심히 봐 왔던 관객들이라면 충분한 역량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여라고 했던 박동진 명창의 일갈이 불현듯 떠오른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만신 (2014)

7.6
감독
박찬경
출연
김새론, 류현경, 문소리, 김금화, 김중기
정보
드라마, 다큐멘터리 | 한국 | 104 분 | 2014-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