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벨과 세바스찬 - [리뷰]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효준선생 2014. 3. 11. 07:33






   한 줄 소감 : 보고 나서도 따뜻한 기운이 오래 남는다. 한겨울에 핫팩같은 영화!!
 





전쟁은 사람들을 황폐화시키지만 전쟁을 다룬 영화에서는 오히려 찬란하게 발휘되는 인간애로 하여금 종종 우리를 감동시키곤 했다. 벨과 세바스찬이 평화로운 시절, 알프스 소년의 유유자적한 이야기라면 그렇게 감흥이 넘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 적들이 나타나 목숨을 위협하고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들을 앗아갈지 모르는 불안한 날들을 살며 보잘 것 없는 삶을 정신적으로나마 윤택하게 해줄 수 있는 건 바로 사람과 사람간의 정때문일 것이다.





영화 벨과 세바스찬이 정말 좋았던 건 금수만도 못한 비루한 인생을 사는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목숨 달린 것끼리의 믿음과 정이 퐁퐁 샘솟는 걸 바로 느꼈기 때문이다. 그 결정적인 장면을 우선 꼽자면 벨이 눈 밭에서 다리를 다쳐 간신히 썰매를 끌고 움직이던 의사를 돕던 순간이었다. 세바스찬과는 달리 그다지 나눠가진 정도 없던 사람을 용케 기억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던 장면에서 어쩜 저렇게 대견할까 싶어 울컥했다. 일전에 자신이 총상을 입고 쓰러진 걸 고쳐준 의사라는 걸 기억했기에 그럴 수도 있지만 벨이라면 누구에게라도 그럴 만한 품성을 가지고 있으리란 믿음이 있었다.





1943년 프랑스와 스위스 국경, 피레네 산맥에 옹기종기 모여 살던 그 마을에도 전운이 감돌았다. 독일 군이 이 산골마을까지 들어와 유태인들을 잡아들이는데 혈안이 된 상태로 유태인들은 이곳 프랑스 촌로의 도움을 받아 산 너머 스위스로 숨어들곤 했다. 그러니 독일 군에겐 이 마을 사람들이 눈엣 가시처럼 보였을 것이다. 이 마을엔 세바스찬이라는 여섯 살 난 남자 아이가 살고 있었다. 아이 역시 전쟁고아나 다름없었고 아이는 마을 어른들에게 손주 이상의 귀여움을 받고 지냈다. 그에겐 학교보다 뒷동산이 편했고 거기서 만나는 동물과의 조우는 책에서 배우는 지식 이상의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었다. 덩치가 송아지만한 개, 벨과의 만남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벨도 세바스찬도 어찌보면 버려진 존재였다. 양치기 목동에게 학대를 받고 버려진 채 야생을 떠돌던 ‘짐승’ 같았던 벨에게 자기보다 작은 몸집의 어린 세바스찬이 보여준 동심은 믿을 수 있는 것임을 확인시켜 주었고 그렇게 두 생명은 친구가 되었다. 그 흐름은 戰時라는 특수성 때문에 위기도 오고 후반엔 나름의 사명감을 보여주는 설정도 있었다. 다소 작위적인 냄새도 나지만 그럼에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건 각박해져만 가는 요즘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개가 착하다. 다소 오해가 있기도 하지만 적군으로 나오는 독일 군 조차도 선한 눈빛을 놓지 않고, 쉰들러 같은 인물도 만들어 놓은 걸 보면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우화같다는 느낌이 든다. 꽤 오래전 일본에선 이 소재로 만화가 나온 적도 있었고 유럽지역 개봉시 적지 않은 관객들을 울렸다는 전언이다.





영화 보면서 이 영화는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함께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물씬 든다. 화려한 알프스 산자락의 풍광과 그 안을 메우고 있는 사람과 동물과의 감정 교류,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안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사랑은 절대 놓지 않으려는 보편적 인류애까지, 교훈과 감동을 적절하게 섞어 놓은 수작이라는 생각이다. 세바스찬으로 나온 꼬마 배우의 연기도 제법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세상에서 가장 작은 존재가 전하는 사랑과 믿음의 힘(사진을 누르면 영화 삽입곡이 나옵니다)





벨과 세바스찬 (2014)

Belle and Sebastien 
9.6
감독
니콜라스 배니어
출연
펠릭스 보쉬, 체키 카료, 디미트리 스토로지, 마르고 샤텔리에, 안드레아스 피에트슈만
정보
어드벤처 | 프랑스 | 99 분 | 2014-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