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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300 : 제국의 부활 - [리뷰] 에게해, 동서문명의 충돌 현장

효준선생 2014. 3. 8. 08:30





   한 줄 소감 : 살수대첩, 명량해전, 적벽대전등이 마구 떠오른다 
 





영화 300 : 제국의 부활은 역사적 사실과 그 안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을 제법 잘 살려놓았다. 막연한 판타지 싸움박질 영화로 알고 보았지만 실제 역사서에 기록된 페르시아 전쟁의 일부분을 그럴듯한 영상과 함께 이야기가 되게끔 짜놓은 것이다.





기원전 5세기 경 아시아의 맨 왼쪽 자리엔 페르시아라는 강력한 제국이 자리하고 있었다. 인도 북부에서 기원된 그들의 선조들은 지금의 이란 일대에서 흥기하며 동으로는 인도와 서쪽으로는 에게해 남으로는 이집트 북으로는 우크라이나 일원까지 영토를 넓힌 말그대로 제국이었다. 그들에게 땅을 넓히고 자신들의 극강한 힘을 지금의 유럽땅에 살고 있는 보다 흰 피부의 백인들에게 보여주는 걸 일종의 사명의식이라고 생각한 듯 하다.





신성(神聖)이 지배하던 그리스의 모습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야만성이 농후했던 자신들의 허점을 극복하고 했던 것도 기실 페르시안 전쟁을 아우르는 하나의 명제였던 셈이다. 이 영화에서 그런 면모들이 여러 군데서 보인다. 그리스의 양대 세력 축이라 할 수 있는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그리스 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는 있지만 언제든지 대립할 수 있는 일종의 연맹 부족에 불과했다. 그들이 에게해 너머의 강력한 위협세력 페르시아를 맞서기 위해 힘을 모으는 자체는 또 하나의 모험이었던 셈이다. 영화에서 보이는 이미지 자체가 그랬다.





문약해 보이는 흰 피부의 아테네 군졸들, 다들 웃통을 벗고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지만 농부, 상인 심지어 시인까지 전장에 차출되었다며 궁시렁거리는 모습이 칼과 창을 들고 싸워야 하는 전형적인 병사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반면 잠깐의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준 스파르타 군사들의 모습은 일당백의 풍모와 다소 그을린 듯한 육체미가 상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바다 건너 페르시아 군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아예 인종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유색인종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다. 이들의 비주얼적 차이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이들이 주장하는 각각의 사연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페르시아 중흥의 기치를 내건 다리우스, 그가 잘 알려진 마라톤 전투를 거치며 아테네의 테미스토클레스의 화살에 죽음을 당하자 그의 아들 크세르크세스는 아예 인간의 모습을 버리고 반신반인의 절대 권력으로 다시 태어난다. 10년간의 와신상담의 결과가 바로 기원전 480년 벌어진 살라미스 해전이다. 훨씬 우월한 수적 우세의 전함들을 가진 페르시아와 그리스를 대표해 나섰지만 상대적으로 열세의 아테네, 그 둘 간의 승자와 패자가 엇갈릴 수 밖에 없는 결과. 마치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거라는 사명감으로 난리를 쳐대지만 이 와중에 숨겨진 사실 하나가 있다.





이 영화가 단순히 역사에 기록된 전투의 복원만이 아닌 건 이들이 외치는 가치들, 예를 들어 자유, 민주, 이런 것들에 대한 울부짖음이었다. 아네테 쪽을 편드는 것 같은 인상을 받는 이유도 크세르크세스로 대표되는 독재자의 이미지에 비해 테미스토클레스의 리더십은 보다 민주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근대국가 형성과 사람들의 시민의식이 숙성된 이후의 개념이 이 당시 전장에 끌려나간 군인들의 입에서 나왔다는 자체가 의미있다. 페르시아 쪽 사령관 격이자 이 영화의 대부분을 끌고 나간 여장부 아르테미시아의 말을 빌자면 “누굴 위한 전쟁인가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건 정치인들을 위한 것이고 우린 그럼 그들을 위해 싸우는 것이란 말인가”





역사상 수많은 전쟁은 부리는 자의 탐욕에서 출발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부모와 형제자매가 살육되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 자신이 복수의 화신이 되서 칼끝을 겨누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영화 초반 전쟁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그리스의 정치인들이 모여서 하는 게 주전파와 주화파로 나뉘어 말싸움을 하는 게 다였다. 전쟁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많은 젊은이들이 미리 죽었어야 할 이유도 없고 그 아까운 그리스 아테네의 유적들도 파괴될 일이 없었을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근육질의 남성들 같지만 실상은 왜소하지만 강단있는 외모로 여러 뭇남성들을 꼼짝 못하게 하는 아르테미시아 였다. 그리스인의 피가 흐르면서도 동족에게 가족을 잃고 자신은 능욕을 당하면서도 최고의 여전사가 된 그녀, 제국의 거함을 이끌고 무시못할 상대인 아테네와 맞서면서도 지략과 담대함을 잃지 않는, 그러면서도 상대 장수를 미혹하게 만들 수 있는 그녀에게 시선을 거둘 수가 없다. 비록 그녀 역시 용병의 신세에 머물고 말지만 이번 영화에서 그녀의 포스는 무시할 수 없다.





전투 장면에서 시작해 전투 장면으로 마무리 된 이 영화는 왜 청불 영화인지 여실하게 보여준다. 칼로 찌르고 베는 기존 전쟁 영화의 지극히 평범한 장면들을 슬로우 비전으로 고농축 시켜 신체절단과 피칠갑이라는 극단적 비주얼로 감추지 않고 보여주는 데 그 농도가 생각보다 진하다. 마치 악에 받혀 세상에 하지 못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싶을 정도인데, 어느새 무감각해질 정도로 익숙해지다가도 문득 혀를 내두를 정도의 잔인함이 전쟁의 소용돌이가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경고를 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에바 그린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에 빠져들 이유도 없었다. 그녀의 눈빛은 정말 후덜덜하다






300 : 제국의 부활 (2014)

300: Rise of an Empire 
7.4
감독
노암 머로
출연
에바 그린, 설리반 스태플턴, 로드리고 산토로, 레나 헤디, 한스 매디슨
정보
액션, 드라마 | 미국 | 102 분 | 2014-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