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투 더 원더 - [리뷰] 사랑에 대한 몽롱한 관찰

효준선생 2014. 3. 6. 07:30





  한 줄 소감 : 사랑할때와 헤어진 뒤의 심경을 프리즘으로 보는 것 같다
 





국 청년 닐이 딸을 키우는 싱글녀 마리나에게 호감을 갖게 된 이유는 그녀의 빛나는 외모였을지 모른다. 프랑스 파리에서의 그 두 사람의 애정행각은 호감을 갖고 있던 상대로부터 자신을 인지하게 만들었을 때의 그런 감정이 기폭이 된 것 같은 분위기였다. 왜 이제야 만나게 된 걸까, 조금 더 일찍 만났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조차 들지 못할 만큼 쾌락의 연속이었다. 사랑은 그런 감정의 연속이다.





3년 전 미국 감독 테렌스 맬릭은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를 들고 찾아왔다. 워낙 과작(寡作)을 하기로 유명한데 겨우(?) 1년 만에 다시금 이 영화를 내놓은 것에 대해 많은 호사가들은 그가 변했나 하며 입방아를 찧었다. 내놓은 작품 수는 적어도 한 번 내놓은 영화들은 각 해외 영화제에서의 수상은 물론이고 까탈스럽기 그지 없는 평론가들로부터 필견의 역작이라는 수식을 얻은 그였기에 이번 영화도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불어 전작 때도 그랬지만 그의 영화는 강렬하고 짜임새 있는 내러티브에 익숙한 상업영화 애호가들에겐 한마디로 불친절하고 지루할 수 밖에 없다. 지구도 모자라 범 우주적 거대담론을 피력하며 배경을 천체(天體)로 삼는 통에 그의 영화엔 빛과 어둠의 대비가 선명하다. 물론 이번 영화도 비슷한 분위기다.  





대신 뜬 구름을 잡겠다는 전작과는 달리 이번엔 남녀의 사랑이야기에 천착하며 호기심을 끌고 있다. 불같이 사랑해서 함께 있고자 했던 남녀가 어떤 계기로 인해 파열음을 내게 되고 그게 다시 헤어짐으로 종결될 때의 그들의 마음속엔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 그런 걸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자연현상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에 빗대어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랑하기에 웃고 헤어지기에 울고 다른 사람 만나 잊을 수 있는 게 통속적인 사랑타령이라면 닐과 마리나의 경우는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 유형의 것들이다. 낯선 곳으로 옮겨와 살다보니 맞닥뜨리는 생경함도 불안을 유발하는 요소며, 하나 있는 딸의 부적응도 감안해야 한다. 마치 모델 하우스 같은 곳에서 머물며 하나씩 가구를 들여놓거나 뭔가를 꾸밀 때의 마음과 헤어지기로 작정한 뒤 눈에 들어오는 그것들이 같은 마음일 수 없는 것처럼 이들의 마음도 변하고 만 것일까





중반부에 남자의 옛 여자, 여자의 옛 남편이 잠시 등장하며 스스로의 사랑은 얼마나 견고한 것인지 살짝 테스트해보지만 중심은 변함없는 닐과 마리나의 그것뿐이다. 워낙 인물간의 대사가 없다보니 그들은 과연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임하는 것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뜨악하게 한 마디씩 던지는 선문답 같은 소리에 앞 뒤 맥락을 이어 붙여야 하고 대사보다는 몸짓과 표정에서 그걸 읽어내려는 눈이 피곤해진다.





이들의 사랑이 휘청거리는 틈새엔 신부가 한 명 등장한다.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 신에 대한 충심, 그리고 죽어가는 생명들에 대한 경건한 의지, 그런 걸로 고민하며 소요유하는 장면들로 인해 이 영화 역시 얄팍한 시선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임을 말하고 있다.





배우들 사이를 마치 유영하듯 파고 들거나 핸드헬드같아보이는 데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카메라 앵글이 마치 우주를 떠다니는 익스플로러같은 촬영이 인상적이다. 웅장하다 못해 비장감마저 감도는 클래식 음악이 전체를 감싸안는 이 영화의 음악과 함께 제대로 끝까지 섭렵하게 되면 결코 잊을 수 없은 영화로 기억될 것이 틀림없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투 더 원더 (2014)

To the Wonder 
10
감독
테렌스 맬릭
출연
벤 애플렉, 올가 쿠릴렌코, 레이첼 맥아담스, 하비에르 바르뎀, 로미나 몬델로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미국 | 112 분 | 2014-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