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다이애나 - [리뷰] 온실 밖 세상도 여전히 차가웠다

효준선생 2014. 3. 7. 07:30






  한 줄 소감 : 그녀가 진정 원했던 건 세상으로부터의 따뜻한 관심아니었을까
 





1981년 영국에선 세기의 결혼이라고 불리는 성대한 행사가 열렸다. 오죽했으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타국에서까지 생중계를 해주었을까 대영제국의 맏며느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국적에 상관없이 이 신데렐라 같은 젊은 신부에게 눈길을 준 건 마치 그녀의 미래가 순탄할 것만 같지 않은 이상한 느낌 때문인지도 모른다. 유치원 보모 일을 했다고 해서 그녀를 마냥 평민집안 출신정도로 폄하하기도 하지만 그녀 역시 어엿한 귀족 출신이고 일반 여성의 키를 훌쩍 넘는 신장에 나름 꾸미고 다니면 우아하다는 소리 정도를 들었다. 하지만 그녀를 감싸고 있는 고독은 아마 결혼식 전부터 존재했던 모양이다.





다이애나 프랜시스 스펜서는 한 나라의 황태자비가 되었지만 개인적 사생활은 그렇게 순탄치 않았다. 세상에서 유일한 자기편이라고 믿었던 남편의 박대와 아내로서의 자존감 상실등이 그녀를 무려 15년 동안 힘들게 했다.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되고 겨우 1년 남짓 그녀는 왕세자비가 아닌 자연인으로 돌아왔지만 어쩌면 그 시간은 그녀에겐 인생을 정리할 여분의 삶이 아니었나 하는 슬픈 생각이 든다.





영화 다이애나는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고 행복할 것 같은 로열 패밀리로서의 한 여성의 삶을 뒤로 한 채, 더 이상 사랑받지 못할 것 같았던 순간 그녀를 찾아온 또 다른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가 우연히 조우한 한 외과의사와의 통정은 결코 느껴보지 못한 사람과 사람사이에서의 공유라면 여전히 한때 한 나라의 황태자비였다는 사실만으로 세상 사람들의 호기심에서 자유롭지 못함은 그녀를 옭아매는 데 한몫하고 말았다. 그녀는 이제 자유인이 되었으니 자기가 선택한 사랑이 영원히 자신 곁에 머물 수 있을 거라는 자신도 있었을 테고 두려움도 많지 않았을 것이다. 영국인도 아니고 한때는 영국과는 다소 껄끄러운 관계였던 파키스탄 출신의 남자와의 만남으로 인해 그녀는 자신의 사랑의 강도를 보여주기 위한 나름의 퍼포먼스도 강행한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우간다 등지에서 지뢰제거 운동을 하거나 파키스탄으로 가서 미래의 시댁 식구를 만나거나 남자의 논문과 승진을 위해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장면들은 기자들이 물었던 것처럼 보여주기 위한 쇼는 아니었을까





그만큼 위험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녀가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었던 그 사람을 차지하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보면 인생을 통해 단 한번 그녀 한 사람만을 향한 사랑을 받아 보지 못한 여성으로서의 심리가 절절하다. 그런 장면들은 의사를 만나며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그려진다. 쉽지 않아 보이고 반복될수록 오해와 다툼도 있다. 하지만 결코 쉽게 포기할 수 없었던 건 찰스 황태자와의 결별, 그리고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그녀의 부모의 이혼 등이 끼친 심리적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영화가 후반부로 흐르며 파국을 예견하는 듯한 장면들이 다급하며 펼쳐지지만 이 영화는 그녀의 죽음을 캐묻거나 영국 황실과의 마찰을 노골적으로 그리지는 않았다. 그저 혼자로 남은 한 여성의 쓸쓸함, 여전히 많은 영국국민들로부터 “우리의 황태자비”로 인식되어 온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벅차게 그려졌다.





만약 그녀가 아직도 살아 있다면 그녀의 오늘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생전에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영국이 아닌 외국에 나가서 살고 싶어하기도 했다. 그녀의 이승에서의 마지막이 영국이 아닌 프랑스였다는 게 아이러니 하지만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는 그녀의 마지막 길이 그녀의 바람대로 이뤄졌다고 할 수 있을까 파파라치의 차가운 카메라 셔터가 그녀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는 것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실존 인물, 그것도 한때 만인의 연인으로 추앙받던 인물을 본따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 영화의 여주인공 나오미 왓츠는 마치 다이애나의 재림인 것처럼 비슷하게 꾸미고 나섰다. 비록 그녀의 일상에 대해 거의 아는 바도 없고 이미 너무 오래 전의 일이라 매치 시키는 것도 무리지만 아마 연기를 하는 동안만큼은 그녀가 다이애나로 살지 않았을까 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그녀를 보면 조롱 안에 든 새가 생각이 난다.







다이애나 (2014)

Diana 
8.3
감독
올리버 히르비겔
출연
나오미 왓츠, 나빈 앤드류스, 더글라스 호지, 제럴딘 제임스, 조너선 케리건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영국, 스웨덴, 프랑스, 벨기에 | 112 분 | 2014-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