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소감 : 죽은 사람만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
80년대 초반 유럽권이면서도 상대적으로 낙후한 국가였던 노르웨이는 드넓은 북해에서 명태만 잡는 곳으로 알았는데, 그곳이 황금어장이라는 사실에 흥분하면서도 당혹해 한다. 그 당시 기술로서는 바다 깊숙이 매장된 석유를 끌어 올릴만한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70년대를 강타했던 중동 발 오일 쇼크에 각국은 혹시라도 자국의 영토 안에 유전이 있는 건 아닌가 물색했고 그렇게 발견된 곳 중의 하나가 북해유전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에너지 자원이 있는 곳에 미국이 빠질 리 없다. 득달같이 탐사팀 일원으로 참여한 그들은 노르웨이의 잠수부 형제와 함께 시추공을 설치할 수 있는 지 여부를 알아보기로 한다. 노르웨이의 영화 파이오니아의 시작이다. 시간이 벌써 35년이나 된 사건을 다룬 이야기인 지라 전반적인 분위기가 어둡다. 수중 공간과 밀폐된 잠수종 안에서의 이야기들이 많은 탓이지만 그보다는 국가가 소위 나랏일을 위해 개인의 희생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상황에서 한 남자의 고군분투가 서늘하게 다가왔기에 더 그랬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건 그가 바닷 속에서 작업을 하다 동생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는 동생의 죽음에 자신들의 생명 줄이나 다름없는 산소 밸브에 정체불명의 가스를 혼입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믿었고 그 배경엔 미국 기술자들의 음험한 농간이 있는 것으로 추측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사실을 캐려고 할 수록 지상근무자들과 이 프로젝트의 관리자들은 하나 같이 발뺌하고 나섰으며 심지어 결정적 단서를 쥐고 있던 인물마저 알 수 없는 사인으로 시신으로 발견되고 만다.
미궁에 빠진 그가 할 수 있는 건 다시금 현장에 투입되서 가스 샘플을 얻어 분석을 하는 것이지만 그의 행동은 모종의 세력에 의해 감시, 제지 당한다. 이 영화가 비교적 단순한 구조로 오로지 단 한가지 사건이 발생한 뒤에 벌어지는 진실찾기에 집착하는데 그 스릴러적 요소가 허투로 보이지 않는다. 분명 뭔가가 있을 법한데 싶다가도 단서를 놓치고 마는 상황들이 이어지고, 등장하는 모두가 의심을 받을 정황이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국가적 사업을 위해 나섰다고는 하지만 하나 뿐인 동생을 잃은 형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건 없다. 더불어 다들 이번 사고의 원인제공은 오히려 같이 작업을 한 형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처럼 돌린다면 누가 흥분하지 않겠는가. 제 3자인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그들의 힘을 빌리지 않으면 석유 시추가 힘든 노르웨이의 상황도 잘 묘사가 된다. 과연 형은 동생의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가 가장 마지막에 선택한 결론은 무엇인지 상당히 궁금해진다.
이 영화 엔딩에는 사실을 적시하고 있다. 이 일이 있은 후 노르웨이에서의 석유시추는 성공을 거두었고 노르웨이는 산유국이 되었다. 그리고 그 당시 잠수부들로 꾸려진 단체에선 억울한 죽음에 국가를 상대로 소송까지 했다는 멘트였다. 영화에선 형제 잠수부의 모습이 나오지만 더 많은 희생이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개인의 희생이 국가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그냥 없었던 일로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이 영화는 단순한 질문을 하고 있지만 확실한 답은 내리지 않는 모양새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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