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주윤발의 도성풍운 - [리뷰] 마술사로 나와도 멋진 풍모의 주윤발

효준선생 2014. 3. 2. 11:00






    한 줄 소감 : 카지노 보다 마술과 마작에서 더 큰 쾌감이 있다.
 





80년대 후반 홍콩 영화가 한국 영화 팬의 엄청난 사랑을 받기 시작한 때 가장 먼저 선을 보인 장르는 느와르였다. 그 이전까지의 무협 영화에서나 볼 법한 액션이 도시와 접목되면서 뒷골목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들만의 검은 세계가 영화로 옮겨지자 사람들은 열광했다. 그리고 영웅본색이 그 정점에 섰다. 이어 첩혈쌍웅이나 첩혈가두, 천장지구 같은 영화들이 있었다. 느와르 장르와 함께 현실에선 볼 수 없는 강시가 출몰한다는 영환도사 시리즈도 인기를 끌었다. 90년대 초반이 되자 두 장르의 쇠퇴와 함께 새롭게 등장한 건 바로 도박영화였다. 홍콩이나 마카오 등지의 카지노를 중심으로 승부의 세계를 그린 일련의 영화들은 지존무상을 필두로 도신, 도성등 숱한 아류작들을 만들어 냈다.





하나의 장르가 잘 되면 비슷한 장르의 영화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온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많지 않은 제작비와 급하게 만들어 내야 하는 시스템, 거기에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둔 홍콩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가 미래에 대한 장기적 투자를 생각하기 어렵게 한 측면도 있다. 97년 홍콩 반환 이후 수많은 홍콩 무비스타들이 미국,캐나다,호주 그리고 유럽등으로 이민을 떠났고 홍콩 영화계는 거의 공황수준이 되었다. 홍콩 영화의재기작이라 불리는 무간도 시리즈가 나올 때까지 거진 10여년이 소요된 셈이다.





영화 주윤발의 도성풍운을 보면서 20여년 전 홍콩영화의 전성기를 그리워했던 그때가 생각이 났다. 화려한 카지노 안에서 몸싸움보다는 지략싸움으로 상대방을 통쾌하게 이기는 장면들. 수적 열세에 몰렸던 덜 가진 자가 거들먹거리는 부자를 이기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기 때문에 이런 카지노 무비로 대리만족을 얻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영화는 본격 카지노 무비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켄(주윤발 분)은 도박사가 아니라 마술사로 나오고 카드보다 카드를 무기처럼 쓰는 독특한 캐릭터였다. 당연히 카지노 보다는 악당들의 아지트가 더 많이 공간을 제공한다.





넓게 보면 이 영화도 일종의 경찰 영화다. 고리사채와 불법 베팅을 영위하는 미스터 고라는 인물을 잡기 위해 잠복 경찰을 조직에 심어 놓았고 그들의 정체가 들통나며 목숨을 위협받게 되자 켄과 또 다른 이야기 축인 세 부자의 이야기를 섞어 놓은 셈이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인질을 구해내거나 결정적인 범죄 현장의 단서가 될 의안(義眼) 카메라를 찾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액션이 많이 가미된 탓에 볼만한 일대일 대결도 많다. 말한 바와 같이 카드가 비수처럼 날아다니는 장면이나 켄이 절묘한 방법으로 마술을 선보이는 장면,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 사정봉의 육박전도 그렇다. 최근에 중국 경찰의 꽃으로 자주 등장하는 경첨의 미모와 그녀가 미혼약(迷魂藥)에 취해 아버지 뻘 되는 주윤발을 유혹하는 장면은 보너스다.        





이 영화는 새롭다기 보다는 과거의 영화를 추억하기 위해 왕년의 감독과 배우, 그리고 불법 도박은 근절해야 한다는 중국 당국의 의지가 맞물려 기획된 작품이다. 어찌되었든 가장 좋아하는 홍콩 배우 주윤발의 변치 않는 넉살을 다시 구경할 수 있다는 건 즐거움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최근 다작하는 미녀 배우, 경첨. 갸냘픈 몸매와는 달리 또 경찰로 출연한다. 







주윤발의 도성풍운 (2014)

From Vegas to Mac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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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왕정, 종소웅
출연
주윤발, 사정봉, 동비, 두문택, 고호
정보
액션, 코미디 | 홍콩 | 94 분 | 2014-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