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미 앤 유 - [리뷰] 아이가 크려면 누군가 필요하다

효준선생 2014. 3. 1. 07:30






  한 줄 소감 : 동물과 달리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품"이 필요하다
 





어나면서 봐왔기에 늘 어리다고 생각했던 아이들도 자란다. 열 살이 되면 자아가 형성되고 자기 주장을 하고 마치 어른 흉내를 낸다. 간혹 여전히 부모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간혹 환경에 따라 어른이 되는 속도가 빠른 아이들도 있다.





영화 미 앤 유의 열 네 살 소년 로렌조, 편모슬하에서 자라는 중학생이다. 얼굴엔 여드름이 덕지덕지 붙어 있지만 여전히 앳띤 모습이다. 그런 그에겐 남과는 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 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물론 외톨이고, 거의 유일한 말 상대인 엄마와도 갈수록 건성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 그는 학교에서 스키캠프를 간다고 한 기회를 살려 자신만의 아지트로 숨어들려고 한다.





베르나르도 베로톨루치라는 이름만으로도 주목할만 한 이 영화의 주제는 성장이다. 열 네 살 짜리 이탈리아 소년의 조금은 답답했던 일주일의 이야기를 풀어내 누구라도 한 번쯤은 겪었을 성장통과 어른이 된 지 한 참 지났음에도 여전히 시름겨워 하는 어른을 대비시켜 나름의 고민과 희망을 끄집어낸다.





단순하 줄거리와 몇 안되는 등장인물이지만 하고픈 말은 거의 다 한 게 아닌가 싶게 인물의 심리묘사에 천착한다. 우선 로렌조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보자. 아버지는 원래 다른 여자의 남편이었다. 로렌조의 엄마와 바람이 나서 집을 나와 로렌조를 낳고 지금은 없다. 그에겐 병석에 있는 할머니가 있다. 로렌조가 그렇게 외부와 단절된 사고를 갖게된 데는 이렇게 그를 둘러싼 아이가 받아들이기엔 다소 벅찬 환경 탓도 있다. 그런 그가 만든 아지트 자체가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지하공간이다. 이 장소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예전 아버지는 원래 이곳에 기거하던 한 사람에게 역모기지론으로 구입했다. 다시 말해 그가 죽으면 이 곳은 모두 아버지의 소유가 되지만 죽을 때까지는 머물 수 있는 독특한 시스템으로 주로 유산을 물려줄 필요가 없는 독거노인들의 어쩔 수 없는 생활비 충당 방식이다. 그런 탓에 이곳엔 아직 쓸만한 물건들이 있고 로렌조의 아지트로는 썩 잘맞는 공간이다.





하지만 혼자만의 일주일을 보내려는 그 앞에 이복누나가 나타났고 그녀 역시 마땅이 갈 곳이 없다하면 두 사람은 이 어둡고 습한 공간에서 어색한 동거를 하게 된다. 제대로 된 일면식도 없던 두 사람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꺼내며 자신들이 겪은 이야기를 통해 타인에 대한 몰이해를 상쇄하는 동안 어쩌면 어제보다 나은 내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들을 통해 동화되는 과정이 성장의 기본요소라 봤다. 예를 들어 밀림에 떨어진 타잔이 엄마 역할을 하는 오랑우탄이나 침팬지를 만나지 못했다면 타잔은 사회성을 가질 수 있었을까 로렌조역시 마찬가지다. 부모의 사랑을 넉넉하게 받지 못하며 자란 그에게 사춘기의 에너지를 애정으로 쏟아부을 상대조차 찾지 못했고, 그 대신 지하실에서의 숨어들기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한 것도 기실 추천할 만한 것은 아니다. 이는 스물 중반이 된 누나 올리비아도 마찬가지다. 한때는 촉망받던 사진작가였지만 마약에 손을 대고 여태껏 끊지 못하는 그녀에게 어그러진 가족관계는 그녀를 코너에 몰리게 한 셈이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했던, 차마 내색조차 하지 못했던 일들을 그들은 좁고 어두운 공간에서 비로소 해낸 셈이다. 마지막 날 밤 서로에게 약속을 한다. 동생은 누나에게 더 이상 약을 하지 말라 하고 누나는 동생에게 더 이상 숨지 말라고 했다. 그 약속들이 지켜질지 영화는 답을 하지 않았다. 어둔 곳에서 밝은 곳으로 나와 각자의 길로 나선 두 사람의 모습이 처음보다는 한결 편해진 걸 보니 이렇게 한 뼘 더 커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데이비드 보위의 space oddity 가 멋들어지게 울리는 엔딩은 이들 남매의 처지를 곧잘 비유해낸 것 같다. 얼마 전 본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도 나온 음악이다. 이탈리아 영화는 일견 한국영화와 많이 닮은 듯해서 보기에도 편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사람은 자라면서 혼자있고 싶어하면서도 혼자라는 사실에 불안해한다.





미 앤 유 (2014)

Me And You 
10
감독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출연
자코포 올모 안티노리, 테아 팔코, 소니아 베르가마스코, 핍포 델보노, 베로니카 라자르
정보
드라마 | 이탈리아 | 96 분 | 2014-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