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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 - [리뷰] 사회정의는 존재하는가?

효준선생 2014. 2. 27. 07:30






    한 줄 소감 : 억울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시대를 잘못 타고 난 죄
 





렇게 황량한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싶은 곳이다. 말 장수라고 불리는 독일 사람 미하엘 콜하스에겐 여우같은 아내와 토끼같은 딸과 나름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 터지기 전까지. 걷잡을 수 없이 그를 향해 치고 들어오는 사건들로 인해 그의 인생이 코너에 몰리게 될 지는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독일 작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에 의해 19세기 초반 세상에 나온 미하엘 콜하스가 영화로 선을 보인다. 영화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이다. 사람이름을 제외하면 이 영화에선 그가 선택한 것에 대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를 판단한다. 결론은 소설과 마찬가지 였지만 소설이 보여줄 수 없는 배우의 미묘한 표정연기와 황량하다 못해 처량함마저 드는 당시 작센 지방의 모습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지금도 그렇지만 돈과 권력을 가진 자의 횡포와 수세에 몰릴 수 밖에 없는 못 가진 자의 대결이 기본 골격이다. 갑을 관계라고 딱히 정할 수는 없지만 사회정의와 맞물려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일개 말장수가 마치 의적행세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되는 과정, 그것도 가진 권력이라고 뻐기는 성주, 모든 권력이 나온다는 공주의 사이에서 과연 적당한 사법정의가 실현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저 놈의 목을 베라” 라고 하면 이유도 묻지 않고 처결이 가능한 전제군주 시절 납작 엎드려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던 그때 미하엘 콜하스는 과연 무슨 생각으로 궐기에 나섰을까 애초 그는 말 장수 따위와는 거리가 멀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반란수괴’의 자리도 어울리는 건 아니었다. 그저 목숨과도 같았던 두 필의 흑마가 만신창이가 된 모습에 울컥했고 이를 바로 잡겠다고 길을 나선 아내가 어처구니 없이 주검으로 나타나자 분기탱천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집도, 땅도 팔아 모은 돈으로 비슷한 사람들을 규합하고 그들의 수장이 되는 과정이다. 콜하스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무슨 심정으로 의적이 되려고 했던 것일까 그들도 나름대로 세상에 대한 분노를 피력하고 싶었던 걸까 그들의 분노는 하나로 결집되지 못하고 콜하스의 선택에 따라 증발하고 말았지만 그 때문에 콜하스는 억울한 일을 당하게 된 셈이다.





공주가 직접 나타나 중재아닌 중재를 제안했을때 콜하스는 흔쾌히 수용한다. 어쩌면 사면되고 공주의 호위무사가 될 수도 있는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게 물거품이 되고 그렇게 스러져버린 것도 어쩌면 콜하스의 미련스러운 선택의 결과라고 보인다. 이 영화를 현대물에 비유하자면 법정 드라마로 봐도 좋지만 시대가 가진 사회정의에 대한 의식의 차이는 분명 존재했다. 그리고 개인으로서의 콜하스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데 실패한 인물이다.





멋진 배우 매즈 미켈슨 때문에 알고 있는 결말을 자의적으로 만들어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게 이 영화의 아쉬움이다. 그녀의 딸 리즈벳으로 나온 아역 배우와 더불어 영화의 줄거리가 주는 쾌감 이상의 연기력을 감상할 수 있다. 덴마크 출신인 그가 이미 여러 작품을 통해 선사한 카리스마는 그 어떤 배우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함이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