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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배우는 너무해 - [리뷰]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것

효준선생 2014. 2. 25. 07:30






   한 줄 소감 :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그토록 무서운 게임이었다니... 
 





하루에도 수십 건 씩 쏟아지는 연예인들의 동정은 마치 관찰 카메라처럼 우리들에게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도저히 외면하기 힘들 정도의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배설되다시피 하는 이런 기사들은 연예인들에게 공인이라는 가면을 씌운 채 이중적 잣대를 들이민 결과물들이다. 연예인들이란 그 대척점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과는 많이 다르다. 대중 앞에서 연기를 하거나 혹은 노래를 하거나 웃음을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자연인으로서의 ‘김미자’를 버리고 ‘엘리자벳 킴’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조금만 일탈의 기미가 보이면 벌떼처럼 달려들어 그들에게 공인으로서의 도덕과 윤리의식으로 윽박지르지만 너무나 많은 것들을 버려야 하는 그들에겐 힘든 일일 수도 있다.





시쳇말로 쪽을 판다는 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얼굴에 가식의 가면을 하나 더 써야 한다는 말과 같다. 화려한 겉모습 뒤에 감춰진 그들 세상의 어두운 면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얼마나 잘 알고 있는 걸까 소위 연예인 X파일 따위를 통해 허접하고 선정적인 가십만으로 해당 연예인이 나오면 거기에 끼워 맞춰가며 비웃지는 않았는가.





그들이 얻는 인기라는 건 거품이나 마찬가지다. 최대한으로 부풀어올랐다가도 세상의 모든 물리력이 그렇듯 터지게 마련이다. 요령있게 터지지 않을 정도로 유지하는 그들은 정말 많지 않다. 갑과 을의 관계에 휘둘리면서도 오직 연예인으로서 성공하고 돈도 많이 벌고 싶은 그들의 부나방같은 이야기가 영화 여배우는 너무해를 통해 적지 않게 소개되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임에는 분명하지만 그저 벗겨먹는 감독과 말아먹는 여배우 사이의 어설픈 사랑타령을 벗어나 오히려 그동안 우리가 언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봐왔던 연예계의 이면들, 절대로 우아함과는 거리가 먼, 그런 이야기들이 후반부를 장식한다.





아이돌 가수 출신의 여배우 나비, 출연만 했다하면 그 프로그램을 조기종영케 한다는 그녀와 노출 연기를 작품성으로 승화시켜 운좋게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했다는 감독과의 만남은 떡밥일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들이 만나 만들려고 한 작품은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연극이라는 게 독특했다. 절묘한 편집기술로 부족한 연기력을 커버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닌 오로지 사람들 앞에서 연기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연극이라니, 신선했다. 하지만 그 과정과 결말은 순탄치 못했다. 그럴 만도 했다.





연기력이 뒷받침 되지 못했다는 소문을 확인이라도 시켜줄려는 듯 발연기를 하는 배우를 보며 감독은 속이 터질 듯 했고 노출 장면에선 아예 대역을 쓰려고 모종의 작전까지 편다. 우여곡절 끝에 무대에 올린 이 연극, 과연 흥행은 될 수 있을까





여배우를 둘러싼 이런 저런 추정 가능한 뒷 이야기들이 한 둘씩 등장한 건 연극으로 연기 못하는 배우임을 서서히 불식시켜 가던 지점 부터였다. 대역 논란은 둘째치고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오는 동영상 유출부터 기획사 대표에 의한 강압적 성접대, 연예인 지망생의 유흥업소 출입등, 유난히 민감한 부분을 하나씩 꺼내든다. 물론 배우와 감독 간의 기본적인 로맨스 구조도 놓치지 않았지만 배우보다 더 순진무구해 보이는 감독인 탓에 외의성이라든지, 혹은 파격적이라는 등의 긴장감이 덜한 편이다.





이 바닥의 생리상 어느 정도는 깔고 들어가야 한다는 걸 그들은 알고 시작한 걸까 그저 평범한 사회생활을 남보다 일찍 시작하는 정도로 자기만 열심히 하면 인기도 얻고 돈도 벌 수 있는, 그러다 하기 싫어지면 언제든지 그만둘 수 있다는 그런 안이한 생각이 그녀들을 더욱 더 쉽게 곤경에 처하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건축학 개론의 납득이 캐릭터를 흉내낸 장면과 가수 모씨가 기자회견장에서 자신의 결백을 밝히겠다며 바지춤을 내리겠다고 해서 화제가 된 장면을 패러디 한 건 이 영화가 코미디 장르임을 잊기 않게 한 장치로 보인다. 제목처럼 여배우는 너무해가 아니라 누가 여배우에게 너무하는 지 그 부분을 잘 읽어내면 될 것 같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여배우는 너무해 (2014)

8.9
감독
유정환
출연
조현재, 차예련, 이엘, 김영준, 이건주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한국 | 95 분 | 2014-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