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SM작가 - [리뷰] 창작과 현실의 틈바구니에서 헤매다

효준선생 2014. 2. 25. 11:30






  한 줄 소감 : 다분히 일본영화 특유의 외설적 요소가 있지만 그럴 만한 이유도 있다. 
 





제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는 그와 가급적 닮은 모습을 연출하고 싶어 한다. 해서 외모와 말투, 습관까지도 카피하며 자신을 버리고 인물에 동화하려고 한다. 이를 메소드 연기라고 하는데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도 그런 욕구가 있는 모양이다. 상상력을 극대화해서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들의 경우 체험을 해본 적이 없는 경우 혹시라도 거짓부렁이 될까 염려하기도 하는데 그 경우를 영화 SM작가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일본 영화라는 선입견과 다소 외설적으로 와닿는 제목처럼 이 영화가 혹시 핑크영화일까 싶은데, 극 흐름상 작정하고 집어넣은 몇 군데 오로지 성인들만을 위한 장면을 제외하면 크게 거슬리는 장면은 없어 보인다. 대신 권태로운 부부의 관계와 작가로서의 지나칠 정도의 직업의식이 충돌하면서 야기하는 불균형한 두 남녀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펼쳐놓는다.





이 영화의 주요 시대적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이다. 그래서인지 화면도 다소 복고적인 냄새가 하고 배우들의 의상도 그 시절에나 입었을 것으로 골라낸 듯 싶다. 하기사 기모노를 입고 다니고 나막신과 지우산을 쓰고 다닌다면 요즘 같아서 토픽감일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자칭 에로소설(관능소설)의 일인자라고 자임하는 남자가 글을 쓰는 과정이다. 실제 모델을 데려다 성적 학대의 표본을 눈 앞에서 노골적으로 관찰하고 그 결과를 글로 부리나케 옮겨 쓰는 장면이다.





워낙 성인물로는 세계적 수준의 그 나라 정서이니 만큼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에로 소설이라고 해서 눈 앞에 벌거벗은 모델에게 각종 수치심을 유발하게 하는 자세를 취하게 하고 그때 느낌을 글로 쓴다는 상상을 그 누가 했겠는가 그의 조수로 일하는 젊은 남자 역시 마치 뭔가에 홀린 듯 매진하는 걸 보면 이들의 행동을 정상적으로 이해하기엔 부족함이 없지 않다. 이런 애매하고도 난감한 상황을 정리해줄 사람을 작가의 부인에게 기대했건만 그녀는 작가이자 남편에게 각방 사용을 요구하며 모른 척 하고 만다.





열심히 신간을 만들어내려고 애를 쓰는 작가와 한 편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아내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은 엉뚱하게도 요조숙녀처럼 보이는 아내가 남편의 소설을 읽어가면서 그녀 역시 내면에 감춰진 잠재적 성적 취향의 발로를 작가의 제자를 통해 이끌어낸다. 한마디로 콩가루 집안의 모습이지만 작가는 제자가 묘사하는 어처구니없는 불륜의 현장을 글로 적으며 희열을 느끼고 그 세 사람 사이의 관계는 파국이냐 미봉이냐의 갈림길로 접어든다.





이 영화는 아마 한국 같았으면 만들어지기 힘들법해 보였다. 소재도 본격 성인물 스타일이지만 이미지 자체도 쉽게 수용하기 어려웠다. 더불어 아내로서의 소임을 마다한 채 겉으로 도는 아내의 모습 앞에서 보여주는 남편의 자세치고는 어딘지 쓸쓸하기만 한 중년의 남성 그 이미지였다.





글을 열심히 써서 많은 독자들을 환희에 차게 하는 일을 하는 작가, 그러나 그 이면에 숨겨진 각고의 노력은 생각이상으로 내상이 깊어 보인다. 아내마저도 진심으로 이해하기는커녕 자의적으로 판단한 채 제 갈 길을 선택하려는 걸 보니 글을 쓴다는 건 궁형을 당한 채 집필에만 몰두했다던 사마천의 사정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





탈고가 된 원고지를 출판사 직원에게 넘긴 뒤에도 뭔가에 홀린 듯 재차 보완해야 할 것이 생겼다면서 낚아채는 작가의 모습에서 지독한 고집이 보였다. 제목은 가학적이고 피학적인 작가라는 이상한 의미로 되어있지만 그저 직업정신에 투철한 어느 일본 중년의 슬픈 자화상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물론 지금 이야기는 아니고 20년 전 이야기라는 사족을 달았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SM작가 (2014)

I Am An S+M Writer 
9.5
감독
히로키 류이치
출연
오오스기 렌, 호시 요코, 무라카미 준, 야마자키 에리, 시미즈 키리코
정보
드라마 | 일본 | 88 분 | 201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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