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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예 12년 - [리뷰]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의 소중함

효준선생 2014. 2. 24. 07:30






   한 줄 소감 : 타인에 의해 억눌린 채 살아야 한다는 것, 절실하게 느낀다.
 





몇 푼 벌기위해 워싱턴으로 향한 건 아니었다. 자신을 보호해 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그 이후 무려 12년 동안 그냥 흑인이 아닌 노예 흑인으로 살아야 했던 남자, 솔로몬 노섭의 이야기가 영상으로 옮겨졌다. 1841년 미국, 북부의 일부는 흑인에게도 일정부분 자유로운 신분보장이 있었지만 미국 남부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랐다. 그런데 이 말을 뒤집어 보면 북부에 살던 자유인 흑인도 남부로 가면 노예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말이고, 개중엔 인신매매를 획책하는 무리도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영화 노예 12년은 지금 같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손을 휘휘 저을 일이지만 자유를 빼앗긴 채, 그것도 노예로 살아야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라면 도대체 그런 일이 있었던 때가 있었나 의아해질 것이다. 그것도 미국에서 말이다. 따지고 보면 한반도에서도 당시 종이니 머슴이니 해서 자신들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댓가로 이동과 일반적 인권의 향유 같은 걸 제한받아야 했던 때가 있었다. 그러므로 미국 흑인 노예라 하여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일상이라는 건 생각 이상으로 유린당하는 그것들이었다.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자유를 누리고 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를 되새겨 본다면 도저히 저런 삶은 살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오늘날 우리는 충분히 자신의 의지대로만 살고 있는지 그 또한 따져봐야 한다. 알량한 호구지책을 위해 상사와 오너에게 머리를 조아리거나 혹은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면서 느낄 수 밖에 없는 답답함도 기실 우리 몸과 정신이 얼마나 자유라는 것에 희구(希求)하는 존재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하얀 목화밭에서 노래를 불러가며 손끝이 짓무르도록 면화를 채취하지만 상대적으로 덜 수확했다는 이유로 채찍질을 당하는 모습과 여성이라는 약점 때문에 주인에게 성적 유린을 당하는 장면들, 그리고 같은 일을 하면서도 다른 이의 곤경에 무심할 수 없게 된 강압에 찌들어 버린 마음 씀씀이까지, 같은 하늘을 이고, 같은 공기를 마시면서도 돈을 사온 피부색 다른 흑인이라는 이유로 그런 처우를 한다.





이 영화를 보면 주인으로 등장한 두 명의 인물, 그 중에서도 나중 주인으로 나온 인물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아내에게 무시당하는 심적 우울함을 그는 흑인 노예에게 배설하기 일쑤며,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도 예사로 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를 욕하기 전 무엇이 인간이 인간을 사고팔고 또 인권을 유린하고 그들의 자유를 속박하였나를 생각해본다면 단순히 그 한 사람만을 탓할 수는 없다.





오랜 시간 동안 그들에게 주어진 자유가 그저 시간이 만들어 준 선물이 아니듯 누군가의 노력들, 오로지 흑인들 스스로의 힘만은 아니었을 거라는 힌트를 이 영화는 준다. 틀림없는 자유인임에도 그걸 증명할 방법이 없었던 솔로몬과 남부에서 태어난 확실한(?) 노예들인 나머지 흑인들의 시선을 구분할 필요가 자꾸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시각의 편견이었다. 그럼으로써 주인공 솔로몬은 그 지옥같은 곳에서 벗어나 가족이 있는 북부로 갈 수 있을까 그런다고해서 남겨진 흑인 노예들의 일상이 조금은 편해질 수 없을 거란 생각에 그렇게 후련하지 않다.





노예 솔로몬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나머지 흑인들이 억지로 춤을 추는 장면들이 몇 번 나온다. 오로지 백인 주인들의 주흥을 위해 만들어진 자리에서다. 영혼없는 춤사위와 바이올린을 켜는 솔로몬의 초점 잃은 눈동자가 비극인데도 블랙 코미디처럼 보였다. 혹시라도 지금의 나 역시 타의에 의해 억지로 장단에 맞춰 춤을 추며 사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이 문득 문득 드는 걸 보니 이 영화 인권 영화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다. 영화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채찍에 맞아 살점이 떨어져 나간 어느 여성 흑인 노예의 등짝이 뇌리에서 가시질 않는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노예 12년 (2014)

12 Years a Slave 
8.4
감독
스티브 맥퀸
출연
치에텔 에지오포, 마이클 패스벤더, 베네딕트 컴버배치, 브래드 피트, 루피타 니옹
정보
드라마 | 미국 | 134 분 | 2014-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