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충만 리뷰/[영화평Ⅰ]요즘 영화리뷰

영화 마이 플레이스 - [리뷰]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 뿐이리

효준선생 2014. 2. 23. 08:00






   한 줄 소감 : 세상에 어찌 단란하고 오붓한 가족만 있겠소만,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동생이 캐나다에 갔다가 임신을 해서 돌아왔다 라는 다소 민망한 설정을 초반 영화 제작의 동기로 삼았다는 멘트와 함께 영화 마이 플레이스가 시작된다. 이 영화의 메가폰을 든 박문칠 감독은 자신의 여동생을 필두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여 가족 시네마로 만들었다. 간혹 치부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을 과감하게 찔러 넣고 소위 이곳도 저곳에서도 적응하지 못하는 경계인의 삶처럼 이들 가족의 모습도 반추한다.





평균이상으로 해외에 자주 나간다는 이들 가족에게 혹시 역마살이라도 낀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감독 남매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캐나다는 물론이고 요즘 아버지가 컴퓨터 교육으로 봉사활동을 나간 몽골까지, 카메라는 손이 들고 있지만 두 다리는 참으로 열심히 돌아다닌다는 느낌이다.





비록 싱글맘이라든가 혹은 비혼모라고 불리는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아이만 낳아 기르는 여동생의 이야기가 주요한 이야기거리지만 낡은 사진을 통해 보이는 박씨 집안의 내력 또한 만만치 않은 내공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부모 세대의 옛 이야기가 눈에 띤다. 대학에서 전자를 공부하고 좋은 회사에 취직했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심부름이나 하는 게 싫어 캐나다로 이민 겸 유학을 떠난 어머니, 어려운 가정 형편상 공고를 나오고 컴퓨터를 배운 뒤 캐나다에서 어머니를 만나 결혼한 아버지의 이야기. 특히 정치가 하고 싶어 기성 정치권을 기웃거리다 지금은 해외 봉사활동에 여념이 없는 아버지의 사연은 요즘 힘들어 하는 가장의 모습과 별로 달라 보이지 않았다.





주로 여동생의 인터뷰가 핵심이긴 하지만 결혼 안하고 아이들 낳아 기르는 것에 대한 이 사회의 터부와 여동생의 다소 오픈된 마인드와의 갭은 상당한 괴리가 있었고 그걸 평균적으로 받아 들이기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귀여운 아기가 태어났고 온 가족이 아이를 중심으로 전에 가져 보지 못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불화도 털어버리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가슴 뭉클해졌다.





가족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서로의 호칭조차 애매한 경우도 많다. 하루에 단 한번도 같은 밥상에 앉아 밥을 먹지 않는다는 설문조사도 있듯, 이들 가정도 큰 사정이 있었다. 게다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담은 캐나다로의 이주는 새로운 삶의 개척이자 도전인 삶이다. 이렇게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내는 과정에 아기의 아빠에 대한 이야기는 전무하고 박 감독 자신의 이야기도 거의 꺼내지 않았다. 사진을 통해 어렴풋 그의 과거 행적을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한국이든, 캐나다든, 혹은 몽골이든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장소가 나만의 공간 아니겠는가. 이들 가족 개개인이 느끼는 가장 좋은 공간이 서로 다르듯, 이들이 선택한 생활양식을 인정해도 좋을 것 같다. 다소 경제적 부담이 되는 선택으로 보이지만 한 곳에 머무를 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세상 밖으로 나가면 더 잘보이는 것 같이 말이다.





이 영화는 엄연한 다큐멘터리지만 몰입하다 보니 자꾸 극 영화처럼 느껴진다. 한사코 촬영을 마다하던 부모와 달리 여동생의 적극적 의사 표현과 자신의 소회를 앵글에 담아 영상으로 옮겨낸 감독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마이 플레이스 (2014)

My Place 
8.8
감독
박문칠
출연
박문칠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77 분 | 2014-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