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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찌라시 : 위험한 소문 - [리뷰] 이 모든 게 낭설(浪說)입니다

효준선생 2014. 2. 17. 07:30





   한 줄 소감 : 거짓이 진실을 덮을때 대중들은 더욱 열광한다. 
 






이른바 정보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대개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매체의 영향 때문이다. 그들은 쉴새 없이 기사, 뉴스라는 이름으로 정련되지 않은, 그래서 더욱 사람들을 솔깃하게 만드는 것들을 배설하고 있다. 개중엔 쓸만한 정보라고 할 수 있는 것들도 있지만 많은 경우 누군가에겐 치명상을 입힐 수준의 것들도 있다. 이른바 찌라시라는 것이다. 얼마 전 연예인들의 치부를 낱낱이 밝혀놓은 연예인 엑스파일들이 그것들인데 당사자의 실명이 고스란히 드러난 그런 찌라시들을 보면서 마치 베일을 벗겨내고 타인의 알몸을 보는 듯한 관음증을 확인한 경우도 있었다.





영화 찌라시 : 위험한 소문은 말로만 떠들던 가십을 문자로 변환시켜 이를 온라인으로, 혹은 지류에 담아 은밀하게 유포해 소정의 목적을 이루려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담아낸 세태고발 영화다. 신인 여배우를 매니지먼트해온 한 남자가 자신의 여배우가 자살하는 사건을 계기로 찌라시라는 정체를 알게 되고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최초 유포자를 찾아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워낙 은밀하면서도 비공식 루트를 통해 만들어지고 유포되는 탓에 아니라고 해명할 길도 막막하지만 실제로는 찌라시 자체보다 그걸 본 사람, 혹은 누군가에게 얻어 들은 사람의 입을 통해 전파되는 이야기들이 더욱 사람들을 미치게 하는 것이다. 누군가가 그러던데...라고 시작하는 말에 귀를 쫑긋하고 들어보면 그 사람의 그간의 행적에 비춰볼때 맞는 말인 것 같아 거기에 살을 붙여 또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는 과정. 찌라시의 효과는 그래서 정론보다 더욱 크게 확대된다.





영화에선 찌라시의 구체적인 내용이 폭로되고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는 지는 자세히 언급되지는 않는다. 대신 누가 만들고 또 왜 그런 걸 만드는 지가 이야기를 부풀려간다. 소위 권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 유통되며 그들이 그런 짓을 하는 이유가 오로지 한 번 잡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적을 제거하고 자신들만의 영역을 확고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기에 그런다고 하는데, 마치 칡뿌리처럼 캐고 또 캐고 보니 어느새 대한민국 최상층 권력집단의 누구에게까지 이어지더라 하는 이야기였다.





그 사이엔 그런 일을 함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집단도 있고 그들은 정경유착이라는 부패의 고리를 단단히 움켜쥔 채 세상을 호도하는 찌라시 정보를 제공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맨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더 이상 비밀은 존재할 수 없는 세상이다. 낮말은 새가 듣는다고 하는데, 모여 앉아 자신들이 들었던 이야기들은 한데 모아 그럴듯하게 가공하는 장면은 음험하기 이를 데 없었다.





국정운영에 차질이 생길 만한 이슈가 터지면 예외없이 같이 등장하는 연예인 가십기사들, 이젠 그 이유에 대해 눈치를 채는데 많은 시간이 들지 않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괜한 피해를 입는 누군가에 대한 배려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소중한 자기 배우를 잃은 매니저로서는 통탄할 일이지만 그 역시 찌라시의 도움을 받아 일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니 결국은 죽은 사람만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감춰질 일도 많고 폭로되는 일들도 많다. 비밀이 진실을 잃는 순간 저급한 찌라시가 된다는 엔딩에서의 말처럼, 아직 품격있는 세상이 되기엔 멀어 보인다. 호기심 천국에서 관음증에 빠진 이 시대의 대중들에게는.(양진석의 씨네필 소울)






찌라시 : 위험한 소문 (2014)

9.3
감독
김광식
출연
김강우, 정진영, 고창석, 박성웅, 안성기
정보
| 한국 | 121 분 | 2014-02-20